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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 소원은 낙하산 타보는 것이었다. 결국 소원대로 군대에서 낙하산을 탔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험난한 공수 교육을 이수한 다음이었다. 그 느낌을 못 잊어 지금도 종종 스카이다이빙장으로 달려가곤 한다.

스카이다이빙은 일반적으로 지상 3천~5천 미터 이상 공중의 기구에서 점프해 수 십초간 자유낙하 후 지상 수백 미터 상공에서 낙하산을 펴고 활공해 안전하게 착지하는 항공스포츠다. 그런데 스카이다이빙을 한 번 하려면 비용이 솔직히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오죽하면 '스카이다이빙 횟수가 늘수록 이혼 확률도 늘어난다'라는 농담까지 있다.  
 
스카이다이빙 중 지상 8백 미터 상공에서 주 낙하산을 펴는 순간이다.
 스카이다이빙 중 지상 8백 미터 상공에서 주 낙하산을 펴는 순간이다.
ⓒ 조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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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간은 영리하다. 날씨와 비행 장비, 비용 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1940년 NASA(미 항공우주국)가 실내 스카이다이빙 비행 실을 발명했다. 그 후 개발을 거듭해 운전실 강사가 체험자의 체중과 기술 수준에 따라 시속 240km를 넘는 풍속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세로 원통형 터널인 비행 실 속에서 발생한 인공 바람이 계속 순환해 사람이 안전하게 공중으로 뜰 수 있게 고안된 것이다.
 
원드랩(Windlab)은 지름 3.6m와 높이 10m 비행 실이다.
 원드랩(Windlab)은 지름 3.6m와 높이 10m 비행 실이다.
ⓒ 조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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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드랩(Windlab)은 지름 3.6m와 높이 10m 비행 실에서 전문 강사와 함께 지상 4km 상공의 낙하 속도인 시속 240km의 바람을 경험하는 새로운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 시설이다. 바람은 비행 실 위쪽에서 발생해 터널 반대편을 한 바퀴 돌아 비행실 바닥의 튼튼한 스테인리스강 망을 통해 스카이다이빙 동작을 안전하고 쉽게 수행할 수 있게 돕는다.

윈드랩에 도착하면 본인이 직접 모니터에 인적 사항, 약물 유무, 신체 상태 등을 기록 저장한다. 접수가 끝나면 손목에 빨간색 팔찌를 채운 후, 강의실에서 강사의 안전교육이 이어진다. 교육은 3개월간 유효하다.
 
모두 숨죽이고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모두 숨죽이고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조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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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은 옷 위에 비행복을 입기 때문에 편한 의상과 잘 맞는 운동화가 필요하다. 귀걸이, 팔찌, 목걸이, 귀금속, 날카로운 물건 등은 따로 사물함에 보관한다. 강사가 각자의 신체에 맞는 비행복과 헬멧, 방풍 안경을 골라 준다. 비행복 상부에는 강사가 쉽게 잡을 수 있는 고리가 붙어있다.

비행 실로 이동하자 낯선 공간에 살짝 긴장된다. 입구에서 옆으로 선 강사의 두 팔에 내 두 손을 들고 선 자세로 (비행기에서 점프하듯이) 앞으로 편하게 쓰러진다. 강사가 두 팔로 내 배 부분을 받쳐 들고 이동하면 세찬 바람이 얼굴과 배를 확 밀어 올린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엎드린 자세로 공중으로 뜬다. 왼손을 내리면 왼쪽으로 돌고 오른손을 내리면 오른쪽으로 돌지만 완벽하진 않다. 강사는 내 비행복을 잡거나 밑에서 받치며 내 활공 상태를 관찰한다. 스카이다이빙보다 편하게 숨 쉴 수 있다.

그러다 안정된 활공 자세를 확인한 강사가 손을 떼면 내 몸은 공중에 떠 있게 된다. 600마력짜리 강한 엔진 2대의 프로펠러가 세찬 바람을 일으켜 날 공중으로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세찬 소음 속에서 기계가 고장 나거나 빨려 올라가면 난 어떻게 될까 잠깐 쓸데없는 고민이 지나갔다.
 
안정된 활공 자세를 확인한 강사가 손을 떼면 내 몸은 공중에 떠 있게 된다. 600마력짜리 강한 엔진 2대의 프로펠러가 세찬 바람은 강했다.
 안정된 활공 자세를 확인한 강사가 손을 떼면 내 몸은 공중에 떠 있게 된다. 600마력짜리 강한 엔진 2대의 프로펠러가 세찬 바람은 강했다.
ⓒ 조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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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또 다른 강사가 들어와 내 옆 팔과 다리 고리를 잡으면 갑자기 바람이 세게 솟구쳐 우리 사람을 빠르게 회전시켜 공중 10m 높이까지 상승했다 하강케 한다. 눈으론 빙글빙글 다 보이고 여유 있지만 내 입은 세찬 바람으로 어색한 웃음이다.

외부에서도 360도 투명 플라스틱 원통을 통해 구경꾼들이 복잡한 마음으로 다음 순서인 처지를 고민하며 내 비행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곧 바람이 약해지며 강사의 안내에 따라 난 두 손으로 입구를 잡고 선 자세로 깡충 뛰어 비행 실 밖으로 나왔다. 그제야 고요함과 어색한 중력이 내 몸을 타고 흐른다. 

3살 유아도 가능하고 나이 제한은 없다. 물론 18세 이하는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4,200m 상공의 실제 스카이다이빙보다 더 긴 50초 동안 중력을 잊을 수 있다. 건강하고 보통의 신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실제 스카이다이빙보다 빠르고 안전하고 쉽게 스카이다이빙 느낌을 체험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벽면에 강사진의 이름과 경력 등 안내판이 있다. 날 공중에 띄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주의 깊게 보게 된다.
 벽면에 강사진의 이름과 경력 등 안내판이 있다. 날 공중에 띄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주의 깊게 보게 된다.
ⓒ 조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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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된 실내 스카이다이빙 전문가에게 훈련받은 강사들이 1:1로 체험자를 돕는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5만여 명이 날았단다. 실내 스카이다이빙은 유럽이나 미주지역에서는 이미 6천만 명 이상이 즐기는 새로운 레저 및 전문 스포츠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5년부터 국제항공연맹에서 주최하는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원드랩은 아시아 태평양 최초로 대형 쇼핑몰 한복판에서 즐길 수 있다.
WINDLAB, 1 Utama Indoor Skydiving, Malaysia. www.windlab.my

태그:#조마초, #말레이시아 , #MACHO CHO, #마초의 잡설 , #WIND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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