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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밴드가 신촌 연세로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한 밴드가 신촌 연세로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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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구청장 이성헌)가 지난 4일 신촌역 인근 연세로에서 버스킹(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여는 공연)을 하는 버스커들에게 '11월 버스킹 전면 불가'를 통보해 일부 밴드들이 반발하고 있다.

신촌에서 버스킹을 하려면 미리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서대문구 측이 3일까지는 공연 허가를 내주다가 4일 갑자기 11월 한 달 동안 서대문구에서 버스킹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11월 5일까지였던 국가애도기간을 피해 6일 오후 3시 신촌 공연 계획을 세운 한 밴드는 지난 1일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로부터 해당 공연을 승인받았다. 같은날 오후 2시 동일한 장소에서 공연 계획을 세운 한 싱어송라이터 또한 지난 3일 공연을 승인받았으나, 두 버스커 모두 4일 서대문구 측으로부터 "공간 안전 점검과 이태원 사고에 대한 여파로 11월 한 달 동안 버스킹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밴드 멤버 A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서대문구의 결정이 매우 아쉽다"며 "이는 문화예술을 대하는 잘못된 태도, 혹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무의식적 선입견들을 여실히 드러내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조치에 이어 이번 공연 취소까지, 문화예술계는 언제나 중요순위에서 밀려나 차순위 취급을 받고 논외 대상이 되는 상황을 접하며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방역과 추모 등으로 인한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에 공연예술계는 항상 뒷전으로 밀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A씨는 "우리는 버스킹을 통해 밴드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울림을 주고싶은 뮤지션들"이라며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하나의 직업이고, 우리의 재능을 뽐내 돈 벌고 사는 게 당연한 것이다. 중대한 사안을 결정 짓는 몇몇 분들의 머릿속에 자리한 무의식적 선입견들로 우리의 직업과 생계, 나아가 우리의 문화예술이 위태로워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가 더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이런 대우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해당 밴드의 멤버 B씨 또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최근 이곳에 와서 버스킹이라는 것을 본 적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 공연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팀들의 공연 모두 상당히 넓은 공간에서 일시적으로 100~200명이 모여 즐기는, 매우 안전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추모를 반대하고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왜 추모의 방식은 꼭 입을 다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슬픔에만 잠겨 있어야 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런 강요된 추모방식의 피해를 왜 공연예술계가 떠안아야 하는 것이냐"며 서대문구의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클럽, 주점, 식당들은 계속 영업을 이어가는데 우리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문화가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지금이라도 공연예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내려놓고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쳐달라"고 촉구했다.

공연계를 향한 이같은 조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건 이들뿐만 아니다. SNS에는 "언제나 대중음악이 가장 먼저 금기시되는 나라. 슬플 때 음악으로 위로 받는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애도의 방식은 각자 다르다. 방식마저 강요하지 말기를 바란다(음악평론가 배순탁)",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봅니다(가수 박종현)", "모든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요. 음악만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요(가수 정원영)" 등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지자체 조치들을 비판하는 뮤지션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가 11월 3일 보낸 연세로 장소사용 조건부 승인 메일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가 11월 3일 보낸 연세로 장소사용 조건부 승인 메일
ⓒ 뮤지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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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젊은 뮤지션 기회 박탈 아쉬워...양해 부탁드린다"

한편 서대문구 측은 이번 조치와 버스커들의 반발에 대해 "우리도 안타깝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서대문구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7일 기자와의 전화를 통해 "서대문구는 11월 한 달 동안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버스킹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면서 "우리 문화체육과의 문화기획팀은 신촌에서 버스킹을 하는 젊은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곳을 지나가는 시민들 중 일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버스킹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편함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의도치 않게 젊은이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그들의 공연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점은 구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아쉽고 곤란한 부분"이라며 "양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태그:#버스킹취소, #신촌버스킹, #서대문구, #문화예술계, #공연예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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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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