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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길고양이 한마리가 낳은 새끼들 사진이다.
▲ 우리집 옆에 사는 길고양이 새끼들 엄마가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길고양이 한마리가 낳은 새끼들 사진이다.
ⓒ 주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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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일이었다. 수업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쉬고 있는데 엄마가 걱정스러운 한숨과 함께 나를 부르며 휴대전화를 건넸다. '캣맘' 단톡방에는 우리 동네 고양이 가족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내가 알바갈 때 항상 보는 고양이 가족이네? 얘네 엄청 귀여워 엄마."
"응.... 근데 어제 다 죽어있었대. 아무래도 누가 사료에 뭘 타서 줬나 봐."
"누가 그런 짓을 해!"


엄마랑 나도 지나가다 자주 보던 고양이 가족들이기에 더욱 화가 나고 안타까웠지만 이제 와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팠다. 다음날 그 자리를 지나가다가 '길고양이 학대는 범죄 행위입니다'라고 붙어있는 현수막을 보았다. 아마도 이런 끔찍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캣맘'들이 붙여놓은 듯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처음엔 그냥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의 잔인한 만행이라고 생각했고, 드라마나 뉴스로만 접하던 끔찍한 사건이 내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분노만 하며 물음표를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누군가의 잔인한 만행이 물음표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음표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사실 모두를 위한 최선의 시작일 수도 있지 않을까?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란 

우리 엄마도 집 주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캣맘이다. 길고양이 한 마리에게 사료 한 번 챙겨주는 걸로 시작한 게 벌써 고양이 가족이 돼 있었다. 불쌍하고 짠한 마음에 밥을 계속 챙겨주다 보니 일이 꽤 커져 버렸다. 많은 길고양이를 감당하는 일도 물론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이웃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드는 것이다. 

캣맘들과 이웃 주민 간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도 밤에 들려오는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와 배변 냄새 때문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길고양이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학대 또는 약을 타서 죽이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이다. 더 구체적으로 길고양이를 죽이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최고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및 1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범죄이다.

길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한 번 사료를 주면 거기에 터를 잡고 사람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갈 확률이 크다고 한다. 때문에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떠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자 하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자칫하면 길고양이를 더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이번 사건을 통해 되새겼다.

최근 엄마도 불어난 집 근처 길고양이 개체 수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엄마와 나는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란 길고양이를 안전한 방법으로 포획한 뒤에 중성화 수술을 시킨 다음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하는 것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인도적으로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이것을 신청하기로 했다.

국민신문고에 길고양이 중성화를 위한 민원을 신청한 후 답장을 기다렸다. 며칠 뒤인 11월 4일에 답변이 도착해서 읽어보니 중성화 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올해 사업의 경우 마감되었으니 내년 초에 연락을 달라는 답변이었다. 집 주변에 늘어난 길고양이 개체 수로 인한 악취가 심해져서 하루빨리 중성화 사업을 신청한 이유도 있었기에 신문고 답변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엄마와 나는 길고양이 새끼들만이라도 동물 보호소로 데려가 더 이상의 부담은 덜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새끼를 포획하고 있는 경우에 할 수 있는 조치여서 어려움이 컸다. 그래도 현재 상황을 방치하는 것보다 해결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엄마와 나는 계속해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고, 조만간 보호소에 연락해서 방법이나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 동네 캣맘의 도움도 있었다. 길고양이 2마리를 직접 데리고 가서 중성화를 시키겠다고 나서주었다. 비록 중성화 사업 시기는 놓쳤지만, 앞으로도 모두를 위한 우리의 최선을 조금씩 조금씩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이웃들에게 

중성화 사업에 대해 알아보면서 알게 된 점이 꽤 많았다. 중성화 수술을 한 뒤에 제자리에 다시 방사하는 이유는 길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포획된 곳에 풀어주어야 새로운 고양이가 들어오지 못해 고양이 숫자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수술 부위가 잘 회복되고 있는지, 방사 후 영역을 확보해 정착하고 살아가는지 등의 모니터링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길고양이에게 만약 밥을 주고 있다면 중성화 수술이 반드시 함께 필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통해 번식기에 나타나는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과 투쟁이 없어지고,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불쌍한 길고양이를 외면할 수 없어 시작한 따뜻한 마음이 되려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함과 스트레스로 다가가 고양이의 생명을 오히려 단축하기도 한다. 그래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대비하며, 한 동물의 삶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올바른' 최선이 모두를 위한 시작임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았다.

태그:#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국민신문고, #동물보호소,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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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주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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