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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3일 윤소하 의원실이 공개한 ‘협박 소포’ 사진.
 2019년 7월3일 윤소하 의원실이 공개한 ‘협박 소포’ 사진.
ⓒ 윤소하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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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하 의원실에 흉기 든 협박 소포 배달'

2019년 7월 3일 '윤소하 의원 협박 사건'이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 위치한 윤소하 당시 정의당 국회의원 의원실에 협박 편지와 문구용 칼, 조류 사체가 든 소포가 배달되면서다.

검·경은 26일 후인 7월 29일 한 청년 남성을 범인으로 특정해 그를 긴급체포하면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다음 날 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그 다음 날 용의자는 바로 구속돼 10여 일 후 재판에 넘겨졌다. 체포 직후부터 구체적인 피의사실이 담긴 기사가 쏟아지면서 용의자는 '윤소하 협박범'으로 기정사실화됐다.

피의자에겐 단순 협박죄가 적용됐다. 위험한 물건을 이용했거나 여러 명이 함께 협박한 특수 협박과 달리, 단순 협박은 실무상 비교적 짧은 기간에, 유죄일 경우도 보통 중하지 않은 처벌로 재판이 끝난다. 재판은 어떻게 마무리됐을까?

1심 재판이 '3년 2개월째' 진행 중이다. 2019년 8월 12일 시작된 재판이 2020년 5월 추정(잠시 중지)되면서 지금까지 2년 넘게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유·무죄를 떠나, 헌법 27조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더욱이 나는 무죄를 주장한다. 협박 소포 보낸 적, 추호도 없다. 검·경이 나라고 주장하는 CCTV 속 인물들도 내가 아니다." (유아무개씨)

사건 피의자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 유아무개(40)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이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9월 초 서울 한 카페에서 유씨를 만나 재판과 관련된 그의 주장을 들었다.

3년 째 자유 제한 "신혼여행도 허락받고"  

"보석으로 주거제한이 지정됐고, 출국금지도 걸려있어 이사나 여행을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 이번에 결혼을 해 신혼여행을 가는데도 일일이 여행허가신청서를 내 그 기간에만 출국금지를 푸는 절차를 거쳤다. 재판 진행 중 이사도 했는데 주거제한 변경신청도 따로 해야 했다. 법원에 신청서를 내면 되는 일이나, 이 자체가 생활의 제약이고 일상적인 구속이다."

먼저 유씨는 재판이 신속히 진행됐다면 겪지 않을 불편이 적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주거제한으로 '3일 넘는 여행'도 허락되지 않아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도 당일치기로 고향에 다녀오곤 했다.

정치적 활동의 위축 효과도 있었다. 특히 유씨는 활동가란 직업 특성상 정부 비판, 집회나 시위 등의 정치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의 보석 상태가 환기되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 시작 후부터 "집회 현장엔 나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생활이 재판에 종속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잡히면 출석하기 위해 연차휴가 등 일정을 조정하거나 무죄 입증을 위해 방법을 찾는 등 재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시간이 기약 없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유씨 "2년 넘게 방관, 법원 재판 지휘 안 해"
 
2019년 7월29일 MBC 뉴스데스크 관련 보도 갈무리. 사진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편의점 내에서 소포 발송 준비를 하는 모습.
 2019년 7월29일 MBC 뉴스데스크 관련 보도 갈무리. 사진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편의점 내에서 소포 발송 준비를 하는 모습.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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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은 유씨가 서울 관악구 한 편의점 무인택배기로 소포를 발송했고, 버스와 택시를 7번 갈아타면서 자택이 있는 강북구로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유씨를 구속할 때 1000여 개에 달하는 CCTV를 뒤져 그의 동선을 역추적해 혐의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재판은 왜 2년 넘게 다시 열리지 않고 있을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맡긴 감정서가 이유다. 2020년 5월 검찰이 법원에 제출된 디지털 증거와 그 원본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감정해달라고 국과수에 신청했고, 그 결과를 2년 4개월째 기다리고 있다. "감정할 영상이 적지 않다 해도 법원이 어떤 재판 지휘도 하지 않아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게 유씨 입장이다.

이 감정서는 검찰에 중요한 자료다. 유씨는 경찰이 수집한 디지털 증거의 오류와 위법성을 다투고 있다. 디지털 자료는 쉽게 조작이 가능하기에 판례는 동일성과 무결성, 진정성 등이 보장돼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동일성'은 법원에 제출된 자료와 원본 파일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고 '무결성'은 원본 취득 때부터 지금까지 위·변조가 없어야 한다는 걸 뜻한다. '진정성'은 증거 저장 과정에 오류가 없고, 적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재판 과정 중 일부 증거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법원에 제출된 90여 개 영상 중 일부는 원본 파일의 해시값이 확보되지 않거나, 경찰이 파일을 복사할 때 CCTV 관리자의 확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시값은 파일마다 생성되는 32자리의 고유번호로 1bit만 바뀌어도 값이 변한다. 무결성을 확인하는 단서다.

검·경 역추적 수사... 의문점들

나아가 유씨는 재판 중 검·경의 역추적 작업 곳곳에 적지 않은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교통단속 카메라 등 CCTV가 아주 멀리 있어 보행자 인상착의 분간이 힘든 영상, 심야 시간대라 성인남자라면 다 비슷하게 보이는 실루엣만 남은 CCTV 자료도 적지 않다"며 "경찰은 내가 중간에 옷을 바꿔 입었다고 주장하는데, 이걸 입증하는 CCTV도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환복 장소로 특정된 종로 모 고시텔 관리자는 재판에서 "(당시 경찰에) '옷 갈아입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경찰이 제시한 사진의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관리자는 "건물 1층엔 출입구가 2개고 고시텔 출입문도 항상 개방돼있어 사람이 고시텔로 올라오거나 출입구로 나갔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유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수사 자료가 재판이 열리기 전까진 은폐됐다고도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국과수의 ▲유전자 감정서 ▲CCTV 감정결과서 ▲지문 감정서 ▲법화학감정서 등을 확인했는데 모두 경찰 측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 중 국과수가 작성한 증거자료 유전자감정서(위)와 재판 진행 중 검찰이 다시 감정을 신청해 국과수가 작성한 유전자감정서.
 경찰 수사 중 국과수가 작성한 증거자료 유전자감정서(위)와 재판 진행 중 검찰이 다시 감정을 신청해 국과수가 작성한 유전자감정서.
ⓒ 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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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는 두 건의 유전자감정서와 지문감정서에서 범행 소포 상자나 새 사체가 들어있던 용기에서 유씨 지문과 DNA형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문구용 칼, 협박 편지, 포장용 에어캡 등에서도 유씨 DNA형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국과수는 보고했다. 유씨 자택에서 압수한 투명테이프·에어캡이 범행에 쓰인 것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법화학감정서)도 있었다.
 
2019년 7월 국과수가 영상 인물 동일성 감정을 의뢰한 경찰에 '판단 곤란'으로 분석한 보고서 내용.
 2019년 7월 국과수가 영상 인물 동일성 감정을 의뢰한 경찰에 "판단 곤란"으로 분석한 보고서 내용.
ⓒ 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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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는 또 수사 초기 경찰에 제출한 CCTV 감정 결과서에서 영상의 인물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유씨와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인물 해상도 및 계조(색의 농도) 부족, 얼굴 가려짐, (영상 간) 촬영 조건 상이함 등으로 비교 가능한 특징점이 부족하고 세밀한 특징점 비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씨 "유리한 증거, 재판 후에야 봐"
 
경찰 수사 초기 경찰이 의뢰한 CCTV 영상 신체 분석 결과 신장이 170cm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 수사 초기 경찰이 의뢰한 CCTV 영상 신체 분석 결과 신장이 170cm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 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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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경찰은 수사 초기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범인 추정 인물의 키가 약 170cm로 추정된다고 파악했다. 나이도 50대 초반의 남성으로 추정했다. 유씨의 키는 180cm이며 사건 당시 30대 남성이었다. 유씨는 "또 소포가 발송됐다는 편의점 CCTV 영상엔 범행이 찍힌 시각이 22시 51분 41초로 나와 있는데, 검찰의 공소장엔 범행 시각이 23시 10분으로 적혀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씨는 경찰이 범행 시각으로 특정한 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는 먼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미 경찰이 무리하게 나를 범죄자로 만들어놓고 체포 직후 피의사실까지 공표하며 사건을 시작했다"며 "출발 자체가 잘못됐기에 검찰, 경찰이 스스로 입증을 하는 게 맞는다. 굳이 먼저 말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진보 개혁 세력의 단결을 중요 과제로 여기는 내가 그런 행동을 할 동기도, 실익도 없다"며 "그러나 체포될 때부터 언론이 확인도 없이 검·경 주장을 그대로 받아 써 지금까지 협박범으로 낙인찍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이 재개돼도 심리할 쟁점이 더 남아있어 1심에서만 4~5년이 걸릴 수 있다"며 "3심까지는 10년이 걸리지 않을까. 모든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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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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