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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역에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 기차는 역에 서지 않고 통과했다.
 청소역에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 기차는 역에 서지 않고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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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청소역
 충남 보령시 청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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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 실제로 열차가 서 나요?"

30대로 보이는 아이 아빠가 묻습니다. 아이를 한손으로 번쩍 안은 모습이 건장해 보입니다.

저는 마치 원주민이라도 되는 것처럼 "예. 하루에 여덟 번 정도 선다고 하네요"라고 답합니다. 이 말에 아이 아빠는 "와! 신기하다"라는 감탄사를 쏟아 냅니다.

충남 보령시 청소면에는 청소역이 있습니다. 지난 1929년 개업한 청소역은 장항선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간이역입니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공존하는 듯 보이는 느낌의 오랜 된 역은 복고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실제로 청소역은 근대 간이역사의 건축 양식이 잘 드러나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6년 청소역을 등록문화재 305호로 지정했습니다.

때 마침 장항 쪽에서 온 열차가 서지 않고 역을 지나칩니다. 열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치기는 했지만 운 좋게도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비둘기에서 통일호와 무궁화 그리고 새마을호로 열차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열차를 맞이하는 역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청소역을 통과하고 있는 열차
 청소역을 통과하고 있는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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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거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여전히 개발논리를 앞세우며 지역에 남아 있는 오래된 건물과 멋스러운 구 가옥들을 모두 없애 버리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개발압력을 피해 살아남은 '옛것'들이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청소면 일대에서 촬영이 이뤄졌습니다. 청소역과 주변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보전 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먼 예로, 유럽이 우리처럼 개발 논리만 내세웠다면 지금과 같은 건축 양식들이 살아남았을까요. 중세 건축물이 없는 유럽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처럼 여행지로 주목받지도 못했겠지요.

개발의 압력을 피해 살아남은 우리의 건축물들은 지금도 시골 곳곳에서 겨우 살아남아 빛을 볼 날을 기다리며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정겨움을 넘어 치열한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청소역은 누군가의 등굣길이었고, 시장가는 길이었고, 서울의 친척집에 가는 여행길이었을 테니까요. 역이 품은 수많은 이야기들은 간이역이 하나 둘 사라질 때마다 그렇게 쓸쓸히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문화재로 지정된 청소역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장항선이 직선화되고 폐역이 되더라도 건물 자체는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령시 청소면 혹은 보령에 갈 일이 있다면 청소역을 한번 쯤 꼭 들러 보시길 바랍니다. 청소역이 지금처럼 소박한 모습으로 맞아줄 테니까요.
 
청소면 일대는 2017년 개봉된 영화 <택시운전사>의 촬영장소였다. 청소역 옆 공원.
 청소면 일대는 2017년 개봉된 영화 <택시운전사>의 촬영장소였다. 청소역 옆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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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역 옆 공원. 청소역은 누군가의 등굣길이기도 했다.
 청소역 옆 공원. 청소역은 누군가의 등굣길이기도 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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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역 옆에 있는 공원
 청소역 옆에 있는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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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역 내부 모습
 청소역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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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보령 청소역 , #레트로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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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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