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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너 오늘 그렇게 입고 학교에 가겠다고?"
"네!"


누가 봐도 튀는 보라색 원피스를 떡하니 입은 딸이 아침식사를 하러 식탁에 앉았다. 미역국 끓이느라 분주했던 나는 딸의 옷차림에 말문이 막혔다. 오늘은 녀석의 생일이다. 평상시에도 종종 튀는 옷을 시도하는데, 생일이기에 더욱 특별히 골랐나 보다. 

"교복 입는 학교에 이렇게 입고 가면 선생님들이 뭐라 안 하셔?"
"고3이라 어차피 교복 안 맞는 애들이 다 사복 입어서 괜찮아요. 간혹 뭐라 하시는 분이 있긴 있지만..."
"그럼 기분 안 나빠?"
"그 순간 살짝 기분이 안 좋지만, 한 마디 들었다고 하루 종일 다운되면 나만 손해죠."


대담하다 해야 할지, 주관있다 해야 할지 가끔 맞닥뜨리는 고등학생 딸의 이런 태도는 소화하기가 참 난감하다. 이어지는 딸의 변명(?)이 더 가관이다. 다른 친구들도 분명히 다양한 옷들을 입고 싶어 하지만, 선생님들의 은근한 압력과 주변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거무튀튀한 티셔츠만 주구장창 입고 있는 거라고. 자기는 그런 획일화와 몰개성에 순응하는 게 너무 싫단다. 

자기라도 당당히 개성껏 입어서 그 분위기를 깨버리겠다고 열변까지 토한다. 이쯤 되니 딸의 보라색 원피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으로서 표출하는 나름의 한 저항방식이 아닌가 싶다. 본인의 주관대로 행동하고, 기꺼이 그에 대한 대가를 감수하겠다는데 더 무슨 말을 보태랴. 이렇게든 저렇게든 직접 부딪치며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으려니 했다. 

젖은 머리와 공부의 상관관계
 
선생님들의 은근한 압력과 주변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거무튀튀한 티셔츠만 주구장창 입고 있는 거라고 한다. 사진은 하교하는 학생들 모습.
 선생님들의 은근한 압력과 주변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거무튀튀한 티셔츠만 주구장창 입고 있는 거라고 한다. 사진은 하교하는 학생들 모습.
ⓒ 이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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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보내고 자연스레 나의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귀 밑 3cm 두발 규정과 엄격한 복장 규정에 어처구니없게 시달리면서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했다. 30여 년 전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복장과 두발을 과하게 단속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단정한 복장과 두발을 3년 내내 했어도 원하는 대학 진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 말이다. 

제일 어이없던 일은 7시 20분이던 등교시간을 맞추느라 감은 머리를 미처 드라이로 말리지 못하고 허겁지겁 등교한 한 친구에게 '공부할 자세가 안 되었다'며 머리를 쥐어잡고 쥐 잡듯이 혼냈던 일이다. 당시 나는 공부와 젖은 머리와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려 애썼지만, 힘없는 자의 무력감만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누구 눈에도 띄지 않게 조용히 지내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했던 것 같다. 

그토록 규율이 혹독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머리나 옷차림에 신경 쓰는 건 공부에 방해되는 일이라는 강한 고정관념이 생겼다. 그렇게 학습되어 굳어진 고정관념으로 청소년이 된 내 아이들의 차림새를 무의식적으로 검열하던 즈음 1년 간 미국에 거주할 일이 있었다.

큰아이는 고등학교에, 작은 아이는 중학교에 1년간 다녔는데,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며 그곳 아이들의 옷차림과 외모를 자주 관찰할 수 있었다. 교복은 없고 다들 편하게 입었다. 마침 레깅스 열풍이 불던 때라 여학생들은 대체로 그걸 입었다.

각양각색의 헤어스타일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터번 두른 아이, 어깨까지 장발한 남자아이들, 핫핑크와 초록은 물론 무지개빛으로 염색한 아이도 있었다. 심지어, 한 아이는 왼쪽은 빨강 염색 숏 커트인데, 오른쪽은 파랑 염색 긴 머리이기도 했다.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고, 선생님들의 차림새도 학생들 못지않게 자유분방했다.

학생, 교사할 것 없이 행색이 그러하니 공부는 안중에나 있을까 의심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중학교 영작 시간을 일정기간 참관했는데, 논문 프로젝트 수업이 참 인상적이었다. 다중인격의 실체, 커피 제조법, 로마 교황청의 역사, 글로벌 K-pop 현상, 마법기술 등 학생들이 선택한 주제가 정말 엉뚱하고 기발했다. 자신의 호기심으로 선택한 주제들이라 취재와 자료조사, 인터뷰를 스스로 진행하는 과정에 열의가 있었다.

선생님은 범위를 좁혀주고, 자료를 같이 찾고, 논문의 방향을 가이드했다. 수업 참여를 원하는 10여 명의 학부모들을 보조교사로 수업을 함께 진행했다. 알고 보니 그 학교는 공립치고는 학업열의가 높고 성과도 좋아 '주'에서 주는 무슨 메달인가 상도 받는 학교였다. 

옷과 머리 스타일은 그저 개성 표현일 뿐
 
  미국 학생들의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학생들의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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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모든 점을 좋게 보는 건 아니지만, 차림새뿐 아니라 개인의 다양한 관심사와 취향이 교육적으로 지지받는 분위기가 참 생소하면서도 부러웠다. 차이와 다름을 인지하고 인정하며 존중하는 경험이 교육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 풍토를 1년간 접하며 나의 고정관념이 시원하게 깨져버린 것은 당연하다. 옷과 머리스타일은 그저 개성 표현일 뿐이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 그제서야 깊이 수긍되었다.

여전히 고등학교들의 복장 규정 소문들이 심심찮게 들려 안타깝다. 어디는 양말 브랜드와 색깔까지 규정된 것만 허용한다 하고, 어느 곳은 염색 금지는 물론 여름에도 하복 상의에 목 리본이 필수라고 한다. 우리는 왜 아직도 어떤 좁은 틀에 학생의 개성을 가둬놓지 못해 안달일까? 자유롭게 펼칠 젊은 개성들을 품기에 구습에 젖은 기성세대의 역량이 역부족이기 때문일까?

획일화되고 경직된 문화의 폐해는 심리적 유연성의 결여다. 심리적으로 유연하지 않으면 아집과 완고함으로 이어져 소모적인 갈등을 초래하기 쉽다. 곧 창의성을 무기로 AI와 경쟁해야 할 시대라고 한다. 그런 시대를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학교라는 시스템은 어쩌면 이미 낡아버린 제도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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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궁금한 게 많아 책에서, 사람들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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