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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산배(수출농가) 낙과현장
 진주문산배(수출농가) 낙과현장
ⓒ 류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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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선방을 했고, 완전 성공한 셈이다."

경남 진주 문산에서 배를 재배하는 김건수 한국배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한 말이다. 태풍 '힌남노'가 닥쳤지만 배를 먼저 수확하지 않고 뒀다가 생각보다 적게 떨어졌다면서 '선방'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지난 5~6일 사이 '힌남노'가 남부 지방을 강타했다. '역대급' 태풍 북상 소식에 누구보다 걱정했던 사람은 농민들이었다. 특히 과수농가들은 낙과를 걱정하며 노심초사했던 것.

이에 배와 사과에 '촉진제'를 준 일부 농가는 과일을 먼저 수확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 대표를 비롯한 한국배영농조합법인 소속 농가는 배 수확 시기가 아직 아니라고 보고 먼저 따지 않았다.

김 대표는 태풍이 오기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배 수확? 아쉽게도 저희는 못합니다. 맛으로 승부하는 우리는 설익은 배를 수출해 퀄리티를 낮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태풍이 큰 피해없이 지나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라고 빌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법인 소속 농가들이 태풍 오기 전에 배를 먼저 따지 않았던 이유는 '맛'을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설익은 배'를 수확할 수 없다고 봤던 것이다.

세찬 비바람을 몰고온 '힌남노'는 과일을 많이 떨어뜨렸다. 어느 정도였을까. 경남도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배 피해 면적은 168.5ha다. 진주 101.0ha, 사천 9.0ha, 밀양 0.5ha, 의령 0.8ha, 하동 50.0ha, 산청 0.1ha, 함양 2.1ha, 합천 5.0ha로 파악됐다.

사과는 경남 전체 185.6ha의 피해를 입혔다. 밀양(138.0ha)과 거창(35.1ha)이 심했다. 이밖에 대추와 단감, 키위, 복숭아, 블루베리, 무화과 농가들도 낙과 등 피해를 입었다.

이 수치는 경남도가 집계한 피해 면적이다. 이 면적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전체 과일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경남도는 '낙과율'을 별도로 집계하지는 않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시·군마다 지리적 환경은 다르다. 과일이 떨어진 피해 면적을 조사한 것이지 낙과율을 파악하지는 않았다"며 "그런데 이전 태풍에 비해 낙과율이 이번 태풍의 경우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배영농조합법인은 소속 농가 32가구에 대해 파악해 보니 이번 태풍으로 20~3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 낙과율이라면 '선방'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수출 배농가 32가구 전체에서 20~30%가량 떨어졌는데, 그 정도는 엄청 선방한 것이고,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이 오더라도 수확기가 아닌 배를 따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속으로 여간 걱정을 한 게 아니었지만 '선방'했다는 것이다.

그는 "배를 먼저 따지 않았던 것은 도박이 아니라 품질 좋은 과일을 생산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은 진정한 영농인으로써 선택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배영농조합법인 소속 농가는 배 수확을 앞당기기 위해서 성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배가 어느 정도 크기가 돼도 수확할 시기가 되지 않으면 따지 않는 것이다.

9월 25일 전후가 배 수확 적기로 보고 있다. 태풍이 오더라도 배의 맛을 위해서는 먼저 딸 수 없다고 '고집'을 했는데, '성공'한 셈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번에 낙과 피해를 많이 입지 않았다고 보지만, 70%가량 떨어진 농가도 있었다. 낙과율은 지형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는 "과수원마다 편차가 있다. 심한 데는 70% 정도 과일이 떨어진 곳도 있다"며 "주로 야산에 배를 재배하면 '골바람' 영향으로 평지보다 낙과가 심할 수 있다"고 했다.

김건수 대표는 2012년에 배 수출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조직을 결성해 안정적인 수출 물량을 확보했고, 품질관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신선 농산물 과수 분야에서 식품안전경영시스템 국제규격(ISO22000) 인정을 취득했다.

이 법인은 2018년 인도에 국내 최초로 국산 배를 수출했고, 캐나다와 호주, 태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김건수 대표는 2021년 11월 '농업인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태그:#태풍피해, #위험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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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진주시 동신제지노조위원장을 역임. 96년 파업관련으로 1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은적 있음. 2004년 민주노동당 진주시당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정치활동 시작. 2010년 진주시의원 출마 당선후 내리 삼선의원으로 활동. 202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후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활동을 하고 낮에는 개인사무실을 열어 정치활동 계속중임.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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