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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16일 오후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 배우자 이순자씨를 예방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16일 오후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 배우자 이순자씨를 예방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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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검증해온 범학계 국민검증단이 "충격적 내용을 발견했다"며 기자회견을 예고한 날이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조사 받으러 오라고 통보한 날이다. 대통령 배우자의 논문 표절 논란과 야당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 등 정치적 이슈가 동시에 터지는 셈이다.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3개 학술단체들로 구성된 국민검증단은 6일 오전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김건희 여사 국민대 논문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대국민보고회를 연다. 검증단에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견했다"고 예고까지 했다.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동규 동명대 교수는 지난 8월 31일 페이스북에 서 "그녀(김건희)가 저지른 연구부정 행태 가운데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황당한 내용이 많다"면서 "인생의 모든 걸 걸고 공부에 매진 중인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크게 분노할 내용"이라고 적었다.

이같은 설명을 볼 때, 국민검증단은 김 여사의 박사 논문에 대한 추가 표절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단의 예고대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표절 사실이 드러난다면, 당사자인 김 여사를 비롯해 면죄부를 준 국민대에 대한 비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더 악화되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검증단의 대국민보고회가 잡힌 같은 날,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잡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 성남시 백현동 용도 변경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직 야당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는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논란과 더불어 파급력이 큰 이슈다. 국민검증단 조사가 발표되더라도 여당이 화력을 집중하면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이슈기도 하다.

그런데 주목할 지점은 이 대표가 출석 요구를 받은 시점이다. 국민검증단이 국민보고회 일정을 밝힌 날은 8월 31일이었다. 그리고 이튿날인 9월 1일 검찰이 이 대표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했다. 시간 순서대로 보면 김 여사 논문 표절 기자회견 일정이 발표되자,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 일정을 통보한 모양새가 됐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BBK 판결 빨아들인 서태지-이지아 보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1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1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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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검찰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소환 일정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표 소환일로 발표된 날이 6일, 김 여사의 논문 관련해서 논문 표절 여부 결과 발표가 예고된 날 역시 6일"이라며 "(국민검증단에서) 충격적 내용이 발견됐다고 예고 된 바 있는데 하필이면 왜 같은 날 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현 시점에서 검찰이 이 대표의 소환일을 정하면서, 국민검증단 발표일까지 고려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론의 관심을 끄는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던 '우연'은 과거에 적지 않았다. 지난 2011년 4월 21일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BBK 수사 과정에서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의 회유 압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다. BBK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수사팀이 김경준씨에게 수사 과정에서 회유를 했다는 <시사IN> 보도에 반발한 검찰이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건이었다.

법원은 "기사에 보도된 김씨의 자필 메모와 육성 녹음이 실제 존재하는 등 기사의 허위성을 인정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BBK 의혹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굉장히 곤혹스러울 수 있는 판결이었다.

그런데 같은 날 한 스포츠 신문의 단독 보도는 BBK 판결을 비롯한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가수 서태지씨와 배우 이지아씨의 '위자료 및 재산 분할'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였다. 서태지씨와 이지아씨가 혼인 관계였다는 기사는 여론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그날 KBS '뉴스9'와 SBS '8 뉴스', MBC '뉴스데스크' 등 지상파 3사의 프라임 뉴스는 '서태지-이지아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지만, 'BBK 판결'은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다음날(23일) 신문 지면에 서태지-이지아 스캔들을 상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BBK 판결 기사는 지면에 올리지 않았다. BBK 판결은 깨끗하게 잊혔다. 당시 이를 두고 '정권 음모론'이 제기됐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보수언론들, 이 대표에게 훈수 
  
<조선일보>의 9월5일자 사설
 <조선일보>의 9월5일자 사설
ⓒ 조선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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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소환 일정을 하루 앞둔 5일, 보수 언론들은 사설과 칼럼으로 이 대표에게 훈수를 두는 등 군불을 지피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 사설에서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검찰 조사를 못 받을 이유가 없다. 검찰 소환에 당당하게 응해 제기된 의혹들에 성실히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당당하다면 소환에 응해 분명하게 소명하면 된다. 이 대표는 그러나 직접적이고 깔끔한 길 대신 '정치보복'이니, '전쟁'이니 하며 진실을 혼미하게 하는 정쟁화의 길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도 "검경에 대한 비판 여론을 통해 이 대표를 향한 수사를 무디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썼다.

이 대표에 대해 연일 각을 세우는 보수 언론들이 6일 '김건희 논문 검증 결과'와 '이재명 대표 검찰 소환'을 어떤 시각과 방식으로 다룰지 주목된다. 

태그:#이재명,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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