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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9년에 등단을 했으니 이제 13년 차 시인이 되었습니다. 13년이 지나는 동안 두 권의 시집을 발간했으니 시인으로서 꾸준한 활동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2016년 발간한 첫 시집인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는 2003년 의료사고로 아이를 잃은 경험을 바탕으로 엮어 낸 시집이고, 2020년 발간한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단상을 기록한 시집입니다.

시집 발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기 위해 시를 쓴 것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만을 위해 시를 쓰는 것이라면 시집으로 묶을 이유도 없습니다. 나 혼자만을 위해서 쓴 시라면, 일기장에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꽃이 될 수 있습니다. 용인 동네책방 <반달서림>에서 열린 시 낭독회
 당신을 위해서라면 꽃이 될 수 있습니다. 용인 동네책방 <반달서림>에서 열린 시 낭독회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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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발간한다는 것은 독자와 만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한 권의 시집으로 발간한다는 것은 '독자와 만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을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부릅니다. 제 시집이 그러했던 것처럼 다수의 시집은 1쇄도 다 팔리지 않습니다. '팔리지 않는 시집을 발간하는 시인'과 '시를 읽지 않는 독자', 이 상관관계는 '모순'이라는 단어가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모순적인 문제 앞에서 저는 머리를 싸매는 대신 몸으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제 해결책은 독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시 낭독'입니다.

제가 시 낭독으로 독자를 만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김승일 시인이 제안으로 시작한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우이시)>입니다. <우이시> 시 낭독회는 2020년 2월 서울 은평구 <니은서점>을 시작으로 2022년 8월 28일 화성 동네서점 <다락>까지 총 22회의 낭독회를 진행했습니다.

<우이시> 시 낭독회의 특징은 김승일 시인의 따뜻한 다독거림과 주영헌 시인이 들려드리는 노래와 연주, 그리고 만담에 가까운 두 시인의 대화입니다. 진지하지만 동시에 웃음이 넘치고 눈물과 감동이 있는 시 낭독회입니다. 코로나19로 2021년 한해 낭독회 개최를 하지 못한 것을 고려한다면, 월 1~2회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성 동네책방 <다락>에서 열린 시 낭독회
 화성 동네책방 <다락>에서 열린 시 낭독회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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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앱인 <클럽하우스>에서는 매일 새벽 시 낭독회를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2021년 6월 27자 뉴스 <시인입니다, 매일 새벽 6시 이걸 합니다>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카카오음>과 <클럽하우스>를 통해 새벽 6시 시 낭독을 들려드리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비록 <카카오음>이 사업에서 철수를 하여 계속하지 못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오늘까지 시 낭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평일(월~금) 새벽 6시 30분부터 7시까지 30여 분간 6~7편의 시를 시 해설과 함께 읽어 드리고 있습니다.

시낭독에 진심인 시인이 된 까닭

그렇다면 제가 왜 '시 낭독에 진심인 시인'이 된 것일까요. 오랫동안 시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시는 일차적으로 타자의 삶을 얘기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그 삶에 귀 기울일 때 타자(화자)의 삶은 나의 삶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공감'이라고도 부릅니다.

공감 없이 언어유희로 쓰인 시를 읽으면서, 재미있기는 하지만 저 시가 코미디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시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모든 시는 의미 있지만, 공감되지 않는 시를 읽으며 공허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땐,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공감이란 삶과 삶이 이어질 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시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담아낼 수 없겠지만, 끝끝내 삶에 닫고자 하는 의지를 보일 때, 시는 문자의 한계를 넘어 우리에게 다가와 공명하게 됩니다.
 
시 낭독에 진심인 김승일 주영헌 시인
 시 낭독에 진심인 김승일 주영헌 시인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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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 낭독회는 처음이라며 반신반의하여 온 독자분들이 행사가 끝났을 때 '이렇게 낭독회가 감동적이고 재미있을 줄 몰랐다'고 얘기하는 환한 얼굴을 보며, 내 마음도 같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두 시간 가량의 시 낭독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넣기에 낭독회가 끝날 때 기진맥진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 단 한 번도 즐겁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시는 독자뿐만이 아니라 힘들었던 내 마음도 함께 어루만지기 때문입니다.

시는, 시인은 지면(紙面)이 아니라 지면(地面)으로 나와야 한다

저는 시는 지면(紙面)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면(地面)으로 나와서 사람과 만나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시는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우이시>와 <클럽하우스> 시 낭독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시와 산문은 오마이뉴스 연재 후,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blog.naver.com/yhjoo1)에 공개됩니다.


태그:#시낭독회, #우이시낭독회, #김승일시인, #주영헌시인,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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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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