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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023년 교육부 예산안의 얼개가 나왔습니다. 101.8조 원으로 100조 원을 넘었습니다. 숫자들의 이야기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유치원부터 특수학교까지 우리 자녀들에게 쓰이는 교육 교부금은 77.3조 원입니다. 올해 본예산 65.1조 원보다 늘어나긴 하지만, 추경에 세계잉여금 정산까지 합하면 올해 예산이 81.3조 원이라 '정말 늘어난 것일까' 애매합니다. 내년 추경과 정산이 만약 적으면 교부금은 '감소'입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이, 본예산끼리 살펴보면 증가이지만 추경에 세계잉여금 정산까지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내년은 감소일 수 있다.
▲ 교육 교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이, 본예산끼리 살펴보면 증가이지만 추경에 세계잉여금 정산까지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내년은 감소일 수 있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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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교부금 일부 등으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유·초·중·고 돈을 빼서 대학에 쓰겠다는 의미인데요. 성사되면 교부금은 줄어듭니다.
 
유보통합 '0원'
 
교육부 예산안의 핵심은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 집중지원'입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4개 사업은 1310억 원에서 3125억 원으로 138.5% 증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을 산업인력 공급으로 바라보면서 반도체를 강조한 영향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반도체와 디지털 분야 인력공급 예산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예산 증가는 더딥니다. '소외계층 대상 맞춤형 영재교육 지원' 사업은 15억 3000만 원에서 16억2500만 원으로 6.2% 증가입니다. 첨단분야 내에서도 격차 해소보다 인력공급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사업도 아쉽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방대 살리겠다는 취지이지만,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1500억 원 동결입니다. 전문대학과 지역사회 살리는 고등직업교육 거점지구 사업도 405억 원 그대로입니다.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대목입니다.

입시비리 조사팀 예산은 '0원'입니다.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인데 설치 움직임만 있고 예산은 없습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윤중초등학교 내 병설유치원을 방문해 2학기 개학에 따른 학교 방역 관리상황 등을 점검하며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8.26
 장상윤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윤중초등학교 내 병설유치원을 방문해 2학기 개학에 따른 학교 방역 관리상황 등을 점검하며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8.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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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예산도 없습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84번)'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46번)'이란 이름으로 유보통합 추진단을 설치 및 운영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예산엔 담겨 있지 않습니다. 
 
유보통합은 박순애 전 부총리의 만 5세 취학 추진이 무산된 이후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자녀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유보통합이고, 그것과 연결된 유아 무상의무교육입니다. 지난 9일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국회 교육위에서 "유보통합추진단 설치나 시범사업 방안 마련을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유보통합은 시간이 오래 걸릴 사안이라 정권 초기부터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텐데 내년 예산안엔 이와 관련한 예산 편성이 없습니다. 유보통합 추진단 예산도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누리과정 단가 동결, 학부모 부담 아쉬워
 
만 3~5세 자녀들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은 3조 8290억 원에서 3조 4700억 원으로 총액 감소입니다. 저출산으로 원아수가 감소하는 영향인 만큼 이해됩니다.
 
문제는 총액 아니라 '단가'입니다. 누리과정은 유아 1인당 많게는 월 35만 원 지원입니다. 그럼에도 부모는 유치원에 돈을 냅니다. 2021년 사립유치원의 경우 평균 19만8000원이었습니다. 누리과정과 원비 상한제가 있지만 만 3~5세 자녀를 둔 학부모는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이나, 유치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부담을 줄이려면 누리과정 단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2만 원씩 세 번 높였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동결'입니다. 유아 가정의 교육비 부담에 관심 적은 것으로 평가받을지 모릅니다.
 
영유아기 연령대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학령인구 절벽의 두 번째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8월 30일 나온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88개 유치원이 폐원했습니다. 그중 154곳은 사립입니다.
 
유치원 단계에서는 시작된 듯 합니다. 몇 년 뒤 초등학교로 파도가 밀려올 겁니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폐교입니다. 사립유치원, 도시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순서로 예상됩니다. 신입생 감소로 폐교를 결정한 서울 도봉고 같은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충격에 대비하는 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 이 참에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려는 접근이 요구됩니다. 예산을 그 방향으로 편성하면 좋겠지요.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은 반도체 인력공급이 중심입니다. 어떤 교육청은 지금도 디지털 기기 나눠주기에 매진합니다. 적절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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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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