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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사랑받는 유명인들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까요? 현직 아나운서와 비즈니스 매너 강사가 '국민멘토'들의 화법과 태도를 세 편에 걸쳐 분석합니다.[편집자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 더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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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 기업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연예인보다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건 단순히 요리 실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그의 화법과 태도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프로일수록 쉽게 말한다

임희정(아나운서, 아래 임) :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쉬운 레시피만큼이나 말도 쉽게 합니다. tvN <집밥 백선생> 등 요리 프로그램에서도 전문용어나 어려운 표현은 하나도 쓰지 않습니다. 계량할 때도 온스, cc, 그램 대신 밥숟가락 또는 종이컵으로 표현합니다. 말을 쉽게 하니 요리도 쉬워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어려운 단어나 있어 보이는 표현을 쓰는 것이 멋지게 말하는 방법이라고 착각하는데요, 쉬운 말을 쓰면 그만큼 이해하는 청중의 범위도 넓어집니다. 아마추어는 프로처럼 보이려 어려운 용어를 쓰고, 프로는 아마추어를 위해 적절하고 쉽게 표현합니다.

다만 백 대표도 같은 요리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전문용어를 쓰며 해박한 지식을 풀어내곤 합니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대화의 수준과 표현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이야말로 말하기의 진정한 고수 단계입니다.

이상화(비즈니스 매너 강사, 아래 이) : 백 대표의 목소리 역시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요소입니다. 대화할 때 그의 목소리는 큽니다. 톤도 높은 편이어서 말이 더욱 또렷하게 전달돼요. 학교에서 발표하거나 회사에서 보고할 때, 누군가에게 지식·정보를 교육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는 목소리의 크기와 톤에 신경 써보세요. 자신감을 드러내거나 전달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며, 기본적인 신뢰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맞아요. 아나운서 아카데미 커리큘럼의 첫 번째가 발성 연습입니다. 성량을 키우고 호흡량을 늘리는 것이 자신감을 키우고 좋은 목소리를 갖게 하는 중요한 기초 단계이기 때문이에요.

또 백 대표는 상대방의 상태를 살피는 말로 다가가는 화법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상태를 점검하거나 조언해 주기 위해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갈 때면 "아이고, 얼굴이 지치셨네요" "잘 지내셨어요? 힘들지요?" "표정이 밝아졌는데요?"라고 매번 말문을 먼저 열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프랜차이즈 식당을 방문할 때도 먼저 손님들에게 "뭐 드시러 오셨어요?" "맛있게 드셨어요? 덕분에 잘살고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하고요.

회의나 미팅 등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를 때 이런 화법을 쓰면 아주 좋습니다. 상대방의 상태를 표현하며 말문을 열면 경계를 풀면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편한 말로 저는 이걸 '아주머니 화법'이라고 합니다. 제가 만난 '처음 보는' 아주머니들은 항상 쉽고 친숙하게 말을 건네곤 합니다. 장바구니에 담긴 것들을 보며 "대파가 실하네. 얼마예요?" 묻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땐 "아이고, 가방에 뭐가 그렇게 많이 들었대. 여기 내려놔요"라며 안내해 줍니다. 친화력은 이런 다정함과 관심 사이에서 나옵니다.

'말의 순발력'을 늘리는 법
 
요식 기업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연예인보다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건 단순히 요리 실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식 기업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연예인보다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건 단순히 요리 실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 오마이스타, 더본코리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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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대표의 화법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일종의 쾌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듣는 맛이 있는 말'이라는 의미인데요. 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싣는 '장사 이야기'를 보면 장점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요식업 종사자들의 질문에 최선의 답을 돌려주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험과 현 상황 진단, 업계의 전반적인 경향 등을 총체적으로 조합해가며 술술 풀어갑니다.

저는 이걸 '말의 순발력'이라고 표현합니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 정보 등이 준비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이야기를 골라 입으로 내뱉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말을 막힘없이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은 듣는 쾌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신뢰감을 주죠. 

백 대표처럼 '말의 순발력'을 갖추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말의 재료가 되는 이야기들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의 머리와 가슴에는 여태까지 쌓아온 실패와 성공에 대한 경험, 만나온 사람들의 사연, 음식과 사업에 대한 지식과 지혜 등 수많은 재료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준비한 재료들을 말로 유려하게 풀어놓을 줄 알아야 하는데, 사실 많이 이야기해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운전이나 운동도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늘듯이 말도 자주 할수록 잘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중요한 건 독백이 아닌 타인과의 대화를 최대한 자주 시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대일이나 1 대 다수, 혹은 청충 앞에서의 발표 등 타인에게 내 말을 전달하는 형태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민망하고, 부족하겠지만, 횟수가 늘어가면서 발전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의 소통 능력은 바로 끊임없이 질문과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그 능력이 가장 빛났던 프로그램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인데요, 백 대표는 실시간 채팅창에서 반응을 보이고 의견을 내는 시청자들에게 매번 적극 응했습니다. 칭찬에는 감사하다는 표현으로, 농담에는 리액션으로, 조언이나 제안은 바로 수긍해 다음 방송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때문에 시청률은 가장 높았고, 그의 레시피는 유명해졌고, 대중들은 그와 그의 방송을 모두 좋아했습니다.

소통은 말로 교류하는 행위입니다. 잘 듣고 잘 말해야 합니다. '질문과 답'을 잘하는 겁니다. 이는 엄밀히 말해 번거롭고 귀찮고 품이 드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기꺼이 그 일을 즐겁게 했고, 덕분에 대중의 인기와 신뢰를 얻게 됐죠.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내가 존재하는 곳, 일하는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묻고 답하세요. 그리고 그걸 즐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맛있쥬?" "괜찮쥬?" "쉽쥬?"의 힘
 
요식 기업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요식 기업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 더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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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시원스러운 말투를 구사하는 백 대표는 분명 말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와 같이 특별한 성공을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머리와 가슴에 좋은 내용을 가득 채우고 상대를 배려하는 대화를 구사할 수 있다면 우리도 그 못지않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백 대표는 레시피를 알려줄 때마다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로 "맛있쥬?" "괜찮쥬?" "참 쉽쥬?"를 반복하는데요. 말은 생각보다 힘이 세서 말에 따라 생각도, 행동도 변합니다. 괜찮지 않은 일도 괜찮다 생각하고, 어려운 일도 쉽다고 여기면 그렇게 됩니다. 그가 연구한 쉬운 레시피와 위의 세 가지 표현이 만나자, 정말 우리는 그가 알려준 음식이 맛있었고, 어떤 식재료든 괜찮았고, 요리도 쉬워졌습니다.

나는 과연 평소에 어떤 표현을 자주 쓰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많이 그리고 자주 내뱉는 말이 곧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줄 요약]
- 쉽고 크게 말하라.
- 어떻게 말문을 열지 모를 때는 '아주머니 화법'을 써라.
- 끊임없이 묻고 답하라.

□ 필자 소개

임희정(limanna0520@naver.com) : 12년 차 아나운서. 말을 업으로 하며 산다. 매일 뉴스를 전하고,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 앞에 서고, 아나운서 준비생들을 가르친다. 제주MBC·광주MBC 아나운서를 거쳐 현재 SK브로드밴드 뉴스앵커로 활동한다. 책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를 썼다.

이상화(commentstar@naver.com) : 10년 차 매너소통 강사. 기업·공공기관·학교 등에서 비즈니스 매너와 태도, 에티켓을 강의한다. 유튜브 채널 '러브앤매너'를 운영 중이며 책 <비즈니스 매너 바이블>을 썼다.

태그:#백종원, #화법, #매너, #국민멘토, #스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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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삶의 면역력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매너와 태도, 관계와 소통을 강의하는 10년차 강사. 다른 사람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최고의 방법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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