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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극적으로 봉합된 이후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 문제가 과제로 남았습니다. 8일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정부‧여당은 '사측 손해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 야당은 '파업 노조 상대 거액의 손배‧가압류는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특히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파업 종료가 바로 면책으로 이어진다면 어느 누가 불법파업을 주저하겠느냐"며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대우조선 같은 문제가 악순환이 되면 불특정 다수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말하는 '불법파업'이란 무엇일까요? 매일노동뉴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정말 '불법'일까>(7월 20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합법파업은 무수한 장애물을 건너야 얻을 수 있는 명칭"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파업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방법과 절차도 법이 정한 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은 합법"이라고도 하는데요. 우리에겐 정부‧여당이 말한 '불법파업' 표현이 더 익숙하고 '합법파업' 표현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집니다. 언론이 정부‧여당의 '불법파업'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언론 스스로 이를 '불법파업'이라고 부르며 낙인찍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대우조선해양 보도 표현, '불법파업' 450건 > '합법파업' 6건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검색한 결과 파업이 시작된 6월 2일부터 8월 2일까지 두 달간 '대우조선해양 파업'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는 총 2435건입니다. 이중 '불법 파업'이란 표현이 담긴 기사는 450건으로, 관련 기사 5건 중 1건에서 불법 파업이란 표현이 쓰였습니다. 반면 '합법 파업'이란 표현이 담긴 기사는 6건에 불과해 '불법 파업' 450건과 비교하면 75배 차이가 납니다. 비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관련 보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빅카인즈에서 검색 가능한 전체 기간(1990년 1월 1일~2022년 8월 2일) 동안 '불법 파업'으로 검색하면 1만2101건 기사가 나오는 데 반해 '합법 파업'으로 검색하면 겨우 510건이 검색됩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관련 보도에서 '불법 파업' 단어를 가장 많이 쓴 곳은 조선일보로 '불법 파업' 표현이 쓰인 450건 중 47건이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다음으로 YTN 34건, 서울경제‧매일경제 각각 31건, 중앙일보‧문화일보 각각 24건, 아시아경제 22건, 세계일보 21건, 한국경제 20건, 머니투데이 19건 순입니다. 상위 10개 언론사 중 5개가 경제일간지인 겁니다. 빅카인즈에 서비스되지 않는 연합뉴스TV와 연합뉴스‧뉴시스‧뉴스1의 경우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검색해본 결과 같은 기간 연합뉴스TV 19건, 연합뉴스 56건, 뉴시스 50건, 뉴스1 73건의 '불법 파업' 표현 사용 기사를 확인했습니다.
 
△ 빅카인즈 대우조선해양 파업 관련 ‘불법 파업’ 표현 사용한 언론사별 보도건수(6/2~8/2) ⓒ민주언론시민연합
 △ 빅카인즈 대우조선해양 파업 관련 ‘불법 파업’ 표현 사용한 언론사별 보도건수(6/2~8/2)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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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대통령 '불법파업' 단정적 발언 받아쓰기

물론 '불법 파업'이란 표현을 기사에 썼다고 해서 전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모는 내용인 것은 아닙니다. 한겨레 <민변 "대우조선 하청 파업…불법 자행한 건 사용자">(7월 19일 신민정 기자)처럼 윤석열 대통령 등이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데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성명을 받아쓴 기사도 있고, 한국일보 <메아리/'불법파업'이라는 낙인찍기>(7월 22일 이왕구 논설위원)처럼 '불법 파업' 프레임을 직접 반박하는 내용의 칼럼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사가 대우조선해양 사측이나 윤석열 대통령 등이 '불법 파업'이라고 언급한 발언을 그대로 받아쓴 내용입니다. 인용 없이 단정적으로 '불법 파업'이라 쓴 언론도 있습니다. 일례로 '불법 파업' 표현이 가장 많은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또 시너통에 고공 농성, 시대착오 극렬 투쟁 언제까지 할 건가>(7월 16일) 첫 문장에서 "민주노총 소속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조의 불법 파업이 40일 이상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지자…"라고 썼고 <윤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대우조선 공권력 투입 시사>(7월 19일 김동하 기자) 첫 문장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 노조의 불법 파업 사태와 관련해…"라고 썼습니다.

서울경제 <경찰 수장, 헬기타고 거제로…불법 파업 공권력 투입 '압박'>(7월 19일 박형윤 기자), 아시아경제 <대우조선 불법 파업 현장 달려간 경찰 수장…공권력 투입 임박>(7월 19일 조성필 유병돈 기자), 중앙일보 <영상사설/불법파업에 대우조선 협력업체 줄도산, 엄정 대응해야>(7월 19일) 등은 기사 제목부터 '불법 파업'으로 단정한 표현이 사용된 보도입니다.

게다가 '불법 파업' 단어를 가장 많이 쓴 10곳 중 YTN을 제외한 대부분 언론은 이번 파업을 '불법 파업'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할 뿐 위법성을 따져볼 부분은 무엇인지,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이러한 보도에 문제는 없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자본권력의 '불법파업' 프레임 함께 깨야

매일노동뉴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정말 '불법'일까>(7월 20일)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합법이라고 보도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지회는 올해 22개 협력사와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최초로 진행했고, 지난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으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거쳤고, 정식으로 쟁의권을 획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방법과 절차를 따랐다는 설명입니다.

조합원 6명이 1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점거한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다퉈야 할 지점"이라면서도 "사측 관리자 집단과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자 1도크 점거농성을 시작"했다며 그 배경을 알렸는데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7월 19일 성명에서 "설령 파업투쟁 과정에서 일부 위법사항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곧바로 부정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고 꼬집었습니다. 즉, 이번 파업에서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지점이 있을 뿐 '불법파업'으로 단정하여 부를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청노동자 파업에 '불법파업' 이름을 붙인 것은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사, 정부‧여당, 그리고 이들의 '불법파업' 낙인을 그대로 받아쓴 언론입니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 제33조 1항에 명시된 노동3권입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파업 과정 속 위법행위이지, 헌법적 권리인 파업은 합법입니다. 언론은 파업에 불법 낙인을 찍는 정치‧자본권력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기보단 이 프레임의 의도와 결과를 고민하며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6월 2일~8월 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키워드로 검색한 기사 중 '불법 파업'이란 표현이 사용된 기사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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