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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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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님께. 8월 1일부터 5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보도된 기사들을 통해 '가능하면 일 같은 건 덜 할 예정이며 산보도 하고 영화도 보신다'고도 들었습니다.  

'휴가를 잘 보낸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휴가기간에는 할부를 내서라도 가까운 나라로 떠나곤 했어요.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져오는 주변 소식들에 쉽게 마음이 울컥하고했던 저를 제가 잘 알기 때문에 '한국말이 아니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나라'에 가서 모든 뉴스로의 접근을 차단하자는 저의 철저한 의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찾아온 이후, 저는 그런 여행을 떠나지 못한 지 어언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하겠다는 대통령님의 계획을 전해듣고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핸드폰만 보면 다양한 뉴스들을 접할 수 있어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분명 휴가임에도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통해 대통령의 '의중'이 전해지는 것이라고도 생각하며 동시에 어떤 영화를 봐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5일이라는 휴가 기간 동안 영화를 선택한 대통령님의 선호를 바탕으로 그 시간을 채우면 좋을 한 다큐를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아빠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현우의 이야기, "안녕 히어로"
 
다큐<안녕 히어로> 포스터
 다큐<안녕 히어로> 포스터
ⓒ (주)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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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안녕 히어로>입니다. 제가 <안녕 히어로>를 보게 된 건 다큐 상영회의 GV 사회자라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였어요. 뭐든 기회가 생기면 잘 나서는 성격인 저는 그 날도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았는데요. 다큐를 보는 내내, 그리고 사회를 보는 내내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다큐에 나온 현우에게 감정이입을 한 덕분이었어요. 

다큐는 아빠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아들 현우의 시선을 쫓아가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아빠와 함께 생활기록부를 쓰는 10대 소년 현우는 아빠의 직업을 채우는 항목 앞에서 뭐라고 적을지 고민에 빠지는데요. 빈 칸을 채울 답의 예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무직, 사회활동가, 노동운동가.' 현우에게 아빠는 분명 출근하는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지는데도 계속 싸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현우의 아빠는 바로 해고노동자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큐를 보면서 해고노동자들의 계속되는 싸움에서 다뤄지지 않는 이야기, 즉 해고노동자를 둘러싼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현우네 가족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지만 사실 욕심이 많은 저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던 감독의 따스한 시선이 참 부러웠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감에도 바라보는 이야기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에 제 스스로 반성하면서도 동시에 다큐 덕분에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님께 이 다큐를 추천드리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자 목소리 낸 시민과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시민들의 삶을 놓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추천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어제 목격한 한 장면 때문이기도 합니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당사자 간 문제이기에 정부의 대응은 필요하지 않다"는 식의 발언을 했습니다. 대통령님은 1일 휴가를 떠나셨지만, 언론 등을 통해 종종 '의중'이 담긴 이야기들이 보도되기도 했기에, 조금은 다른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았지만요. 
 
"옛날에는 그냥 같이 놀아주는 아빠였는데, 지금은 같이 놀아주려고 많은 시간을 고생한 아빠로 바뀐 것 같아요."

다큐 <안녕 히어로> 현우의 말입니다.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전제로 가능해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냉혹한 현실임을 돌아보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님이 이 다큐를 보고 현우의 시선을, 그리고 이를 쫓고자 했던 감독의 마음을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원칙대로 해"라며 호탕하게 말해오셨던 만큼, 이들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필요로 하는 '원칙'에도 관심을 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당사자 간의 문제로 방치하기보단 우리 시민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의 문제로 대통령님께서 살펴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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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의당에서 활동하는 혜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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