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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새로운 길에 섰습니다. 늘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살아온 삶을 마무리하고, 이제 온전히 '내 자신'을 향한 길을 향해 가보려 합니다. [기자말]
출근을 하면 아래층 매장에서 텀블러 두 개에 물을 가득 채워 내가 일하는 2층으로 오른다. '안녕하세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환복을 하고 '꽈배기부터 튀기겠습니다'라는 말로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일을 하는 4시간 내내 라디오가 켜져 있다. 집에서는 클래식 FM이나 가끔씩 듣던 내게 하이톤으로 하루를 여는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처음엔 거슬렸다. 속으로는 '아이, 시끄러' 했지만 어디 내가 채널권이 있는 짬밥인가. 그런데 묘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 방송에 몰입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날이 그날같은 매일매일이지만 라디오에 등장하는 주간 코너로 '아, 오늘이 무슨 요일이구나' 하고 새삼 깨닫기도 한다. 
  
놀러간 지인이 보내 준 '방콕' - 눈으로만 휴가
 놀러간 지인이 보내 준 "방콕" - 눈으로만 휴가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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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는 언감생심

7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부쩍 '휴가' 이야기에 대한 빈도수가 높아졌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하며 바다 노래도 자주 출몰한다. 청취자 중에 바다니, 계곡이니 하며 떠난 곳에서 사연을 보낸 이들도 있다. 그걸 들으니 '아~ 휴가철이구나' 싶다.

휴가? 알바에게 휴가는 언감생심이다. 왜냐하면 알바는 일하는 만큼 돈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이 들어갈 때 맘 다르고 나갈 때 맘 다르다더니, 일을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때는 언제고 막상 일을 하고 한 달이 다가오니 심란해졌다. 8시에서 12시까지 딱 내가 기존에 하던 일과 병행하기 좋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2022년 시급 9150원에 내가 일한 날짜를 계산해 보니 100만 원도 안 되는 거였다. 

아들은 오랜 시간 내가 글을 써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명예직'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 내내 열심히 써도 30만 원을 받기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가르치는 일도 가물에 콩나듯, 그래도 오랜 시간 해온 그 일들을 놓지 못해 오전 시간만 할 수 있는 알바를 구했는데, 이리저리 따져봐도 매달 나가는 빚을 갚고나면 생활비가 너무 빠듯하다. 종일 알바를 구해야 하나.

아직 일은 일대로 힘들고, 적응하지 못해 몸은 몸대로 고된 채 한 달이 되어갈 즈음,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이거 참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구나 싶으니 기운이 나질 않았다. 오죽하면 매일 라디오에서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는 '백화점 상품권'을 보내드린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 저걸로다가 돈을 더 벌어봐? 하며 사연을 보내봤을까.

사실 오랜 시간 글을 써온 내가, 새삼 라디오 사연을 보내는 게 어쩐지 반칙인 거 같았지만 백화점을 가본 지가 오래된 내게, 그 백화점 상품권이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얼마 짜린지는 몰라도, 그 백화점 상품권 하나면 장을 푸짐하게 보겠다며 혼자 꿈에 부풀었다. 

쓰던 가락이 있어서인지 처음 보낸 사연이 당첨되었다. 매일 날마다 출근길에 서있는 오래된 거리의 가로수들을 보며, 그들이 견뎌온 세월을 떠올리며 내 마음을 다잡는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마침 근무하던 일요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 사연에 기사님과 함께 손을 맞잡고 좋아한 것도 잠시, 백화점 상품권이 도착할 날만 학수고대했다.

그 '견물생심' 백화점 상품권에는 후일담이 있다. 벼르고 벼르던 백화점 상품권, 그런데 라디오 당첨 선물은 목이 빠지다 못해 지쳐버릴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도착했다. 등기가 도착한 그 시간 일을 하는 시간이어서 우편함에 넣어 달라고 했는데 가보니 없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받은 상품권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상품권을 받는다는 사실에 흥분한 내가 집주소 숫자 표기를 잘못했던 것이다. 다른 집으로 간 상품권, 그 집 우편함을 열어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고, 급한 맘에 그 집까지 찾아가서 물어봤는데 주인 할아버지의 노발대발만 마주하게 되었다. 다 된 밥에 코빠뜨린다더니... 막상 속이 상해야 하는데, 내가 자초한 어이없는 상황을 깨닫고 나니 외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아, 내가 아직 백화점 들락거릴 때가 아니구나.

백화점 상품권 이야기는 후일담이지만 당시 그만큼 내 마음이 쫓겼었다. 살림을 작파하고 나섰는데 내 생활을 감당해야한다는 부담이 컸었다. 더구나 일을 시작한 첫 달, 아직 알바와 오후의 일을 병행하기 힘들어 오후에 글쓰는 일을 쉬고 오전 일을 하고 돌아오면 무작정 쉬고 보니 더 마음이 쫓겼었다. 그래도 한 달이 흘러 드디어 빵집 알바로 일한 첫 달의 돈을 받는 날이 되었다. 
 
놀러 간 지인이 보내 준 '방콕' - 눈으로만 휴가
 놀러 간 지인이 보내 준 "방콕" - 눈으로만 휴가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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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 수당, 감사합니다

통장의 돈을 확인한 나는 바로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사장님, 혹시 계산을 잘못하신 게 아닐까요? ', 분명 내가 계산한 걸로는 90여만 원인데, 100만 원이 조금 넘은 돈이 입금이 되었기 때문이다.

"맞아요, 주휴수당까지 합쳐서."
"주휴 수당이라니, 감사합니다."


알바 초년생인 나는 주말에까지 일을 하게 되면 '주휴수당'이 더해진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물론, 후에 기사님을 통해 '주휴수당'이 법으로 정해진 것임에도 편법을 쓰지 않고 주휴수당까지 챙겨주시는 사장님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 내가 일하는 매장이 꽤나 그래도 알바생들을 '인간적으로' 배려해 주는 곳이라는 또 다른 후일담을 듣게 되었다. 

맞다, 나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게 주 6일을 근무한다. 처음에는 일요일에 쉬었다가, 내가 쉬는 날 대신 일해주시는 '선배' 언니가 교회를 가셔야 하기에 토요일 단 하루를 쉰다. 처음에는 그간 평생교육원에서 그림책 수업을 듣던 수요일에 쉴까도 싶었지만, 그래도 남들 다 쉬는 날 하루 쉬는 게 낫지 싶어서 주말로 정했다. 한 학기에 몇 십만 원 내는 그림책 수업은 어차피 이제 내겐 그림의 떡이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나이에 주중이고 주말이고 그게 무슨 의미일까 싶다. 어차피 더 나이들면 쭈욱 주말이 되지 않겠는가. 아끼면 뭐하나 아직 '가용'일 때 열심히 달려보자 했는데, 주말까지 일한 덕분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으니, '취업'이 된 이후로 두번째로 펄쩍 뛰게 기뻤다. 일이 주는 기쁨은 이렇게 '심플'하다. 90만 원이나 100만 원이나 10여만 원 차인데, 그 10만 원 돈에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런 처지이니 휴가는 언감생심이다. 일한대로 받는 내게 하루가 소중하다. 외려 여름 들어 사람들이 빵을 덜 먹고, 다들 휴가를 가니 빵이 덜 팔려 눈치가 보인다. 예전 장사가 안될 때는 여름 동안 '알바'를 빼기도 했었다는데 나보고 여름 동안 쉬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처지다.

날마다 만드는 빵의 개수가 줄고 있다. 어제는 '연유 크림빵'을 쉬라 하고, 오늘은 '매콤 아삭 고로께'가 빠졌다. 고르곤졸라 치즈빵은 사라졌다. 어서 빨리 여름이 지나고 휴가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빵을 많이 사먹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https://brunch.co.kr/@5252-jh)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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