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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의 반체제 인사 사형 집행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미얀마 군정의 반체제 인사 사형 집행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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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이 반체제 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자 국제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2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군정이 인권을 경시하고 사형을 집행한 것에 유감스럽다"라며 "잔인하고 퇴행적이자 군정 탄압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유엔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사형을 집행한 것은 1988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바찰레트 최고대표는 "미얀마에서 수십 년 만에 이뤄진 사형 집행은 생명권과 개인의 자유, 공정한 재판권에 대한 끔찍한 침해"라며 "이는 군정이 스스로 만든 위기에 더 얽매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정치범 석방과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미얀마 군정의 정치적 동기에 의한 사형 집행은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인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또 다른 발걸음을 의미한다"라며 "미얀마의 사형 집행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은 미얀마 군정이 민주주의 활동가와 선출직 지도자를 처형한 것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라며 "군정은 폭력을 멈추고 불법으로 구금한 사람들을 풀어줘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순회 의장국 캄보디아, 영국, 프랑스, 일본 정부 등이 이번 사형 집행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반면에 미얀마 군정과 가까운 관계인 중국은 "미얀마의 모든 정당과 정파가 국가와 민족의 장기적 이익의 관점과 헌법의 틀 안에서 갈등을 적절히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히는 데 그쳤다. 

수십 년 만의 사형 집행...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아 

전날 미얀마 관영 매체 <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는 민주 진영의 표 제야 또(41) 전 의원, 활동가 초 민 유(53) 등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형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가족들에게도 사형 집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는 이들 4명이 "테러 살해라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범죄 행위를 지시하고 조직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법적 절차에 따라 처형됐다"라고 밝혔다.

표 제야 또의 어머니는 AP통신에 "지난주 금요일에도 감독에 있는 아들과 화상으로 대화했다"라며 "사형이 집행될 것이라는 통보를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장례식 준비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힙합 가수였던 표 제야 또 전 의원은 과거에 힙합 가수로 활동하며 군정을 비판하는 가사를 썼다. 미얀마 민주화 인사 아웅 산 수치 전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지미'라는 별칭으로 더 알려진 초 민 유는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이른바 '88세대' 핵심 인사로 최근 쿠데타 이후에도 반군부 활동을 이끌다가 폭발물 및 테러자금 조달 혐의로 기소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다.

또 다른 두 활동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으나, 군사법원은 이들이 군정 정보원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살해한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미얀마 군정의 반체제 인사 사형 집행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미얀마 군정의 반체제 인사 사형 집행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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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일레인 피어슨 아시아 담당 국장 대행은 "미얀마 군정의 사형 집행은 잔혹한 행위"라며 "군정의 야만성과 인명 경시는 민주화 시위를 억누르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정에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고, 이런 잔혹한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형 집행에 대해 미얀마 군정은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미얀마에서 사형은 합법적이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라며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미얀마 군정은 지난 2020년 11월 민주 진영이 압승한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작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전권을 장악하고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유혈 진압하고 있다. 또한 민주 진영을 이끄는 수치 전 고문을 가택연금하고 국가기밀 유출, 코로나19 방역 위반 등 다양한 혐의로 기소했다.

미얀마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발발 이후 현재까지 군정의 유혈 진압, 고문, 폭력으로 숨진 사람이 2100명을 넘었다. 하지만 군정은 이 통계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태그:#미얀마 군정, #쿠데타,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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