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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출산 80일부터 직장을 나가면서 고이 남겨뒀던 육아휴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맞는 아이와의 시간이 제게는 선물이었습니다. 맛있어서 마지막에 남겨뒀던 값비싼 초콜릿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복직이 아닌 '퇴사'를 선택해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벌이로 생활하려니 생활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알아보다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딱 3시간 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어 일하게 됐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둘째날, 사장이 제게 내민 '표준근로계약서'에 저는 서명을 합니다. 저의 임금은 '최저임금'이 됐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성한 최저시급 계약서입니다
▲ 표준근로계약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성한 최저시급 계약서입니다
ⓒ 장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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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처음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 2018년에 기존 직원들은 3% 이하로 연봉을 올렸지만, 회사 말단 직원들이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급을 받고 있어 임금을 많이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제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저는 스스로 경력단절여성이 됐고,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됐습니다.

지난 6월 29일, 2023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는 기사를 보면서 얼마인지 살펴봤습니다. 2022년 최저시급 9160원에서 5% 상승한 9620원입니다. 제 시간당 가치가 내년엔 5% 상승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가는 5% 이상 오른 것 같지만 그래도 5% 상승이면 감사하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3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이 내민 이유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우리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고,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불안마저 야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한쪽에선 IT업계 개발자들은 연봉을 부르는 대로 주고도 모셔오기 힘들다는 소식도 스쳐 지나갑니다. 임금에도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니 상대적 박탈감이 밀려옵니다.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더라도, 나의 시간당 가치를 사회가 의문을 품더라도, 오늘도 아이를 웃으며 학교 보내고 최저임금이라도 주는 저의 일자리로 걸어갑니다.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태그:#최저시급, #임금양극화, #사회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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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맞벌이, 지금은 전업주부 하지만 고군분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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