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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립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공터) 이승훈 센터장이 마을 교육생태계 활성화 특강을 하고 있다.
 ‘노원구립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공터) 이승훈 센터장이 마을 교육생태계 활성화 특강을 하고 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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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지정, 고시한 '인구소멸지역 기초자치단체 89곳'에 속한 전북 순창군에서 지난 2일 오후 3시 '2022 순창 마을 교육생태계 활성화 열린 특강'이 열렸다.

올해 1월 24일 기준으로 전라북도순창교육지원청(교육장 김항윤)에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순창군내 초등학교 15곳의 학생 수는 896명, 중학교 7곳은 600명, 고등학교 3곳은 604명이다. 순창군의 초·중·고 학생 수를 모두 더해도 2100명밖에 안 된다.

순창군의 인구소멸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숫자의 감소를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초등학교병설유치원 15곳 중에서 올해 3세 유아를 받지 못한 곳은 시산초·쌍치초·동계초·적성초·팔덕초 병설유치원 등 5곳이다.

초등학교 15곳의 학생 수는 6학년 205명, 5학년 163명, 4학년 148명, 3학년 131명, 2학년 133명, 1학년 116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동계초는 1학년 신입생을 한 명도 못 받았고 적성초가 1명, 풍산초·쌍치초가 각각 2명의 신입생만을 배정받았다.

"학교 없으면 마을도 지속될 수 없다"

전교생이 10명인 적성초등학교(교장 최명신)는 지난해 12월 16일 학교 강당에서 추진위원과 마을주민 등 50여 명이 참석해 '적성초등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마을이 없이 학교가 있을 수 없으며, 거꾸로 학교가 없으면 마을도 지속될 수 없다"고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마을 교육공동체'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전교생 35명의 복흥초등학교(교장 박붕서)가 위치한 복흥면에서는 의미 있는 도전을 시작했다. 복흥면에서 태어나 중학교 졸업까지 거쳐 가는 기관 모임으로 어린이집, 초등학교 두 곳, 중학교, 지역아동센터, 다문화의집, 청소년문화의집, 작은도서관 여기에 면사무소까지 참여한 '복흥온누리지역아동센터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면 단위에서 마을 교육생태계를 구축해 '인구소멸'에 전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순창교육지원청이 노원구립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공터) 이승훈 센터장을 강연자로 초청해 진행한 이번 특강은 큰 주목을 받았다. 40여 명의 참석자들은 순창군내 학교장과 교사, 교육단체 관계자, 전주에서 온 교사 등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공터'는 서울시 노원구가 설립한 공공 청소년시설이자 도서관으로,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곳이다. 지난 2010년부터 성공회대학교가 수탁 운영하고 있는 공터는 편안한 휴식, 다정한 모임과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 등을 제공하며 청소년과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열린 공간이 운동… 관계 중요

참석자들은 이승훈 센터장의 선창에 따라 "미래 교육은 마을에서 온다"고 외쳤다. 이승훈 센터장은 마을 교육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10여 년이 넘는 풍부한 경험과 실제 성공사례를 위주로 강연했다.

관심사가 같아서였을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이승훈 센터장과 참석자들은 종종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강연에 임했다. 이 센터장은 공터의 성공비결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처음에 우리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규정했어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개인들의 만남과 관계다, 잘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초대하지만, 우리는 우연한 만남에 열려 있고, 관계를 만들어 간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열린 공동체(마을) 속에서 우발적으로. 비정형적이지만 살아있는 움직임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마을 교육을 변화시킨다는 게 아니고, 열린 공간이 운동한다, 관계가 중요하다고 본 거죠."

변화를 이끄는 '환대·참여·존중'

이 센터장은 "한자 '공릉'은 아름다운 언덕, 꿈을 꾸는 언덕"이라며 "공간과 프로그램을 구성해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과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네덜란드 출생의 예수회 사제이자 심리학자, 미국 하버드대·예일대 교수를 역임했던 저명한 공동체 학자인 '헨리 나우웬'의 말을 인용했다.

"변화를 이끄는 마음의 심폐 소생술 '환대, 참여, 존중'. 환대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내어주는 것,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요즘 청소년들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안과 위기 그리고 격차가 심각해요. 청소년들이 각자도생하면서 무기력에 빠져 있어요. 교육은 어떤가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교육, 에듀테크, 메타버스만 강조하고 있어요. 실제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죠.

청소년들은 세상이 '절망스럽다'고 말해요. 무슨 일이든 '짜증이 나죠'. 주변의 의견에 대해선 '무시하고 싶다'고 하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서', 세상일에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화가 난다'고 해요. 안타깝지만 관계가 단절된 채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실제 목소리에요."


질문하고 보여주고 기다리기
 
이승훈 센터장은 공터에서 쌓은 10여 년이 넘는 풍부한 경험과 실제 성공 사례를 위주로 마을교육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강연했다.
 이승훈 센터장은 공터에서 쌓은 10여 년이 넘는 풍부한 경험과 실제 성공 사례를 위주로 마을교육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강연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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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장은 "미래세대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기 위한 '학습 나침반'이 있다"며 "학생들이 학습 나침반을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017년도에 제시한 '미래교육 지향 원리'인 △학습의 주체화 △삶과의 연결성 △시공간의 확장 △교육격차 해소에 대해 설명했다.

"연결은 경험이에요. 성취한 경험이 있는 학생,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주인의식을 키우는 학생들이 '우리는 우리를 도울 수 있다'며 '행복한 탐구자'로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 교육격차만 해소하면 되나요? 관계의 격차, 문화의 격차, 지역의 격차, 공간 경험의 격차 등 해소해야될 게 정말 많죠."

이 센터장은 공터의 성공사례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청소년, 시작된 변화 위드 코로나-접속하는 십대들'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보여주고 기다려주는 게 필요해요. 초기에는 문제를 개념화하는 자발성이 중요하고요. 실행에서는 우발성을 존중하는 자율성이 중요하죠. 마무리는 회고하고 퍼뜨리기, 자기설계 학습과정이 중요하고요."

마을 속 청소년활동, 분명히 성장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삶의 의미를 질문하고, 인생의 작은 기쁨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교육은 숫자로 측정되지 못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청소년이 마을 활동을 한다고 성적이 오르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하지만, 마을 속 청소년활동을 통해 개인은 분명히 성장합니다."

강연은 정해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복흥중학교 이무산 교장은 강연을 들은 소감을 담담하게 전했다.

"마지막에 공동체 활동을 하는데 아이들을 지역에 잡아두고 살게 하려는 일은 좁은 의미의 교육이라고 하신 말씀이 와 닿았어요. 인구소멸위기 지역에서, 글로벌 얘기를 하셨는데 지역의 한계가 자원, 사람이 있어야 하고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있어요. 복흥공동체라고 작은도서관, 청소년문화의집, 지역아동센터, 다문화의집, 어린이집, 초·중학교 다 묶어서 공동체에 담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인구소멸 대응과 마을공동체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창교육지원청 최은이 교육지원과장은 "강연을 준비하기 전에 교육장님 모시고 '공터'를 견학하면서 정말 많은 점을 느꼈다"면서 "강연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순창 지역 아이들, 청소년들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7월 6일자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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