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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직원들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직원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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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도태되고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미래도 없어. 내일 죽어도 여한 없다고 생각하고 시간에 몸을 맡기고 지내는 중이야. 나는 뭘까.." (디시인사이드 은둔형외톨이갤러리 게시글)

광주광역시에 전국 최초의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생겼다. 이는 지난 2019년 광주시가 제정한 은둔형외톨이지원조례에 따른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이달 중 정식으로 개소식을 연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반적으로는 집안, 방안 등 한정적 공간에서 외부 활동 또는 사회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사람을 말한다. 광주시는 3개월을 기준으로 잡았다.

6일, '광주시 거주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및 그 가족'을 지원 대상을 삼고 있는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의 백희정 사무국장을 인터뷰했다. 아래는 백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에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되셨습니다.

"지난 2019년 제정된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조례에 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겼어요. 이후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올해 처음으로 예산이 책정됨에 따라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에서 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다만, 독립 공간을 두지는 않고 우선 내년까지는 광주로에서 보조금 사업으로 진행하게 됐어요.

관련 업무는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센터장은 비상근으로 광주로 법인의 대표가 맡게 됐고, 제가 광주로 상임이사로서 사무국장을 맡게 됐어요. 현재 센터의 방향성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추후 광주시와 논의해서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에 독립적인 센터로 만들고 싶어요.

저희 센터는 전국 최초로 은둔형외톨이지원조례를 제정한 후 조례에 근거해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첫 사례예요. 그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민간에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일시적인 지원책을 펼친 적이 있었지만, 이 같은 센터는 광주가 처음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생각돼요. 전국에서 광주가 어떻게 할지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요."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만든 은둔형 외톨이 대상 여부 체크리스트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가 만든 은둔형 외톨이 대상 여부 체크리스트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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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첫 시도인 만큼 고민스러운 지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나 그 가족들은 그동안 사회의 편견 때문에 본인들의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왔고 은둔생활이 고착화되어 사회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이들이 많아요. 그들과 관계를 맺고 상담 등을 진행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저희 센터가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를 센터명에 넣었는데, 우리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를 엄연히 존재하는 집단으로 인정하고 사회적 관심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예요.

사회적인 고립, 은둔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경쟁사회의 문제들이 하나둘 드러나요. 물론 개인의 성향도 반영되겠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대처 방안이 무척 고민스러워요. 특히 은둔형 외톨이 지원의 시작은 만남이 될 수밖에 없는데, 당사자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고 상담 외에 그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 지원체계 등을 어떻게 만들어낼 지도 고민이에요."

- 현재 광주의 은둔형 외톨이 현황은 어떤가요?

"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19년 실시된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은둔형 외톨이는 13만1610명 가량으로 추정돼요. 만 19세에서 39세 청년들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예요. 같은 방식으로 추산해 볼 경우, 광주의 은둔형 외톨이는 약 1만2106명 가량이에요. 현재 광주에 이어 부산 등에서도 실태조사가 실시되고 있고, 전남 구례에서는 아예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어요. 지금은 데이터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점점 더 정제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와 관련해서 청년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어요. 문제 해결을 위해 실시하는 프로그램 역시 청년에게 적합한 것들이 많아요. 앞서 말씀드린 통계에서는 청년만을 분석 대상으로 봤는데,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도 상당해요.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이지만 독거노인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광주는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 지금도 은둔형 외톨이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나요?

"아직 정식으로 개소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10여 명 가량의 당사자를 지원하고 있어요. 본격적인 센터 홍보가 없었음에도, 신문에 낸 박스 광고나 SNS 등을 보고 몇몇 기관 및 개인에게 연락이 왔어요. 당사자가 직접 연락해 온 경우는 아직 없고, 보통 그 가족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특히 당사자분 부모님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소연할 곳도 없었는데 광고를 보고 하늘이 기회를 준 것 같다고 찾아오신 분도 계셨어요. 그래서 우선 그분들을 대상으로 가족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가족과 단절된 당사자도 있지만, 가족하고만 만나는 당사자들도 있어요. 그런데 갈등이 굉장히 심각해요. 오랫동안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쌓인 것들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자조모임을 운영한다거나, 베이킹 등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눠볼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상담을 통해 집에서 어떻게 관계를 가질 것인지 이야기하면서 상황도 공유받고 있고요.

현재 센터에서는 상담, 동행 서비스,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요. 기관을 통해 연계된 20대 청년을 예로 들자면, 나이가 차서 군대 이슈가 있는 청년이 있었어요. 그런데 밖에 나가는 걸 무서워해서 외출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분도 군 입대와 관련해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황이 안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계세요. 그래서 당사자가 서류를 떼서 병무청에 제출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동행 서비스를 지원했어요.

잠잘 곳 외에는 쓰레기로 차있는 집으로 상담을 나가기도 했어요. 집으로 찾아가는 상담을 했는데요. 악취가 굉장히 심했어요. 이번 주까지 8회차 상담을 했는데, 4회차 상담 때 방을 함께 치우고 쓰레기 버리고 분리수거하고, 집을 청소해 보자고 했어요. 방 정리는 당사자 치유 프로그램인데 현재는 이런 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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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후 진행하시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방 탈출 앱을 도입해 활용해 보고 싶어요.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들이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에요. 게임을 하기 위해 은둔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는 게 무서워서 집에 있는데 할 일이 없어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부분에 착안해서 '방 탈출' 앱을 활용해 보고자 해요. 생활 개선 앱이라고 이해하면 좋은데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에게 앱을 통해서 미션을 부여해요. 샤워를 한다든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난다든지요.

이후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포인트를 줘요. 이때 부여되는 포인트는 게임머니로도 쓸 수 있고, 책을 사는 데에도 쓸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생활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꼭 도입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현물 지급이기 때문에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 광주시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 이번에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 '은둔 청년' 관련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정과제로 은둔 청년 1만 명에게 4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원 방식이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해당 지원금이 진짜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들에게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당사자들은 지원 정책이 펼쳐진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정보를 전달한 방법도 마땅찮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예로 은둔형 외톨이 1200명을 지원했다는 정책이 있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니까, 그중 90%가 니트 청년이었고, 실제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들은 10% 미만이었어요. 우선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할 거 같아요. 명단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는 거잖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요새 우리 사회에 비관 바이러스가 돌아다닌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제도 관계도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고립과 외로움이 확산되고 있어요. 개인의 우울한 성향 탓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예요. 이번에 저희는 '오늘도 우리 이웃의 안녕을 묻습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잡았어요.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고립과 외로움에 대한 공론화를 광주에서 시작해 보고 싶어요."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의 첫 홍보물
 광주광역시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의 첫 홍보물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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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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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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