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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의원 : "노동 정당이 페미 정당이 되어서 선거가 망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도 페미도 제대로 못 해서 망한 것입니다. 시민들에게 우리가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분명히 답하지 못해서 망한 것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 "여성이나 녹색 정치가 반노동 정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노동전환은 노동과 녹색이, 직장 내 성차별과 여성의 경력 단절, 임금차별은 노동과 여성이 공존합니다."


6.1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9명 당선'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이 '평가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급기야 당시 지도부 책임론을 넘어 국회의원 6명까지 비판하며 비례대표 의원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원총투표 발의안까지 나왔다. 하지만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여성주의가 당을 망쳤다'는 식의 비판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5일 두 의원은 각자 페이스북에 의정활동을 성찰하고 향후 정의당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글을 남겼다. 6월 23일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 발족 당시 위원장 한석호 비대위원이 "정의당을 대표하는 강은미, 류호정, 배진교, 심상정, 이은주, 장혜영 각자의 이름으로 된 평가를 듣고 싶다"고 요청한 데에 따른 답변이었다. 두 의원의 글과 별개로 정의당 의원단은 자체 쇄신안을 제출하며 노동 현안 대응에 최선을 다했지만 젠더 문제를 다룰 때만큼 주목받지 못했고, 그 결과 '정의당에 노동은 사라지고 페미만 남았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반성했다. 

[장혜영] "여성 인권 보장은 당의 근본 가치, 패인 아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6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6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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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혜영 의원은 따로 공개한 글에서 '정의당이 젠더·소수자 의제에만 몰두하다가 위기를 맞았다'는 당 안팎의 의견에 적극 맞섰다. 그는 "반여성주의 포퓰리즘에 맞서 여성의 인권 보장에 목소리 높이고, 장애인과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맞서 싸운 것이 패인이라는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며 "이는 진짜 문제를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돌리는 책임회피"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성 인권을 보장하고 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것은 정의당의 근본 가치"라며 "당의 근본 가치를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평가에 반대한다"고 했다.

장 의원은 "사실 진짜 문제는 성평등이 여전히 당의 공고한 가치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페미니즘과 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그러나 당내의 많은 이들은 여전히 여성을 노동의 하위 종속 가치로 보거나 아예 별개의 가치, 심지어 노동에 대립하는 가치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 결과 정의당은 여성 인권 보장에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해내야 할 순간에 눈치 보고 주춤거리는 당이 됐다"며 "당의 실패를 '페미'에게 묻는 이들은 많지만, 성평등이라는 근본 가치를 뒤흔드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이들은 별로 없다"고 일갈했다.

장 의원 스스로는 "공감의 정치보다 비판의 정치에 치우치지 않았나, 당의 풍부함이 되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 당의 이질감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페미니즘을 비롯해 당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주제들에 대해 발전적 토론을 적극 조성하고 치열하게 함께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그럼에도 그는 "당의 모든 구조적 문제가 중첩된 지금의 결과를 '페미니즘 탓', '소수자 정치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 정의당의 존재 이유 찾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성평등 가치를 제대로 세우자고 재차 강조했다.

[류호정] "정의당, 여성 의제서 계속 물러서... 기회 놓쳤는지도"
 
기자회견 중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자료사진).
 기자회견 중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자료사진).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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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의원도 '페미니즘이 문제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의당의 핵심 전략을 노동과 여성, 녹색이라고 강조하며 "우리 당의 위기는 노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노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민들은 완전무결한 정당을 바라지 않는다. 많은 부족함이 있어도 '이것 하나만큼은'이라는 마음으로 우리 당을 지지한다"며 "연이은 선거 패배는 우리 당에 투표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조차도 보여주지 못해 얻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류 의원은 "노동, 잘하지 못했다. 여성, 계속 물러섰다. 녹색,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정의당이 특히 "여성 의제가 부상할 때마다 한 발씩 뺐다"며 "타깃이 된 의원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고 회고했다. 반면 "대선 막판, 민주당은 우물쭈물하던 여성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한달음에 여성 유권자에 닿았다"며 "주춤했던 우리 당은 결국 그들의 표를 얻어내지 못했다. 어쩌면 단 한 가지의 이유를 만들어낼 기회를 놓친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류 의원은 자신의 의정활동과 관련해선 "저는 아주 시끄러운 의원이었다"며 "원피스, 박원순 시장 조문, 민주노총 중앙일보 칼럼, 타투 퍼포먼스 등 '논란'도 참 많았다.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지만 그 의사결정의 순간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제가 연대하고자 했던 시민들을 '정의당'이라는 울타리에 단단히 조직하는 일에 미숙했다. 그 점은 매우 아프고 송구하다"며 "중앙당과 개별 의원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인정한다. 앞으로는 당과 함께 활동하고 끝내 조직적 성과를 내는 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태그:#장혜영, #류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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