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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재의 주제는 '사건의 여파: 예상치 않은 파문들의 역사'입니다. 특정한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맞닥뜨린 일련의 파문들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의 주인공은 '중도장애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넘었고, 그중에서 거의 90%가 후천적 장애인, 즉 출생 이후에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아마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는 것은 몸과 마음의 구조와 기능을 손상시킬 만한 사건(교통사고, 산업재해, 일상생활의 안전사고 등)이나 질병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중도장애인의 경험에 대한 연구논문들의 주요 결과를 쉽게 풀어서 해설해 드리고자 합니다. 즉, 인생의 특정 시점에서 사건이나 질병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 소개해 드리려는 것입니다.

장애인과 직업
 
 어느 날 갑자기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질병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어느 날 갑자기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질병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 권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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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잠깐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래 직업군 중에서 장애인이 할 수 없는 직업은 무엇일까요?

① 경찰 ② 공무원 ③ 농민 ④ 대통령 ⑤ 대학교수
⑥ 벤처기업 개발자 ⑦ 부품조립공장 노동자 ⑧ 예술가 ⑨ 운동선수 ⑩ 정치인 


혹시 편견이 작용할까봐 생각나는 대로, 임의로 적은 다음에 가나다 순으로 정렬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장애인이 할 수 없는 직업을 찾으셨습니까? 장애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장애 유형이 15가지나 된다는 것을 아실 테고, 그러면 '장애마다 다르지 않아?'라는 생각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그러면... 청각장애인은 어떻습니까? 뇌병변장애인은 어떻습니까? 신장장애인은요? 정신장애인은요?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그 직업을 갖고 있던 어떤 인물들이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어떤 장애는 특정한 직업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면 어려울 것도 없는 법입니다.

장애는 '겪는 일'

한 가지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장애나 장애인이라는 말을 흔하게 쓰고 있지만, 혹시 그 말이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문헌들과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장애(障礙)'에서 障은 '가로막을 장', 礙는 '거리낄 애'입니다. 어떤 분이 이것을 가지고 장애인이 비장애인 또는 일반 사회를 가로막거나 거리낌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분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 해석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것이 아니라 '사회가 장애인을 가로막거나 거리낌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거나 학교나 직장에 다니거나 집과 동네 마트를 오갈 때 우리 사회나 비장애인이 그것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이 옳다고 생각하시면 이 기사를 조금 더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무언가를 가로막거나 거리낌이 되는 존재, 그러니까 그 주체가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와 나머지 구성원들)라면 '장애인'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표현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설령 그 당사자가 몸의 일부를 갖고 있지 않거나 그 일부를 잘 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는 장애가 아닌 것이며, 그 상태에서 어떤 활동을 할 때 가로막히거나 거리낌, 즉 장애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력을 잃어서 사물의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을 '시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굳이 그 상태를 표현해야 한다면 '시력상실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는 사람'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우리가 어떤 사람을 표현할 때 그 사람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떠올리면서 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을 생각하면, 흰지팡이나 점자, 청각을 활용한 의사소통 도구 등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기사에서 청각장애인 중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농인'으로 부른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청력손상을 강조하기보다 수어로 소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더 나은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다양한 장애 유형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면 어떨지,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개념에도 이 관점에 어울리는 새 이름을 찾아보면 어떨지 제안해 봅니다. 순우리말을 잘 찾아서 조합하면 분명히 좋은 표현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국어학자들이나 순우리말을 잘 아는 분들의 집단지성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중도장애인의 초기 경험
 
'장애수용'은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사진은 휠체어(자료사진).
 "장애수용"은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사진은 휠체어(자료사진).
ⓒ 강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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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중도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질병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우리는 이 경험을 대략은 알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단하게 된 경우, 공사장에서 떨어져서 온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경우,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주기적으로 투석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제조공장의 악성물질 중독으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된 경우, 어느 날부턴가 환청, 환각, 망상이 떠오르고 가상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는 경우 등등.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경우든 새롭게 맞닥뜨린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새로운 일상생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장애수용'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자신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꽤나 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은성과 이순자(2014)는 중도 지체장애인의 장애수용과 자립과정을 탐색했습니다. 1명의 중도지체장애인과 장기간 여러 차례 면담을 한 뒤에 장애를 수용하는 단계를 분석했습니다. 1명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분석 결과, 중도지체장애인은 충격-부정-우울-저항의 단계를 거쳐 장애를 수용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스물넷의 청춘에 해수욕장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목이 뒤로 꺾이면서 장애인이 되었는데, 이 상태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죠. 그래서 현실을 부정하게 됩니다. 이후 절망과 무기력감이 극대화되고, 불안감과 우울, 그리고 자살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고, 장애를 수용하게 됩니다. 연구자들은 그 계기를 사고의 전환, 긍정적 마인드, 도전 정신 등으로 해석했습니다.

김미숙과 서수균(2019)은 20, 30대에 장애인이 된 중도 지체장애인 4명(전신마비 1명, 오른팔 절단 1명, 하반신 마비 2명)을 대상으로 자기수용과 삶의 만족을 탐색하였는데, 위 연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통합된 중도 지체장애인의 자기수용 과정은 초기 충격과 분노, 부인과 혼란, 현실인식에 따른 상실, 고통과 절망, 우울과 방어적 은둔, 도전과 깨달음, 수용과 성장 등의 단계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충격과 부정, 절망, 우울, 깨달음 등은 위 연구와 공통적이고, 나머지 생각의 조각들은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공통적 사고와 연결되어 있고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장애는 어떨까요? 김수연과 유왕근(2018)은 중도 시각장애인의 외상 후 성장을 연구했습니다. '실명'이라는 외상 사건 이후 시각장애인의 성장 경험을 분석한 것입니다. 이 논문에는 상당히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시각장애인의 진술을 요약한 '구성의미'들을 나열하는 것이 더 생생하게 와 닿을 것 같습니다. 답변을 조금 각색해서 기술해 보겠습니다.

"그 뒤로 공포와 불안감에 살았어요. 시력에 대한 불안감이 오는 거죠. 낯선 장소, 낯선 사람을 만날 때 늘 긴장이 되요. 결국 실명하게 될 거라는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그런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가족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자책감이 느껴졌어요.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시각장애를 인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남의 손을 일일이 빌려야 하는 것이 고통이죠.

'왜 하필이면 나일까?'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요. 술을 먹고 행패도 부리고 방황도 했어요. 아직도 화가 나요.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짜증을 내고 푸념을 해요. 아니면 위로랍시고 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것도 정말 싫었어요."


헬렌 켈러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시각장애를 선택하겠다고 했다는데요. 그럼 중도청각장애인의 청각상실 이후 경험은 어떨까요? 탁평곤(2014)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9명의 중도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면접하고 그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세계를 살짝 들여다보겠습니다. 아래 내용도 제가 살짝 각색한 것입니다.

"글쎄... 청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지, 설마 청력을 상실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죠. 보청기를 낀 상태에서도 안 들리긴 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청각을 상실한 이후 벼랑 끝에 서 있는 막막함, 매미 우는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깜깜한 세상을 느꼈어요. 절망감에 휩싸여서 죽고 싶은 생각도 했죠. 서서히 제가 하던 일, 제 역할을 잃어가게 되었어요.

내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와 불안을 경험했어요. 정말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그 감정들은 온전히 혼자 삭히면서 감내할 수밖에 없었어요. 직업을 잃을까봐 청력손실을 숨기기도 했구요. 그러면서 성격도 예민해지고, 조급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낼 정도로 과격해지고, 내 위주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어요."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닙니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도 어느 순간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을 바꾼 뒤에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그 여정은 다음 기사에서 이어갈까 합니다. 이 기사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잠깐 화제를 바꾸어 다른 질문을 던지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장애를 '겪게 하는' 현실

위 연구들을 통해 우리는 중도장애인들이 충격과 부정, 절망, 우울 등의 부정적 사고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절망'은 왜 경험하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신체 구조와 기능의 손상 자체보다는 원래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을 못하게 될 거라는 부정적 전망, 그리고 자신의 삶도 '음침한 골짜기'를 걷게 될 거라는 비관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이 장애인이 되기 이전에 장애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장애인들이 예상하고 있는, 그리고 중도장애인들이 맞닥뜨리게 될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성인이 된 이후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그 이전에 직업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들은 장애인이 된 이후 다시 그 직업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김민섭과 송치호(2007)는 이 질문에 대한 비관적인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이 연구자들은 '2005년 장애인근로자 실태조사' 자료를 가지고 중도장애인의 이전직장복귀 가능성을 분석했는데요. 분석사례 중에서 전 직장에 다니다가 장애인이 된 근로자 중 15.7%만 이전직장에 복귀하고, 나머지 84.3%는 다른 직장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에서 활용한 자료는 이미 근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장애인이 된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게 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연령, 교육정도, 근속기간, 성별,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따라 이전직장 복귀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장애가 발생한 시기는 장애인의 취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유승희(2016)는 장애수용을 매개로 장애 발생 시기가 장애인의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장애 발생 시기가 늦을수록 취업할 확률과 장애수용 수준은 낮아지며, 장애수용이 높을수록 취업 확률은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장애인이 된 나이가 늦을수록 장애를 수용하는 수준이 낮아지며, 그 영향을 받아 취업 확률도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장애 발생 시기 자체를 조절하기는 어려우므로, 취업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애수용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4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최혜영 민주당 의원,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등이 휠체어에 탑승한채로 발언할수 있도록 개선된 발언대를 살펴보고 있다.
 4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최혜영 민주당 의원,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등이 휠체어에 탑승한채로 발언할수 있도록 개선된 발언대를 살펴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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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 기사의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처음에 나열한 10개의 직업 중에서 그 직업활동을 하다가 장애인이 되었을 경우 다시 그 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무엇일까요? 경찰? 공무원? 벤처기업 개발자? 대통령? 전무 또는 전부?

제 생각에는 '전부'입니다. 경찰관이 팔이나 다리를 잃게 되었더라도, 시력이나 청력을 상실했더라도, 평생 신장투석을 하게 되었더라도, 화상으로 안면장애를 갖게 되었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거나 거리끼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가 경찰관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그에게는 그의 장애유형에 맞는 장비나 도움, 지원, 서비스가 필요할 뿐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세계의 다음 단계, 즉 장애수용과 적응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인용한 논문들>

김미숙, 서수균 (2019). "중도지체장애인의 자기수용과 삶의 만족에 대한 질적 연구".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 30(4): 3-21.
김민섭, 송치호 (2007). "중도장애인의 이전직장복귀 가능성에 관한 연구". 장애와 고용, 17(2): 137-12.
김수연, 유왕근 (2018). "중도 시각장애인의 외상 후 성장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시각장애연구, 34(1): 41-69.
유승희 (2016). "장애 발생 시기가 장애인의 취업에 미치는 영향". 보건사회연구, 36(3): 428-448.
이은성, 이순자 (2014). "중도 지체장애인의 장애수용과 자립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지체ㆍ중복ㆍ건강장애연구, 57(2): 173-200.
탁평곤 (2014). "중도청각장애인의 청각상실 이후의 경험세계에 대한 근거이론 연구-인공 와우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국장애인복지학, 25: 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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