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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이날 열린 국가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4년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이날 열린 국가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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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22일 오전 10시 10분 서울고등법원 379호 재판정,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판사의 주문을 들은 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다른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조용히 재판정을 빠져나왔다.

선고 직후 법원 입구에서 기자들을 만난 윤 일병 모친 안씨는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피해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군과 국가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엉터리 재판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군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은색 재킷을 입은 안씨는 말을 이으며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권혁중·이재영·김경란 부장판사)는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 행위로 숨진 윤 일병의 유족이 '국가가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윤 일병 유족이 가해자 이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윤 일병의 유족에게 총 4억 9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1심에서 정한 배상금과 같은 액수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군 검찰부가 망인의 사인을 고의로 은폐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군 검찰은 그때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가해자에게 상해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기소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주장과 증거만으로 군 검찰관의 판단이 위법하다거나 처음부터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유족의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 '국가책임 없다' 선고... 윤 일병 어머니 '수기' 입장문 발표
 
2015년 2월 '윤 일병 사망사건' 재판 당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가해 병사들.
 2015년 2월 "윤 일병 사망사건" 재판 당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가해 병사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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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 일병 사망사건'은 2014년 육군 제28사단에서 발생한 선임병들의 성추행 및 집단폭행 사건이다. 피해자 윤승주 일병은 주범 이아무개 병장 등 4인으로부터 가래침을 핥게 하는 등 상습적인 가혹 행위와 폭행을 당한 뒤 2014년 4월 7일 숨졌다. 

이 사건으로 윤 일병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주범 이아무개 병장은 살인죄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폭행에 가담한 하아무개 병장과 지아무개·이아무개 상병은 폭행치사죄가 인정돼 징역 7년을 받았다. 관리·감독하는 병사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아무개 하사 역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군 당국은 초동 수사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했다. 윤 일병이 선임병들과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우발적 폭행을 당해 목이 막혀 죽었다는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라고 발표했다. 군 검찰도 주범 이씨 등 가해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는 이유를 들어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2014년 7월 31일, 군인권센터가 윤 일병 사망 사건을 폭로하자 군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고 사건은 상급부대인 3군사령부 검찰부로 넘어갔다. 사령부 검찰부 조사 후 사망 원인 역시 기존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에서 '지속적 폭행으로 인한 좌멸증후군(근육조직 붕괴로 장기에 이상이 발생하는 현상) 및 속발성쇼크(외상으로 인한 출혈로 순환 혈액량이 감소해 쇼크를 일으키는 현상)'로 바뀌었다. 가해자들의 혐의 역시 '상해치사'에서 '살인'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사건의 은폐와 조작과 관련한 법적 처벌은 없었다. 윤 일병을 부검한 국방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자나 28사단 검찰관, 28사단 헌병대장 등 초기 수사에 관여한 이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2017년 4월, 윤 일병 가족들이 '육군의 조직적 은폐로 윤 일병 사망 뒤 4개월 간 사건의 전모를 알지 못했다'며 주범 이씨 및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이유다.
 
2014년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이날 열린 국가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윤일병 어머니 안미자씨.
 2014년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이날 열린 국가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윤일병 어머니 안미자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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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2심 선고 후 윤 일병 매형 김진모씨는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식사로 조작한 군인들이 아직도 헌병병과에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8년을 싸웠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군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그대로 인용해 우리에게 돌려줬다. 상고하겠다. 끝까지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도 "오늘 판결을 보며 과연 징병제 국가에서 안전하게 자기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국가로부터 오늘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며 "국가도 책임을 방기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사법부가 국가주의에 편승해서 징병제를 모욕하고 국민개병제를 모욕했다. 이것에 대해서 사법부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가 밝힌 입장문 전문이다.

"2014년 4월 8년 전 국방의 의무를 위한 군 복무 중에 제 아들 윤승주 일병은 선임병들의 폭력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군 수사기관 및 군 검찰은 질식사가 아니라는 여러 가지 뚜렷한 증거들에도 질식사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였으며 군인권센터의 폭로 후 들끓는 여론에 떠밀려서 그제야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사망 원인을 바꿨습니다.

8년 동안 기나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재판 과정과 가해자들의 처벌 그리고 이렇게 관리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군의 책임을 묻는 오늘의 이 민사소송, 이 항소까지 우리 가족은 8년 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작년 7월,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장 정철민 판사님은 군과 국가의 일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늘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34민사부 권혁중 판사님 또한 정의로운 판결 대신에 군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1심과 이번 항소심에서 증인 주성범 수사관과 최승호 군검사가 위증을 했음이 분명하고 그 증거가 충분하여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 판결은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피해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군과 국가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엉터리 재판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서 목숨을 잃고 그 가족들은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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