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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19 대유행, 2년 반의 시간이 지나 일상회복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오늘, 다시 보건의료노동 현장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기자말]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TV 토론에서 발언해 국민에게 큰 공감을 얻었던 질문이다. 당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현실을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꿈꾸게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 더 나은 삶!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공동요구를 내걸어 교섭하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는 이유이다.
 
2021년 9월 2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불과 5시간 앞두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온 국민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문에 서명했다.
 2021년 9월 2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불과 5시간 앞두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온 국민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문에 서명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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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21년에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큰 일을 해냈다. 9월 2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불과 5시간 앞두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온 국민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과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겼다.

보건의료기관 내 개별 노사관계에서 풀 수 없는 과제를 정부가 나서서 풀도록 전환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각오와 결단으로 8만 조합원이 함께 싸운 성과였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대는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냈다.   이 합의가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우리 일터는 행복해지고, 우리 살림살이는 나아질 수 있다.

합의문에 있는 대로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지역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가동하고, 감염병 대응 인력기준을 만들고, 감염관리수당을 제도화한다면, 어떤 감염병이 와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국민 생명을 지켜낼 수 있고, 인력갈아넣기식 땜질 운영도 개선할 수 있다.

70개 중진료권마다 양질의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우수한 공공병원이 설립·가동되고,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과 지원도 강화되면 돈벌이 경쟁 위주의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국민 중심,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로 확 바뀔 수 있다.

의료현장의 인력문제도 획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직종별 적정 인력기준 마련, 간호사 1명이 실제 담당하는 환자수 기준 마련,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야간교대근무제 시행, 모든 병동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시행, 불법의료 근절, 직종별 업무 구분 명확화, 주5일제 정착, 비정규직 비율 감소 등의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고질적인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소진과 탈진, 줄을 잇는 사직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보건의료노조는 9.2 노정합의 이행에 온 힘을 쏟고 있다. 2021년 9월 2일 노정합의 이후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매월 한 차례 정례회의를 가동하면서 합의사항 이행을 점검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그 결과 감염관리수당 지급, 감염병 대응 인력기준 마련, 모든 의료기관에 야간간호료와 야간전담간호사관리료 적용, 교대근무제 시범사업 등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나머지 합의사항과 관련해서는 예산이 편성되고, 조사와 연구가 진행되고, 전문가 협의가 추진되고, 구체적 시행방안을 준비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이다. 3월 9일 대통령선거로 정권이 바뀌었고, 6월 1일 지방선거를 통해 많은 곳에서 지방권력이 교체됐다. 9.2 노정합의가 실종되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더라도 합의는 유효하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의 2022년 교섭과 투쟁은 9.2 노정합의가 휴지 조각이 되지 않고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결의대회 모습.
 지난해 6월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결의대회 모습.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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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요구에는 9.2 노정합의 이행과 관련한 내용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코로나19 대응 인력기준을 준수할 것 ▲일상 진료체계로 전환과 원상 회복을 지원할 것 ▲의사인력을 확충할 것 ▲의사 ID와 비밀번호로 다른 직종이 직접 처방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 ▲의사가 아닌 직종이 시술·수술동의서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 ▲토요일 외래진료를 금지하고 주5일제를 전면 시행할 것 ▲야간간호료 수익 전액을 직접 수당으로 지급할 것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처우를 개선할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근무환경을 개선하여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요구도 준비했다. 교대근무자의 야간근로를 월 6일 이하로 제한, 야간근무 누적 5개당 1일의 슬리핑오프 제공, 응급 근무표 변경을 금지하기 위해 플로팅 간호사 운영, 교대근무자 일요일 근무시 대체휴일과 함께 휴일수당 50% 가산, 의료기관평가인증 준비 과정에서 과도하고 부당한 지시 금지, 폭언·폭행·일터괴롭힘 행위자를 반드시 징계 조치, 위험업무와 야간노동에 1인 근무 금지, 병문안 문화 개선, 건강검진시 8시간 유급휴가, 헌혈 참가시 4시간 유급휴가 등을 올해 공동요구로 내걸었다. 고통과 소진으로 내몰리는 일터, 울며 떠나가는 일터가 아니라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일터, 미래를 꿈꾸며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요구들이다.

이밖에도 연장근로수당을 1분 단위로 지급, 연속 야간근무 2일 이하로 제한, 근무조당 정원표 확정 및 준수, 파행번표 금지, 응급당직(온콜) 근무 보상 확대, 감정노동 보호, 감정노동휴가 제공, 보건관리자와 안전관리자 확충, 휴게시설 설치와 같은 권고 요구안도 추가되어 있다.

올해 임금은 총액 7.6% 인상을, 최저임금은 시급 1만 1140원을 요구했다. 3년째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희생·헌신하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꼭 필요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고려해서라도 올해는 대폭 임금인상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행복해야 환자와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우리 모두와 국민 모두를 위한 자랑스러운 투쟁이다.

"지난 2년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었다. 언제든지 동원되고 파견되고 재배치되면서 소모품처럼 쓰여졌다. 소진을 버티다 못해 사직으로 탈출하려는 비극을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가장 빛나야 할 노동이 가장 참혹한 노동이 되고 있는 이 현실은 이제는 끝나야 한다."

지난 6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 결의문 중의 일부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처럼 싸우지 않고는 권리를 누릴 수 없다.

희망이 있는 행복한 보건의료 일터를 만들기 위해 9.2 노정합의 이행과 공동요구 쟁취, 2022년 교섭 승리를 위해 당당하고 자신 있게 값진 발걸음을 함께 내딛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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