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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파 빈 밭에 피어 있는 개망초
▲ 개망초 꽃 은파 빈 밭에 피어 있는 개망초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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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을 먹고 나면 창밖을 바라보며 날씨부터 살펴본다. 혹여 비라도 오는 날이면 산책을 한 번이라도 쉬고 싶은 마음에서다. 날마다 해야 하는 산책길, 귀찮아도 그 일은 빼놓지 않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과다. 일과 중 제일 우선시해야 하는 게 운동이다. 남편은 나를 훈련시키는 채육 선생님 같다. 아마도 남편이 아니면 날마다 운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슬슬 날씨도 더워지면서 꾀를 부리고 싶은 날이 가끔 있다.

오늘 아침은 창밖을 보니 날씨가 흐리다. "여보 오늘은 그늘이 있으니 은파로 가게요?" 날마다 가는 월명 공원이 아닌 은파 호수 공원으로 산책 코스를 바꾼다. 은파 호수 공원은 물 위에 놓인 데크길을 걸어야 해서 햇볕이 쨍쨍한 날은 그늘이 없어 걷기 힘들다. 남편은 햇볕길 걷는 걸 싫어한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남편도 싫다 하지 않고 은파 공원 쪽으로 차를 돌린다. 이곳은 주차 공간이 넓어서 또한 좋다.

군산에는 산책하기 좋은 곳이 세 곳이 있다. 월명공원과 은파 호수 공원, 청암산 군산 호수다. 모두가 호수를 끼고 산책하는 코스라서 풍광이 아름답다. 세 곳 산책길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우리에게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특히 월명 공원은 벚꽃이 피면 그 풍경이 가히 장관이다. 더욱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서 더욱 경치가 좋다. 세 곳의 산책길은 저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

은파 호수 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몇 걸음 걷고 있으니 개망초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와아! 예쁘다. 나는 폰으로 사진부터 찍는다. 오늘 은파를 오지 않았으면 마주하지 못했을 풍경에 나는 그만 마음이 녹아내린다. 이토록 작은 것에 행복하다. 순간 마음을 내지 않았으면 마주하지 못했을 꽃들이 나에게 미소를 보냐 주는 것 같다. 언제나 마주해도 자연은 신기하다.

6월에서 7월에 피는 꽃은 단연코 개망초다. 개망초는 꽃이 피는 둥 마는 둥 피어나고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다. 특히나 잡초가 우거진 공터나 냇가둑 같은 곳이면 어김없이 개망초가 피어있다. 한 나무만 있을 때 느끼지 못하는 개망초 꽃은 무리 지어 피어 있을 때는 너무 아름답다. 바람에 흔들리는 개망초 꽃 무리는 향기도 은은하다. 특히 밤 달빛에 바라보는 개망초 꽃은 달빛을 받아 교교하고 아름답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야생화 개망초 수 놓은 치마
▲ 개망초 자수 놓은 치마 야생화 개망초 수 놓은 치마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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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개망초 꽃이 피면 집에다가 몇 송이 꺾어다가 놓고 차를 마시기도 하고 또 이맘때쯤 다도 행사를 할 때는 한 묶음 꺾어다가 행사장을 빛나도록 바구니에 꽂아 놓으면 풍성하고 아름답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차를 마시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수를 놓을 때도 개망초를 치마에 수놓아 입기도 했다.

개망초 꽃, 못다 한 이야기

"개망초 꽃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꽃 모양이 계란과 비슷하다고 하여 계란 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망초는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철도가 건설될 때 사용되는 철도 침목을 미국에서 수입해 올 때 묻어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철도가 놓인 곳을 따라 흰색 꽃이 핀 것을 보고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려고 이 꽃의 씨를 뿌렸다 하여 망국초라 불렸고 다시 망초로 부르게 되었다. 그 후 망초보다 더 예쁜 꽃이 나타났는데 망초보다 더 나쁜 꽃이라 하여 개망초라 불렀다." (국립중앙과학관)

개망초 꽃이 어릴 때는 나물처럼 캐서 삶아 된장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그 또한 별미다. 개망초 꽃은 우리 몸에 좋은 효능도 많이 가지고 있는 꽃이다. 개망초 대를 망초대라고 하며 망초대를 말려서 차처럼 끓여 마시면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값이 비싸고 희소한 것들에만 가치를 두고 산다. 개망초 꽃의 꽃말은 멀리 있는 사람을 가까이 오게 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게 해주는 '화해'라고 한다. 요즈음 사람들은 삶이 각박해서 그런지 내 생각과 같지 않으면 틀리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 주지 않으려 한다. 특히 TV 뉴스만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서로 좋은 길을 찾아 상생하는 삶을 살았으면 바라본다. 
 
은파 호수 공원 공터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망초
▲ 개망초 꽃 은파 호수 공원 공터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망초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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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를 보며 행복하다. 이리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어 감사하다. 안도현의 개망초 시를 음미하며 하루를 보낸다. 마음의 안정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모든 것이 편하다.

개망초 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데서 난 피는 꽃이 아니라 
개망초 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 꽃을 개망초 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 꽃을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돌무더기 무더기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태그:#은파 호수 공원 산책, #개 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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