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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엑스포 포럼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2022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경제 포럼(SPIFE)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17일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엑스포 포럼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2022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경제 포럼(SPIFE)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 TAS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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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미승인국인 도네츠크공화국과 루한스크공화국을 두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공화국은 동부 우크라이나 위기가 있었던 2014년 4월 독립을 선언한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틀 전인 올해 2월 22일, 러시아와 수교를 맺었다.

지난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네츠크공화국과 루한스크공화국의 친러 주민들을 러시아가 보호 중이라고 주장한 뒤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지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만, 코소보, 남오세티야, 압하지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분명 같은 원칙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준국가 영토'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 면전에서 반대 입장을 편 것이다. 이 같은 답변에 푸틴 대통령은 "소련이란 무엇인가? 이건 역사상 러시아"라며 구소련 국가인 카자흐스탄을 압박했다.

군사·경제 협력하는 러시아에 '반기' 드는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향한 카자흐스탄의 반기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4월 1일 티무르 술레이메노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비서실 부실장은 "카자흐스탄은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을 존중한다"면서 "유엔이 크림반도나 돈바스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유엔 차원에서 내린 결정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네츠크공화국과 루한스크공화국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반대했따. 

사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의 동맹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일어나 시위대 164명이 사망한 반정부 시위는 토카예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소속의 러시아군이 파병돼 진압됐다. 2월에는 28년 만에 러시아와 새로운 군사협정을 체결하며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양국간 경제협력도 활발하다. 특히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에서 2015년 창설됐다. EAEU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브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이 최초로 제안한 기구로 카자흐스탄은 해당 기구를 통해 누르술탄인 유라시아 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이처럼 군사적·경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번 국제경제포럼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의 발언과 같이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이 EAEU 회원국인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는 것을 두고 러시아가 'EAEU 차원의 통합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발언하자 카자흐스탄은 '특정국에 대한 제재를 EAEU 전체의 이슈로 비화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와는 다른 카자흐스탄의 '유라시아주의'
     
유라시아주의를 주창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
 유라시아주의를 주창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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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이같은 행보는 전방위적 다자외교를 강조하는 카자흐스탄의 '유라시아주의'에 기반한다. 카자흐스탄의 유라시아주의는 1994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브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이 주창한 사상이다.

1990년대 초반 카자흐스탄은 자국의 영토 주권과 에너지 자원에 공격적이고 비협조적인 러시아에 대해 큰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했던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주의를 내세우며 전방위 외교를 통해 러시아 이외의 국가들과 관계를 구축해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자 했다. 러시아 역시 정치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이 주창한 '신유라시아주의'를 외교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유라시아주의와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는 다른 측면이 많다.

카자흐스탄의 유라시아주의는 상호 보완적이고 공통의 가치와 원칙을 강화하는 이상주의적 가치를 중점으로 한다. 반면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는 개방을 내세우면서도 '러시아는 러시아인의 것'이라는 러시아 민족주의 강화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기반의 대서양주의와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대륙 세력 간의 대결 구도를 중점으로 한다. 그래서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는 카자흐스탄과 구별되는 '제국주의 유라시아주의'로 불리기도 한다.

카자흐어 강조하면서 민족 정체성 만드는 카자흐... 한국 입장에서도 주목 필요

한편 토카예프 대통령은 2019년 9월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에서 "카자흐어가 유일한 국어일 뿐 아니라, 민족간 소통의 언어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전통적으로 카자흐어는 민족 정체성과 민족 결속의 상징으로, 러시아어는 민족간 소통 언어로 역할이 구분돼 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러한 역할 구분을 없애고 카자흐어를 명백한 '국어'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명도 러시아 알파벳인 키릴 문자 기반의 'Kazakhstan'에서 로마 알파벳의 'Qazaqstan'으로 변경했다.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새로 바뀐 국명으로 출전한 첫 국제행사였다. 이러한 토카예프 대통령의 카자흐어 정책들은 카자흐스탄 민족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7500km의 국경을 공유하고 구소련국가인 점과 지정학적 측면에서 러시아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구별되는 유라시아주의를 지향하며 나름대로 독자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가 필요한 한국 입장에서도 카자흐스탄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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