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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본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는 7일부터 전면 총파업 돌입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본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는 7일부터 전면 총파업 돌입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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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가 오는 12월 31일을 기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노동자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로 과로와 과적, 과속을 막기 위해 시행된 화물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제다.

이 제도는 2018년 국회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화주와 운수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하는 대신 화물기사와 운수사업자·화주·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인건비·감가상각, 유류비·부품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전운송원가와 안전운임을 결정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5월 31일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본부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전차종 및 전품목 확대'를 주장하는 이봉주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절박한 목소리로 "낮은 운반비 때문에 장시간 노동으로 졸음운전을 하면서 '도로의 무법자'로 불리는 그런 일을 저희도 하고 싶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봉주 위원장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욕먹기 싫다"면서 "안전운임제만 전면 시행되면 도로 위에서 화물노동자들이 과속하거나 과적할 필요가 없다. 과로로 내몰리지도 않으니 졸음운전 할 일도 없다"라고 항변했다.

이 위원장이 이끄는 화물연대본부는 지난달 28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 1만 5000여 명의 화물노동자가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오는 7일 0시를 기해 화물연대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도로 위 사고 줄일 확실한 방법... 그걸 어떻게 폐지할 수 있나"
 
▲ 파업 앞둔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도로 위 무법자 오명 벗고 싶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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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만 화물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다'는 이유로 노동운동에 매진한 시간이 짧지 않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이 됐다. 
"운전만 따지면 근 40년은 한 거 같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바로 직전인 1996부터 화물을 몰았다. 처음에는 1톤 차부터 시작을 했다. 그리고 5톤 차, 11톤 차, 18톤 차로 올라갔다가 우리나라에 25톤 차가 도입되면서 25톤 차를 몰았다. 지금도 25톤 차를 몬다. 

처음 화물차를 몰았을 때 화물노동자들이 일하러 가면 태반이 반말하고 손가락으로 일로 와라 절로 와라 하더라. 장거리 운행을 하다 휴게소에 들러 물건을 사고 잔돈을 받을 때면 손에다 올려놓는 게 더러운지 휙 던지기도 했다. 화물노동자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화물연대라는 조직이 생겨났다. 보탬이 되자는 생각으로 가입했고 활동도 하게 된 거다. 실제 휴게소 투쟁을 통해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 

- 투쟁을 통해 화물노동자의 권리 확대를 이룬 건데, 다시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2000원대 경유값 때문인가?
"굉장히 힘들다. 대형차 기준으로, 경유값 인상분만 따졌을 때 한 달에 추가로 더 들어가는 비용이 한 280만 원 정도 된다. 평균 기름값만 따졌을 때 그런 거다. 바꿔 말하면 기존에 한 달에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 벌던 노동자가 자기가 번 만큼 기름값을 더 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운행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장거리는 특히 기름 소모가 더 큰데, 기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운반비는 그대로다. 화물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만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에서 기름값 잡는다고 유류세 30% 인하 등의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기존 345원 54전을 받고 있던 유가보조금이 159원 삭감됐다. 화주나 운송업체는 이미 화물기사들이 유가보조금을 받는다고 그만큼의 운반비를 깎은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유가보조금도 삭감되고 운송료도 삭감된 거다. 기사들 사이에서 차라리 유가보조금 주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화물연대 확대간부 투쟁 결의대회을 열고 기름값 인상으로 인한 대책 마련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전차종, 전품목 확대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화물연대 확대간부 투쟁 결의대회을 열고 기름값 인상으로 인한 대책 마련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전차종, 전품목 확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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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테이너와 시멘트 부문에서 한정적으로 적용돼 오던 안전운임제가 올해를 끝으로 종료된다. 이 때문에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전차종 및 전품목 확대'를 목표로 7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올 12월 31일이면 부분 적용되던 안전운임제가 없어진다.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이미 고속도로 위에서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검증됐다. 그런데도 전체 42만 명 노동자가 있음에도 두 개 품목 2만 6000여 대 정도만 특별히 혜택 보는 정책에 대해서도 없애려는 상황이다.

도로 위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폐지할 수 있나. 오히려 전 차종으로 확대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국토교통부에서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데 방법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안전운임제 전차종, 전품목 확대다."

지난해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조사해 3월 28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적 경험 비율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 24.3%에서 시행 이후 9.3%로 감소했다. 과속경험 비율 역시 기존 32.7%에서 시행 이후 19.9%로 줄었다.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 경험도 안전운임 시행 전 71.8%에서 53.3%로 감소했다.

"노동자들은 유가 인상 폭격 맞고 있는데 기업들은 참으라는 말만"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유가 인상의 폭격을 맞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어렵다며 참으라는 말만 하고 있다. 해결을 위해 대화를 요구하면 예전처럼 최저입찰제 등 제도를 통해 계속 운반비를 깎아 먹겠다는 소리만 한다. 어떻게 가만히 있나."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유가 인상의 폭격을 맞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어렵다며 참으라는 말만 하고 있다. 해결을 위해 대화를 요구하면 예전처럼 최저입찰제 등 제도를 통해 계속 운반비를 깎아 먹겠다는 소리만 한다. 어떻게 가만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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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안전운임제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고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경제지를 중심으로 안전운임제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파업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강조하며 보도를 잇고 있다.
"내용을 보면 하나 같이 '기업이 힘드니 파업은 말도 안 되고 안전운임제도 없애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이 어렵다면 차라리 화물노동자에게 무료로 노동을 해달라고 말하라. 1년 동안 무료노동해달라고 하면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늘며 물류산업이 호황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체 42만 화물노동자 중 2만 6000명만 혜택을 보는 상황에 대해서 폐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다.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유가 인상의 폭격을 맞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어렵다며 참으라는 말만 하고 있다. 해결을 위해 대화를 요구하면 예전처럼 최저입찰제 등 제도를 통해 계속 운반비를 깎아 먹겠다는 소리만 한다. 어떻게 가만히 있나." 

- 그런데도 '파업'을 곱지 않게 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
보통 화물노동자는 대기하고 짐 싣는 시간 포함해 한 달에 320시간 정도 운행을 한다. 운행비가 낮아질수록 일하는 시간은 더 늘어나는 거다. 짐 실었다 나가고 짐 내린 뒤 또 싣고 나가고. 기름값 포함해 차량관리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는 걸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적을 하고 과속을 하고 달리는 거다. 한 번이라도 더 가야 벌어먹고 사니까.

안전운임제만 전면 적용되면 짐도 차에 맞게 적정하게 실을 수 있고 과속할 이유도, 과적할 이유도 사라진다. 일하는 시간도 줄어 졸음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건데 안 된다고만 하니 오는 7일 42만 화물노동자들이 차를 멈출 수밖에 없는 거다."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예고에 대해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와 불법투쟁을 반복하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라면서 "정부는 이러한 잘못된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주길 바란다"라고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화물노동자도 안전하게 다니고 싶다. 안전운임제만 전면 시행되면 가능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저희들이 무슨 귀족노조라고 보수신문에서 말하는데 말 그대로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는 좀 더 나은 생활 만들고 국가적으로는 안전사회 만들려는 시도"라면서 "이번 파업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월 '안전운임제 일몰조항(폐기예정일)'을 삭제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조사해 발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컨테이너 화주 43.5%와 시멘트 화주 80%가 안전운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컨테이너 차주(화물노동자)와 시멘트 차주(화물노동자)는 각각 94.3%, 84%가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태그:#안전운임 일몰제, #화물노동자, #파업, #이봉주, #안전운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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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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