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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인 한민호 전 국장(왼쪽)은 5월 26일 보수성향 유튜브 '연예부장'에 출연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직도 선전선동에 휩쓸린다”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폄하했다. 그는 이미 헌법재판소 등이 '반헌법적'이라고 판단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옹호하며 윤석열 정부 역시 ‘문화전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직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인 한민호 전 국장(왼쪽)은 5월 26일 보수성향 유튜브 "연예부장"에 출연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직도 선전선동에 휩쓸린다”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폄하했다. 그는 이미 헌법재판소 등이 "반헌법적"이라고 판단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옹호하며 윤석열 정부 역시 ‘문화전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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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파면됐다가 법원 판결로 복직한 현직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직도 선전선동에 휩쓸린다"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폄하했다. 그는 이미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반헌법적이라고 판단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특정인사 지원배제) 사건을 옹호하며 윤석열 정부 역시 '문화전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민호 전 국장은 5월 26일 보수성향 유튜브채널 '연예부장'에 출연해 "1972년 유신혁명, 10월 유신할 때가 벌써 50년 전인데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직도 선전선동에 휩쓸려가지고 이리 쏠려다니고, 저리 쏠려다니는 민도인데, 지금도"라며 "50년 전에는 어땠겠나. 그 민도에, 그때 민주주의를 했으면"이라고 발언했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이 여론에 호도되는데, 과거에는 수준이 더 낮았으므로 민주주의가 아닌 유신독재가 적합했다는 주장이다.

한 전 국장은 또 "국민들이 잘 모르는데, 문화예술계에는 정말 도저히 이건 문화예술이라고 봐줄 수 없는, 노골적으로 반자본주의·반대한민국적 콘텐츠가 많다"며 "형법과는 별개로 그런 것들을 국가가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그런 걸 걸러내겠다고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시작한 것"이라며 '문화예술계 좌파집단을 몰아낸다'는 블랙리스트 사건의 명분 자체는 옳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방법론'이 문제였다고 봤다. 

'반헌법' 결론난 블랙리스트 정당화 "바보같이 했다"

한 전 국장은 "이 싸움이 만만한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준비를 많이 하고 가야 하는데 그냥 '이거 문제 있으니까 깨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일을 공개적으로 해야죠. 근데 몰래 숨어서 도둑질하듯 했다"며 "바보같이 한 것"이라고도 봤다. 그는 "민간전문가들이랑 광범위하게 팀을 짜서 해야 하는데, 두 정권(이명박·박근혜)은 기껏해야 공무원들한테 지시를 내렸다"며 '확실한 선수'들을 내세워 추진해야 할 일이었다고도 했다.

한 전 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진짜 오늘밤에 깊이 생각하셔야 되는 게, 지금 적이 누군가"라며 "대한민국의 적은 사실 공산주의자들이다. 저도 80학번인데, 후배들은 주체 사상을 받아들여서 더 세게 했다. 그런 애들이 국회의원 다 된 것 아닌가. 얘들은 공산주의 이론 실천에 매우 능수능란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좌파와의 싸움의 본질은 역사전쟁, 확장하면 문화전쟁"이라며 "이걸 소홀히 했다가는 본인 임기는 어떻게 채울지 몰라도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 전 국장은 '투쟁력 있는 문화부 장관을 원했다'는 진행자의 말에 "저도 그랬는데"라고 호응했다. 또 박형준 부산시장이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절대 부산영화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굉장히 기회주의적인 발언"이라며 "그분만 해도 이 좌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집단인가를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좌파와 우파의 공존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비겁할 뿐 아니라 잘 모르는 거다. 쟤네(좌파)들이 어떤 집단인지. 무서운 놈들이다"라고도 말했다.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재소환되고 있다.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재소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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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미 '위헌적'이란 평가가 끝난 사건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좌파성향'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자 청와대 지시를 받은 영화진흥위원회는 이듬해 부산영화제 지원금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기도 했다. 사실 블랙리스트는 이명박 시절부터 존재했고,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황동혁·봉준호·박찬욱 감독마저 지원배제 대상에 올린 점이 뒤늦게 드러났다.

2020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서울 연극협회 등이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낸 헌법소원에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사건 지원 배제 지시는 문화예술인들의 특정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적인 제한에 해당한다"며 "앞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유사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게 된다"고 봤다. "정당화할 수 없는 자의적인 차별행위"라고도 지적했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오진 않았지만, 법원 역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항소심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의 반헌법성을 지적했다. 2018년 1월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는 "정부와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졌거나 정부를 비판·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인사들을 일률적으로 지원배제하는 것은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침해일 뿐 아니라 평등과 차별금지라는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검사' 지휘하는 수사였는데... "대통령 고민해야" 

게다가 블랙리스트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연임하며 총괄했던 수사다. 한민호 전 국장은 그런 윤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사건을 정당화하며 '문화전쟁에 대비하라' 조언을 건넸다. 그는 "이 싸움을 하기 위해서 정말 고민해주면 좋겠다"며 "지금 청와대 진용을 보면 교육문화수석이 없는데 심각한 문제"라고 당부했다.

한 전 국장은 페이스북에 연이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지금은 친일하는 게 애국이다', '일본이 조선인을 참정권이 없는 2등 국민으로 취급했는데 이해가 간다' 등의 글을 올려 2019년 10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파면됐다. 법원은 그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파면은 과도하다고 판단해 복직됐으나 아직 보직은 없고, 최근 다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파면 중이던 2020년 총선에는 우리공화당 종로구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등 문화계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7년 3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정원 정문 앞에서 블랙리스트작성 국가정보원 고발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등 문화계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7년 3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정원 정문 앞에서 블랙리스트작성 국가정보원 고발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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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민호,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화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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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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