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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식물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식물의 공기 정화 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근거 자료로 등장하는 것이 나사에서 발표했다는 공기 정화 식물 순위다.

나사는 환기를 할 수 없는 밀폐된 공간인 우주선에서 어떻게 하면 쾌적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공기 정화는 우주비행사들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사에서는 여기에 더해 대기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특별한 식물이 필요했다.

1989년 나사 연구팀은 공기 청정 연구를 통해 식물이 하루 동안 최대 70퍼센트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공기 정화 식물 순위는 나사 연구팀에서 공식 발표했다기보다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월버튼 책임연구원이 후속 연구를 포함해서 출간한 책에 나온 내용이 알려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사람을 살리는 실내공기정화식물 50>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출간했다.

나사의 대기 청정 실험은 좁고 밀폐된 공간에 식물을 넣은 뒤 유기화합물을 주입하고 식물이 유기화합물을 얼마나 제거하는지 조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 조건이 우리가 실제 생활하는 환경과 다르다고 과학자들이 문제 제기하면서 나사의 대기 청정 연구 결과가 과장됐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실내 공간은 1세제곱미터(가로, 세로, 높이가 각 1미터)보다 넓고 밀폐되지 않았으며 유기화합물이 지속적으로 주입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식물의 공기 정화 기능은 정확하게 수치화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건강 식품의 효능을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건강 식품이 분명 우리의 몸을 이롭게 하는 건 분명하지만 건강을 지키는 만능이라고 과대 포장하면 불편해진다. 분명한 것은 식물이 천연 가습기나 공기 청정기의 역할을 할 정도로 만랩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정도 역할을 하려면 집안이 식물로 빼곡하게 들어차 숲을 이루었을 때나 가능하다. 차라리 환기를 하는 게 공기 정화에는 더 효율적이다.

나사의 연구는 오래 전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식물의 세계는 더 풍부하고 다양해졌다. 게다가 우리의 삶은 식물이 더욱 필요해졌다. 공기 정화 기능뿐 아니라 이 험난한 코로나시대에 불규칙한 생활의 루틴을 잡아주고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역할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이제는 식물의 기능과 효능에 대한 연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심리 방역이나 치유에 대한 다채로운 연구가 절실하다.

공기 정화 식물 탑 10, 스파티필럼
 
돌돌 말린 새순이 쉼없이 돋아서 잎이 무성해진다. 스파티필럼은 한결같은 초록의 생명력이 반짝거린다.
 돌돌 말린 새순이 쉼없이 돋아서 잎이 무성해진다. 스파티필럼은 한결같은 초록의 생명력이 반짝거린다.
ⓒ 김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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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식물의 공기 정화 기능은 도시 생활에 찌든 우리를 끌어당긴다. 가끔 백화점 같은 곳에서 나사에서 선정한 공기 정화 식물 탑 10, 이런 홍보 문구를 내걸어 식물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이때 인기 있는 판매 식물 중 하나가 스파티필럼이다. 스파티필럼은 나사가 선정한 공기 정화 식물 10위에 오른 식물이다. 스파티필럼은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등 공기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항목에서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다.

화려한 능력치에 비해 스파티필럼은 별다른 특징 없이 덤덤하게 생겼다. 날씬한 줄기에 긴 창처럼 생긴 초록잎이 무성하게 자라는데 아주 부지런해서 새순을 쉼 없이 내민다. 돌돌 말린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 완연한 초록잎으로 자란다. 

크기가 작으면 앙증맞고 크기가 크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재미난 점은 쑥쑥 잘 자라는 식물이 식집사를 덜 피곤하게 한다. 성장이 빠른 만큼 식집사도 그에 부응해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지만 스파티필럼은 자기만의 환경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사람의 돌봄을 보채지 않고 혼자서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식물이다. 

그렇다고 마냥 쉬운 식물은 아니다. 키우기 쉽다는 정보가 많아 만만하게 접근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분명 잘 자라고 관리가 쉬운 편이지만 한방에 훌쩍 떠나는 일이 생긴다. 나는 과습으로 한 번, 추위 때문에 한 번, 두 번이나 떠나 보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조율하면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다. 미리 알아둘 것은 스파티필럼에는 독성이 있어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파티필럼과 친해지는 법

스파티필럼과 친해지는 초기 단계라면 잎사귀가 기운 없어 보일 때 물을 충분히 주는 방법도 괜찮다. 이 방법으로 관찰을 하면서 물 주는 간격을 서서히 맞추다 보면 감이 잡힌다. 목 마른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안되지만 과습보다는 차라리 살짝 목이 마른 상태가 낫다. 냉해를 입는 건 나처럼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인 게으른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다. 겨울 시작 무렵에는 춥지 않은 곳으로 얼른 자리를 옮겨 줘야 한다.

스파티필럼은 열대 아메리카 원산지, 천남성과 식물이다. 열대 우림의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라기 때문에 직접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면 잎이 탈색하거나 타 버린다. 빛을 잘 받으면 잎이 큼직하니 싱싱한 기운이 넘치고 부족하면 잎의 크기가 작아지고 웃자란다. 쑥쑥 잘 자라면 분갈이도 해주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줄기도 여유롭게 떼어 놓으면서 성장을 독려해보자. 
  
건조한 계절에는 잎에 직접 물을 분무해도 좋다. 스파티필럼이 워낙 먼지를 잘 빨아들여서 잎을 씻어주려는 목적도 있다. 먼지가 많으면 잎이 숨쉬는 게 힘들다. 기본적으로 스파티필럼은 물이 많으면 싫어하지만 축축한 공기는 좋아한다. 여기에 살랑거리는 바람이 곁들여지면 열대 우림 제 고향에 온 것마냥 편안해 하는 환경이다. 
 
하얀색 잎처럼 보이는 것이 불염포이고, 작은 도깨비방망이 모양이 진짜 꽃이다.
 하얀색 잎처럼 보이는 것이 불염포이고, 작은 도깨비방망이 모양이 진짜 꽃이다.
ⓒ 김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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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돋아나는 줄기가 평소보다 통통하고 흰빛을 띤다면 꽃대가 올라오는 것이다. 꽃대를 발견하고 기다리기 시작하면 꽃을 피우기까지 은근히 더디다. 꽃이 활짝 피어나면 하얀 빛깔이 우아하고 예쁘다. 꼭 투명한 상아빛 같다. 한번 꽃을 피우면 피어 있는 기간이 길다.

하얀색 깃털처럼 생긴 부분은 꽃을 감싸는 변형된 잎인 불염포이고, 오돌도돌 돌기가 돋아난 막대 모양이 진짜 꽃이다. 불염포는 곤충을 유인하기도 하고 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스파티필럼 꽃은 영락없이 도깨비방망이 모양이라서 처음에 봤을 때는 정말 낯설고 신기했다. 

사람들이 식물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식물의 기능적인 면에 끌려서 키우기도 하고 자연이 주는 청량함이 좋아서 데려오기도 하고, 독특한 식물을 골라 소셜미디어에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소통하는 것에 집중하기도 한다. 나는 솔직히 스파티필럼을 데려오면서 특별한 기대와 설렘은 없었다. 평범한 녹색 식물의 매력은 뭘까.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말든 아랑곳없이 그저 자라고 자라는 초록식물을 보면 변함없는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든다. 실패해도 또 다시 키우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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