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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 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간호조무사협회원들이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 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간호조무사협회원들이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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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장(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간무협)이 삭발 투쟁까지 나서며 간호법 제정 반대 운동을 이어나가는 한편, 시민사회 일각에선 '공공을 위한 싸움이 맞느냐'는 회의가 나온다. 이들의 반대 이유가 간호법안의 실제 내용과 관련성이 적다는 데서 나오는 의구심이다.

의협, 간무협 등이 간호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간호사 업무 범위가 의사 고유 영역에까지 확장돼 의료 질을 저하시키고 ▲특정 직역의 단독 법안으로 의료 협업 체계를 무너뜨리는데다 ▲장기요양시설 등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이에 ▲간호법 제정 취지는 기존 의료법 개정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 공청회 결론 "간호법, 의사 업무 침해 안 해"

간호법상 업무 규정이 의사 업무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지난해 8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한 차례 정리됐다. 업무 범위 변경이 아니라 '현실화'라는 점에서다. 이미 간호인력은 장기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재가복지시설, 동사무소 등 지역사회에 의료적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에서 일해 왔고 수요는 점점 더 늘고 있다. 더구나 '의료기관 내 의사 지도하에 따른 의료행위'만 합법으로 간주하는 의료법에선 간호사들이 불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간호법 제정에 동의한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사회복지사)은 당시 공청회에서 "지자체의 노인·취약계층 방문간호 서비스들에서 담당 간호사들이 혈압·혈당 등을 재는 '바이털 사인' 체크 업무도 볼 수가 없는데 (의사가 있는) 보건소 소속이 아니라 '읍·면·동 소속'이기 때문"이라며 "일반인 시각에서 간호사가 이 업무를 보는 건 너무 당연하고 필요한데, 현행 의료법의 한계로 간호직 공무원이 간호가 아닌 사회복지사 일을 자꾸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 4개 조항 문구가 그대로 들어갔다. 초안엔 '의사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조항이 있었으나 "간호사 단독 진료를 가능케 한다"는 의협 등의 반대로 '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라는 의료법 조항을 그대로 반영했다.

간호법이 의사와 간호사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의료 질을 개선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 업무 중 하나로 '진료 보조'라는 포괄적인 규정만 두고 있어 의사가 부족할 때 간호사에게 면허 외 업무를 보게 하는 불법을 야기했다. 수술실에서 간호사가 봉합, 삽관 등의 업무까지 맡는 PA(수술 보조) 문제가 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수술동의서 징구만 봐도 수술을 직접 하는 의사가 수술에 뒤따를 수 있는 부작용과 구체적인 과정 등을 설명하고 서명도 직접 받아야 환자 알 권리에 부합하지만, 현실적으로 간호사들이 맡고 있다. 의료법상 위반"이라며 "이런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자는 게 보건의료노조가 간호법에 동의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감정평가사·경영지도사도 법 있는데 보건의료계만 혼란?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 간호사와 간호대학 소속 회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간호법 제정촉구 결의대회를 마치고 행진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 간호사와 간호대학 소속 회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간호법 제정촉구 결의대회를 마치고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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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실장은 다양한 직역 간의 협업 체계가 훼손된다는 주장에도 "간호법의 어떤 조항이 어떻게 문제가 돼서 협업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인지 논리는 알 수 없고 주장만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 일본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직역 별 단독 법안을 두고 있는데 이들 사회에서 협업 체계가 무너졌느냐"고 되물었다.

간호법 법리적 측면을 검토한 홍승진 법무법인 광장 법제컨설팅 팀장은 "별도 법체계로 만든다고 해서 여러 (의료) 자격자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구분돼 업무를 하느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며 "분야는 다르나 최근 감정평가사법, 경영지도사법 등의 법안이 입법됐다. (독립 입법은) 최근 입법 경향이라 볼 수 있다"고 공청회에서 밝혔다.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는 지난 17일 법안이 수정되면서 일단락됐다. 의료법 외에 간호인력 사용이 규정된 법령은 80개 정도인데, 각 현장에 간호법이 우선 적용돼 기존에 일하던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로 대체될 것이란 우려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법안엔 '우선 적용'이란 표현이 삭제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일자리는 '의원급에선 예외적으로 간호조무사를 쓸 수 있다'는 의료법으로 보장된다.

간무협은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사회적 지위를 악화시키며,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로 상한 제한하는 의료법(80조)의 문제를 간호법에서 해소하지 못했다고 반대한다.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어떤 직종에서도 자격·면허 응시자격을 고졸 등으로 상한 규제하지 않는데, 간호법으로 고졸 상한을 없애자고 주장했으나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외면했다"는 것이다. 의료법과 간호법은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지도한다고 정한다.

강주성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는 "업무는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것이 맞지만, 간호사가 의사가 될 수 없듯 각각의 업무 범위와 책임, 업무 전달체계는 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수 실장은 "각 요구의 타당성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할 필요는 있지만, 특정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법 제정 자체를 거부하는 게 타당한가"라며 "간호협회에 반성할 지점이 있다는 불만과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은 별개의 문제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본질은 의료계 '의사 중심주의' 탈피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 노조 소속 간호사와 간호대학 소속 회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간호법 제정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 노조 소속 간호사와 간호대학 소속 회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간호법 제정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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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이인재 변호사는 간호법 논란의 핵심을 "의사 중심의 의료 행위 독점권의 희석"이라고 짚었다. 기존 의료법 체계에선 간호사, 물리치료사, 치위생사 등 모든 보건의료 직종의 업무가 '의료 기관 내에서 의사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에 묶여 있어 무엇이 의료 행위인지를 해석하는 권한이 의사에게만 과도히 쏠려있었다는 지적이다.

2019년 상정된 물리치료사법안 논란이 한 예다. 물리치료사도 의료기사법상 포괄적인 업무 설명만 있을 뿐 구체적인 업무 권한과 책임에 대한 법규가 없다. 실제로 주민들의 만성질환 관리 수요에 따라 지역 복지관 물리치료실에 고용됐다가 불법 의료 행위로 고발당한 치료사들도 적지 않았다. 물리치료사협회는 ▲물리치료사 정의 ▲면허·업무 체계 정립 ▲전문물리치료사제 도입 ▲물리치료기록부 작성 등을 골자로 한 단독법 발의를 추진했지만 의사협회 등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다.

작업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치기공사 등의 의료기사들도 지난해 의료기사법 개정을 시도했다. 의료기사법상 '의사의 지도' 문구를 '의사의 지도나 처방'으로 변경해 위계가 아닌 협력적 업무 계통으로 명시하자는 시도다. 지역 사회에서 수요가 있는 물리치료사 등은 지도가 처방으로 변경되고 별도 법이 생기면 병원 밖의 지역사회, 환자 가정 등으로 서비스가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주성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는 현행 의료법이 "70여년 전 일본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고령화, 의료 기술이 전문화·다변화되는 사회에도 맞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문간호, 장기요양 등 재가 서비스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커뮤니티케어)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시대적 흐름에서 돌봄의 중추인 간호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라며 "의료 수요자의 현실에서 간호법을 다룰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재수 정책실장은 "간호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정확한 비판이 없다면, 법 내용 보다 단독법의 존재 자체를 불편해 하는 게 아닐까"라며 "단독법은 보건의료 각 직능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보하고 양성과 배치를 체계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게 그 자체로 의료법 체계를 훼손하거나 보건인력 관리를 엉망으로 만든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태그:#간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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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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