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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거시기한 이슈'는 광주전남 지역 언론 보도에 주목하고 시민들에게 중요한 이슈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자 합니다. 차마 말하기 껄끄러운, 민감하고 애매한 주제일수록 더 깊이 천착해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격주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편집자말]
"감사드립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당선을 축하드려요."

지난 주말 SNS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무투표 당선' 소식을 알리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후보들 그리고 그 게시물에는 축하 댓글들이 이어졌습니다. 후보들은 당선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고, 이들을 축하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그 기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유권자는 황당함을 표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거리를 메우던 홍보 열기도, 후보들의 면면을 알 수 있는 TV토론도 불이 붙기 전에 꺼져버린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내 소중한 한 표를 별안간 빼앗겨 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내 지역구 안에서 무투표 당선을 놓고 축제가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유권자들에겐 이번 선거가 '그들만의 축제'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6·1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68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습니다. 후보자가 1명밖에 없기 때문에,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짓게 된 겁니다. 6월 1일 투표 날,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은 다른 유권자들보다 투표용지를 적게 받게 됩니다. 무투표 당선 지역은 아예 투표용지를 인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광주·전남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구·경북도 국민의힘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80여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자 75명이 나왔습니다. 전국 무투표 당선자 10명 중 3명(28.9%)이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에서 나왔다는 건 지역의 일당독점 문제와 함께 전국적인 양당 체제의 문제점까지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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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거운동 기간, 해당 지역에는 선거가 사실상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선거 운동원도, 유세 차량도, 벽보도, 공보물도 그리고 토론도 없습니다. 무투표 당선자의 경우 선거 운동이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 대부분 이 기간 선거운동을 통해 선거에 관심을 두고, 후보들의 이름과 얼굴을 익힙니다. 그런데 이 같은 과정조차 사라지면, 단순히 선거 경쟁 구도가 사라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핵심적인 기본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유권자들은 투표하지 못함으로써 참정권이 박탈됩니다. 후보의 면면을 볼 기회가 사라짐으로써 알 권리를 빼앗깁니다. 무투표 당선자의 당선 여부조차 선택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선택권이 박탈됩니다. 이렇게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투표권의 침해가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투표 당선자들이 우리 지역구를, 우리 가족을, 또 우리 자신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역대 최악의 경선인데...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정치 수사가 정말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민주당원들의 선택이 그대로 본선의 결과가 되었으니까요. 당원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시선은 민주당 공천과정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언론은 민주당 공천을 "역대급 비호감", "누더기 공천", "공천 참사", "불공정 공천"이라며 비판합니다. 원칙 없는 경선에 재심, 재경선 청구부터 반발과 탈당, 고소·고발까지 잇따르면서 "역대 최악의 지방선거"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당내 경선 과정의 파열음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는지 모릅니다. 계파 갈등과 공천 줄 세우기 등 당내 이해관계가 중심이 된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건강한 정당의 역할을 기대한 유권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2년 5월 12일 <광주매일> 사설
 2022년 5월 12일 <광주매일> 사설
ⓒ 광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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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광주·전남의 경우처럼 문제가 계속 곪고 있는 것은 경쟁할 만한, 대안이 될 만한 다른 정당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애초부터 '깜깜이 선거'가 될 우려가 컸습니다. 대선 이후 곧바로 치러지는데, 가장 화두였던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예비후보 등록도 늦어지는 부작용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치 개혁'을 외치며 공정한 정치 구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발표해 '기득권 정치, 승자독식 정치 청산'을 필두로 한 개혁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 늦장 논의와 여야 합의 불발로 공직선거법 개정이 무산되고, 선거일을 고작 50여 일 남기고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면서 깜깜이 선거를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출마 예정자는 공약과 정책 발굴에 차질을 빚고, 이로 인해 유권자들은 충분한 선거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광역의원의 경우, 지역구에 1명만 선출하는 소선구제도가 그대로 유지되어 다른 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출마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개혁이 물 건너간 지금, 남은 것은 '비관'뿐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무투표 당선은 지역의 민주주의 위기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정타입니다.

지방선거 역사상 이렇게 많은 무투표 당선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광주시의회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곳이 20개 지역구 중 11개(55%)로 과반입니다. 전남도의회도 55개 지역구 중 26개로 47.2% 절반에 가까운 의원이 투표 없이 무혈입성하게 됩니다. 순천과 담양에서는 지난 선거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무투표 당선되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광주·전남의 경우 민주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독점해온 기간이 30여 년이나 됐지만 선거 때마다 개혁 세력의 '도전'은 뒤따랐습니다. 선거 때마다 견제받지 않고 독주한다고 비판하는 세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두 기둥이지만 이번 역대급 무투표 당선은 그 기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풀뿌리 정치에 뛰어들 신인 정치인들이 앞으로 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지역 정치의 암담한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기의 시작

일본의 사례는 암담한 미래의 표본입니다. 2019년 일본에서 치러진 '후반부 통일 지방선거'를 보겠습니다. 전체 86개 시 시장 선거에서 무려 31.4%에 해당하는 27개 시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습니다. 저출산 고령화에 정치 무관심, 갈등 회피 성향 탓에 지방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적은 상황에서 지방 의회의 존립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방 소멸, 정치 부재의 위기에 놓인 일본의 뒤를 우리 지역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주의에 역행해 그동안 이룩해 온 민주적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가장 신성한 행위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비유가 의미를 가집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을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이 투표라는 행위가 권력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부여하는 민주적인 절차라는 사실은 누구나 압니다.

이에 반해 후보를 찍을 수 없게 된 '무투표 당선'은 선거의 가치를 훼손한 심각한 결과입니다. 또 후보를 모르고 찍는 깜깜이 선거의 우려를 뛰어넘어 민주 시민의 기본권을 박탈한 정치적 참사입니다.
  
다음 달 1일 치러지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이틀째인 13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가 19일 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2022.5.13
 다음 달 1일 치러지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이틀째인 13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가 19일 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2022.5.1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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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민주주의 위기 앞에서 불의에 맞섰던 시민들이 떠오르는 시기입니다. 21세기 현재를 사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방법이 있습니다. 횃불을 드는 대신 한 표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미 투표권이 박탈된 유권자께는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우리의 기본권이 짓밟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른 단위라도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과 다양한 정당 그리고 비례대표 선거를 유심히 살펴봐 주시고 더 적극적으로 투표권 행사에 동참해 주세요. '한 표'의 힘은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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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해왔습니다. 현재는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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