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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대전지부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 5월 2일부터 9일까지 8일 동안 특수학교 소속 교사(이하 '대전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교권침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2021학년도 국립특수교육원 통계에 따르면, 대전의 특수학교 6곳(186학급) 특수교사 353명 중 약 31.2%인 110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

"장애아동의 폭력 행사로 상해를 입은 적이 있나요?"라는 첫 번째 질문에, 응답자의 80.9%에 달하는 89명이 '예'라고 답했다. 대전 특수교사 열에 여덟이 제자들의 돌발 행동으로 다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활동 과정에서 상해를 입어도 교사가 적절한 보호 및 보상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번 설문에 '예'라고 답한 피해 교사 89명 중,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권침해로 인정받은 교사는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교사의 절반 이상은(55.5%), "교권보호위원회는 안 열렸고 그냥 꾹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학교 관리자가 외려 학부모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는 답변도 있었다(4명).

선택형 설문 이외에도 특수교사들은 '자유 기술' 문항을 통해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보내왔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아파서 당일 아침에 급히 병가를 냈는데 학부모가 학습권 침해로 고발하였고, 관리자가 학부모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중증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수시로 맞는다. 어떤 학생이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진 일도 있었지만, 장애아동이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그냥 넘어갔다."
"장애 학생의 인권은 강력히 보호되는데, 그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의 인권은 바닥이다. 도전 행동을 저지하면 학대, 저지하지 않으면 그 상태로 폭행을 당하는 상황이 너무 무섭다."


이번 '교권침해 설문조사'에 응한 특수교사들은, "상시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대전교육청이 교권 보호를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아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시교육청은 2019년 10월부터 시행된 교원지위법 개정안에 따라, '교육활동 침해 사안 발생 시 처리 절차(이하 교권 보호 매뉴얼)'를 수정-보완하여 안내하였다. 지난 5월 9일에는 교육청 누리집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카드 뉴스'도 게재했다. 

그런데 카드 뉴스에는 "(교권)침해자가 학생인 경우, 교원지위법에 따라 학교에서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고등학생) 중 하나의 조치를 받을 수 있고, 학생이 특별교육 조치를 받는 경우 보호자도 의무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고 안내하는 등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만 담겼다. 

특수교사들은 장애아동이 행사하는 폭력과 교권침해는 일반 학교 사례와 다르므로, 보다 세부적이고 특화된 '교권 보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반 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권침해로 인정을 받으면 공무상 병가도 낼 수 있고 가해 학생을 징계할 수도 있지만, 특수학교에서는 여건상 그런 조치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애아동의 인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장애아동 부모의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장애아동을 가르치고 돌보는 특수교사의 인권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대전시교육청은 특수교사의 인권 보장과 교권침해 구제를 위해 '교권 보호 매뉴얼'을 정비하고 법률 지원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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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스승의날, #특수교사,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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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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