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 강동구 주민자치회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강동구는 주민자치회를 전체 동으로 확대한 원년을 가졌지만 일 년도 안 돼 파열음이 들려왔다. 그 중심에는 주민자치위원회와 직능단체에서 활동한 기존 주민들과 새롭게 주민자치회에 합류한 신규 위원들의 대립이 존재했다. 각각의 입장을 ①편과 ②편에 각각 담은 뒤, ③편에서 주민자치회 현안에 관한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봤다. [기자말]
서울시 강동구와 강동구 주민자치사업단(사업단)의 계약이 오는 6월 30일 종료된다. 사업단이 맡았던 주민자치회 사업은 모두 강동구로 이관될 예정이다. 동마다 한 명씩 파견됐던 자치지원관의 업무는 새로 고용된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맡게 된다. 류정환 강동구청 자치행정과 팀장은 "인력과 예산은 모두 준비된 상태"라고 했다. 또한 "직영을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주민자치를 독립시킨다는 본래의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 지원체계가 달라짐에 따라 현장에서는 걱정섞인 한숨이 나오고 있다. 내홍이 계속되고 운영방식이 충분히 여물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사업단의 수탁기관 '함께강동'의 윤호준 전 이사는 "민간이 운영하는 사업단은 사업지속을 위해 성과를 보여야 했지만 관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며 "갈등을 중재하는 데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자치회가 이미 잘 정착된 동과 그렇지 않은 동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 강동구는 주민자치회 전동 확대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이면에는 많은 잡음들이 있었다. 갈등의 양상은 모두 달랐지만, 그 중심에는 주민자치회를 바라보는 기성위원들과 신규위원들의 관점차가 있었다.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 같은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4월 14일, 주민자치 시범실시 실태조사 등 굵직한 연구를 맡아온 전문가를 만났다. 정책의 최일선에서 고민을 거듭해온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최인수 실장에게 주민자치회가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이제부터는 운영의 민주성 확보하는 데 진력해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브로슈어(2021) 캡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브로슈어(2021) 캡쳐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련사진보기

 
- 문제의 핵심은 주민자치회의 역할에 대한 관점 차이라고 생각했다. 주민자치회는 동네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주민자치회를 바라보는 입장은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주민자치회도 봉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의 본질은 봉사단체가 아닌 모든 주민조직들을 포괄하는 상위조직, 연합체로서 행정과 협의할 수 있는 주민대표기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거부감이 든다면 주민자치회라는 단어를 안 써도 좋다. 그러나 여기서 '대표적'이라는 단어는 빠지면 안 된다. 70년 동안 주민들은 그런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다. 훈련이 필요한데 정부는 아직 어떻게 체계를 만들고 운영할지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다."

-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모든 동에서 자체회비를 둘러싼 충돌이 있다. 주민자치회 회비 수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주민조직은 나름의 재정구조를 갖는 게 좋다. 돈을 받으면 재정적인 의존도가 올라가서 나중에는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돼버린다. 주민자치회가 하는 일은 읍·면·동 차원의 공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공적인 돈을 쓸 수 있는 권한 또한 주어져야 하는데, 아직 행정에선 논의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회비는 필요하다.

그런데 주민들 사이에선 자기 돈 내면서 봉사한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주민자치회를 자꾸 봉사조직이라고 하니까 반감이 커진 측면도 있다. 더 중요한 건 회비를 어떻게 쓸지의 문제다. 자체회비는 자율성을 높일 수 있기에 좋은데 문제는 어떻게 쓸 건지 말도 잘 안 해주고 회비를 걷는다는 데 있다. 기획을 잘 하고 충분히 설명해주면 되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회비를 둘러싼 갈등은) 전반적인 주민자치 역량의 문제라 할 수 있다."

-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에서 40대 이하 위원의 비율을 20% 이상 하라고 권고했지만, 실제로 지켜진 동은 없었다. 젊은 주민들의 이탈은 어떻게 막나?
"'오남자'라는 말이 있다. 50대 남자 자영업자를 일컫는 말인데, 어느 정도 경험도 있고 돈도 있어서 자기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보통 지칭한다. 동네 주민조직들에는 그런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특히 '위원 선정위원회'라는 걸 통해서 동증한 지위를 갖는 사람들을 뽑았다. 걸러지는 장치가 있어서 더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40대 이하 20% 이상'은 그런 해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조항이었다. 그런데 40대 이하가 한 명도 안 들어왔다. 보이지 않는 장벽, 허들이 너무 높은 까닭이다. 회비도 그렇고 회의시간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젊은 사람은 활동하기 힘든 구조다. 그런 허들은 운영세칙(자체규정)을 개정하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다."

- 주민자치회 위원은 단체자격 40%, 개인자격 60%로 위촉한다. 어느 쪽의 비율을 늘려야 하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며 위원 수를 두 배 늘린 건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직능단체를 배려하는 처사였다. 동네에서의 역할을 인정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조항이다. 여기서 공개모집을 늘리냐 단체를 늘리냐 하는 건 단체의 기득권을 얼마나 인정해주냐의 문제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공개모집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초기적인 단계에서는 직능단체 등 기성의 협조 없이는 체계를 구축해나가는 게 매우 힘들다. 백지상태에서 만들어 나가는 게 불가능하니 단체의 추천권을 준 측면도 없지 않다."

- 다음 달 주민자치사업단과의 계약 종료로 지원체계의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혼란 속에서 주민자치회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가?
"이제부터는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는 데 진력해야 하는 시기다. 분과 개방성을 통해 '민주적 구성'을 이루고, 주민으로부터 대표성을 획득해야 한다. 또한 주민자치회마다 자체적으로 제정하는 운영세칙을 활용해 '민주적 운영'을 이뤄야 한다.

앞서 말한 젊은 층의 활동을 막는 진입장벽,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자체회비, 이런 건 대부분 운영세칙을 잘 제정하고 지키는 과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다. 민주적 구성과 민주적 운영, 두 바퀴로 굴러가야 자치성이 길러지고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뿌리,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국의 주민자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자체별로 조례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모두 포괄하는 법률은 여전히 국회를 계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주민자치회가 시범 운영된 전국 읍·면·동에서는 여러 폐단과 내홍이 보고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권이 교체되며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혹독한 진통. 이 모든 걸 견디면서 주민자치를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경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질문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민주주의는 누가 대신 통치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자신을 다스리는 체제"라며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대중이 행정을 주도해가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또한 당장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직접·참여·숙의민주주의라는 민주주의의 궁극적인 가치를 향한 지향이 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그:#주민자치회, #주민자치위원회, #직능단체, #민주주의, #강동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