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서울시 강동구 주민자치회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강동구는 주민자치회를 전체 동으로 확대한 원년을 가졌지만 일 년도 안 돼 파열음이 들려왔다. 그 중심에는 주민자치위원회와 직능단체에서 활동한 기존 주민들과 새롭게 주민자치회에 합류한 신규 위원들의 대립이 존재했다. 각각의 입장을 ①편과 ②편에 각각 담은 뒤, ③편에서 주민자치회 현안에 관한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봤다. [기자말]
지난 4월 16일 서울시 강동구 강일동 주민센터 3층 대강당에서 의제 발굴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서울시 강동구 강일동 주민센터 3층 대강당에서 의제 발굴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 주현우

관련사진보기


한적한 토요일 오후, 서울시 강동구 강일동 주민센터에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주민센터 3층 대강당에 2인용 책상을 둥그렇게 붙여 만든 테이블이 5개 놓여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분과 이름이 적힌 팻말이 꽂혀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주민들은 자신의 분과에 맞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지난 4월 16일은 강일동 주민자치회 의제 발굴 워크숍이 열린 날로, 내년에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 주민들이 함께 논의하고 정하는 자리였다.

이날 워크숍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강일동 주민들에게 돌릴 설문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동네에 꼭 필요한 의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직접 주민들에게 물어보자는 취지였다. 분과별 토론이 시작되자 강당 내부가 시끌벅적해졌다. 생태환경 분과에는 일본 국적의 무쿠나시 유미코(53)씨가 있었다. 유미코씨는 "얼마 전 강일동으로 이사 왔는데 동네가 매우 아름다웠다"며 "동네 환경을 보존하고픈 마음에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완성된 설문지는 곧바로 출력해 주민들의 손에 쥐어졌다. 이들의 목표는 월말까지 강일동 주민 수(3만 2천 명)의 1%가 넘는 400명의 설문을 모으는 일이었다. 이날 생활환경 분과위원으로 참여한 김대근(36)씨는 지난해 2월부터 강일동 주민자치회 분과회의에 참석한 최연소 위원이다. 김씨는 "매달 시간을 내는 건 힘들지만 보람되다"며 "의견을 잘 존중해주는 분위기라 나이가 어린 게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자치란 주민들이 주체가 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책이나 사업에 참여하는 일을 말한다. 관공서에서 동네의 모든 업무를 대리하는 '관치'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며, 행정단위의 최하부인 읍·면·동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라 불린다.

한국에서 주민자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각 동네에 주민자치 제도가 도입된 건 불과 20년 전, 전국에 주민자치센터가 설립되고 이를 운영할 '주민자치위원회'가 출범하면서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는 낮은 권한과 부족한 예산,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주민자치의 본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민자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2013년 행정안전부의 주도로 '주민자치회'로의 개편이 추진됐다.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 선정 방식을 기존 추천제에서 추첨제로 바꾸고 위원 수를 25명에서 50명으로 늘렸다.

주민총회와 분과회의 등 일반 주민을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명목상의 심의기구에서, 주민세 등의 예산을 직접 집행할 수 있는 의결기구로 권한도 확대됐다. 주민자치회는 전국 31개 읍·면·동에서 시범 운영된 뒤 점차 확대돼, 현재 전국 1000여 개 읍·면·동에서 실시되고 있다.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무엇이 달라졌나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무엇이 달라졌나
ⓒ 주현우

관련사진보기


강동구 주민자치회, 지난해 전체 동으로 확대

주민자치회가 처음 시범 운영된 이후 약 10년이 지났다. 각 동에서 주민자치회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강동구는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주민자치회 전환을 시도했다. 민간 중간관리조직 '강동구 주민자치사업단(이하 사업단)'에 주민자치 지원사업을 위탁했다. 그리고 지난해 강동구는 주민자치회가 17개 전체 동으로 확대한 원년을 맞았다. 사업단 측 추산에 따르면 주민자치 활동에 참여한 인원은 1000명 이상이며, 모든 동에서 주민투표가 시행돼 6500명가량의 주민이 온오프라인 주민투표에 참여했다.

지난해 2월부터 강일동 주민자치회를 지원해온 최은주 동자치지원관은 "주민자치회의 장점은 추첨을 통해 일반 주민들도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또한 회의 참여율도 높다며 현 재적 인원이 단순히 서류상의 인원이 아님을 강조했다.

홍경숙 사업단장은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주민들이 새로운 제도를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으로 유의미했다"고 평했다. 다만 "대면 활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과 아직 초기 안착 단계인 동이 많은데 지원체계가 달라지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강동구와 주민자치사업단의 위탁 협약은 6월 30일 종료될 예정이다.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주민자치회 위원들과 지원관들은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주민자치회가 기존의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다. 'ㄱ'동 주민자치회 위원 A씨는 위원 구성과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강동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 제9조에 따르면 위원 정원의 40%를 해당 동 소재의 주민조직에서 추천한 사람으로 위촉할 수 있다. 여기서 주민조직이란 대체로 고령의 주민들로 구성된 직능단체(비슷한 직업이나 직능, 지위별로 구성된 단체)를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일반 주민들을 위한 공개추첨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뿐인 셈이다.

A씨는 "직능단체 회장들이 먼저 단체자격으로 들어오고, 회원들은 개인자격으로 들어온다"며 "일반 주민들은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 일반 주민들의 참여기회는 확대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위원 대다수가 기존 직능단체 회원들로 구성됨에 따라, 주민자치회 운영도 과거로 회귀했다. A씨에 따르면 'ㄱ'동은 코로나19 이후 한 차례도 대면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대신 한 명씩 입장해 서명하는 '워크스루'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온라인 진행을 건의했지만 '비대면 회의에 익숙하지 않은 위원들이 많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A씨는 "안건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아 당일 확인해야 했다"며 "(이런 구조에서) 위원들은 거수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강동구 17개 동 중 워크스루를 도입한 곳은 11동이었다.

자체 회비 등 관행 둘러싼 갈등도
 
강동구 주민자치회 자체회비 납부현황
 강동구 주민자치회 자체회비 납부현황
ⓒ 주현우

관련사진보기


주민자치위원회 출신 위원 및 직능단체 회원들과 새로 참여한 위원들 사이의 알력 다툼은 계속되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거의 모든 동에서 과거 주민자치위원회 시절의 관행을 유지할지를 두고 구세력의 압박과 신세력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여러 직능단체에서 함께 활동해온 위원들이 뭉쳐 일종의 '텃세'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갈등 요인은 자체회비다. 자체회비는 과거 주민자치위원회 시절, 경로잔치, 김장나눔, 애경사 등 동네 행사에 활용할 목적으로 걷어왔던 돈이다. 18개 동(올해 분동된 상일2동 포함) 정기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자체회비 수합 관련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동은 한곳도 없었다.

회비는 조례에 규정돼 있지 않기에 법적으로 상정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위원들간 친목과 결속(강일동)' '지역대표 주민단체로서 지역활동 지원(명일1동)' 등을 이유로 모든 동에서 회비 안건이 상정됐다. 매달 강동구청이 지급하는 교통비(3만 원)를 활용하면 된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투표 결과, 암사3동과 성내3동을 제외한 16개 동에서 평균 3만 원의 회비를 수합하기로 의결했다.

논의 과정에서 신규 위원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주민자치회 활동은 공무·봉사인데 왜 별도로 회비를 부담해야 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2월 상일1동 정기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이모 위원은 "교통비를 바라고 주민자치위원을 신청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절차와 방법이 강압적이어서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강동구 주민자치회 연령별 위원 수 현황
 강동구 주민자치회 연령별 위원 수 현황
ⓒ 주현우

관련사진보기

 
주민자치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로 인해 젊은 위원들이 주민자치회를 떠나고 있다. 조례 제9조는 위원을 위촉할 때 40대 이하 주민을 20% 이상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2021 강동구 주민자치회 성과자료집'을 분석한 결과, 20~30대 위원 수가 10명(20%) 이상 포함된 동은 없었다. 시범운영을 오래 실시한 동네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8년 먼저 시범사업을 실시한 5동(명일2동·고덕1동·천호3동·성내2동·길동)의 정원 250명 중 20대 위원은 0명, 30대 위원은 단 4명뿐이었다.

젊은 위원들은 회비, 회의 시간 등 주민자치회의 자체 규정들이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주민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암사1동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모씨는 "회사를 다니면서까지 활동할 이유를 모르겠다며"며 "곧 활동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