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틀 전 4차 백신 주사를 남편과 함께 동네 병원에서 맞았다. 오후에 맞았는데 저녁을 먹고 난 후에도 아무렇지 않다. 어떤 신호도 오지 않았다. 3차 때는 맞고 난 후 바로 어깨가 저린 듯 아파오면서 팔 놀림이 좋지 않았는데... 그때와 전혀 다른 반응이다. 

그날 밤 자고 나서 아침이 되었다. 몸이 무겁고 팔은 아프고 일어나기가 싫다. 몸살 기운이다. 아, 자는 동안 반응이 오기 시작했구나.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야 한다. 남편 밥은 차려 주어야 하기에 일어났다. 나이가 들어 밥 한 끼 먹지 않으면 금방 기운이 없다. 밥이 건강을 지켜준다. 

남편도 역시 몸이 안 좋다 한다. "오늘은 산책도 가지 말고 쉽시다"라고 말한 뒤 아침을 먹고 각자 자리에서 쉬기로 했다. 남편의 자리는 우리 집 거실 소파다. 소파에서 하루 종일 쉬기도 하고 TV 하고 논다. 나는 서재에서 종일 놀아도 지루하지 않다. 서재는 나만의 놀이터다. 서재는 내가 숨겨 놓은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서재에 있어도 들려야 할 TV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몸이 안 좋은 남편이 소파에서 이불까지 덮고 잠을 진다. 다른 날은 아침부터 잠을 자지는 않는데 몸이 안 좋기는 안 좋은가 보다.

나는 곧바로 사진을 찍어 딸들 카톡방에 올렸다. 둘째 딸에게서 금방 반응이 온다. " 아빠 왜 아침부터 주무셔?" 하고 물어온다. "응 어제 4차 백신 주사 맞고 몸이 안 좋으신가 보다." "그렇구나." 섯째딸, 막내딸 모두가 금방 말을 걸어온다.  

"물 많이 드시고 꼼짝 말고 쉬셔,  점심은 힘드니까 준비하지 말고 배달시켜 줄게요." 

나이 든 부부만 살기 때문에 수시로 딸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멀리 살고 있지만 가족은 서로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매일 연락하기는 힘들지만 며칠에 한 번이라도 소식을 전하고 근황을 알린다. 불편할까 봐 소식을 알리지 않으면 마음이 멀어질 것이다. 가족은 살아가는 힘이다.

사실 딸이 점심 준비를 하지 말라는 말이 더 반갑다. 몸이 힘드니까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는 것이 귀찮다. 혼자라면 대강 먹어도 되지만 남편 밥은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반찬을 한 가지라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 덕분에 나도 같이 먹기는 하지만.
 
딸이 배달 시켜 준 삼계탕
 딸이 배달 시켜 준 삼계탕
ⓒ 이숙자

관련사진보기

 
낮 12시가 금방 돌아오고 군산에서 맛있는 집 삼계탕을 배달시켜 주었다. 점심밥 준비를 안 하니 한결 편하다. 예전과 달리 자꾸 주방 일이 하기 싫어진다. 나이란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밥을 못해 먹으면 가야 할 곳은 딱 한 곳이다. 요양원. 그 생각을 하면 아찔 해 온다.

때가 되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좋은데, 나는 생각을 바꾼다. 사는 날까지 하고 싶은 것 하고 즐겁게 요리를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축북인지...

딸이 배달시켜준 삼계탕 한 그릇에 기운이 난다. 시 필사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다. 그냥 보내는 시간은 너무 아깝고 내 삶에서 소멸되는 듯해 나는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논다. 정신을 집중하며 노는 그 시간이 즐겁다. 외롭다고 느낄 겨늘이 없으니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이제는 백신 그만 맞았으면 하고 희망해 본다. 백신을 맞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가끔 가다가 부작용을 호소 하는 사람도 있다. 남편이 아침 나절에도 잠을 자고 점심을 먹고도 침대에 누워 잤다. 나는 걱정이 되어 자꾸 머리에 손을 대 보았다. 약간 열이 있다. 더 아프면 어떡하지... 혼자 걱정이 된다. 

다행히 한잠 주무시고 일어나 저녁을 먹었다. 더는 힘들지 않았으면 하고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다. 나이가 들면 항상 조심스럽다. 정말 백신 주사는 이번이 끝이었으면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삼계탕, #백신 주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