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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이날 대담 내용은 26일 JTBC에 방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이날 대담 내용은 26일 JTBC에 방영됐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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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부터 26일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JTBC 앵커의 단독 대담 '대담-문재인의 5년'이 방송되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14일~15일, 청와대 본관과 여민관 집무실, 상춘재에서 대담을 나누었다. 퇴임을 앞둔 가운데 4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대통령, 2007년 이후 줄곧 '신뢰하는 언론인 1위'(시사인)를 지켜온 베테랑 앵커 사이 대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손석희 전 앵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에 지지 않고 정견을 가감없이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때때로 (검찰의 권력이) 무소불위 아니었느냐'며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논했고,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지적에 '대통령의 권한을 제왕적으로 사용한 사람이 문제'라며 반박했다. '문재인을 지키자'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구호에 대해서는 '선거용일 뿐'라며 다소 냉소적으로 일축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에 대한 책임론, 부동산 대란에 대한 나름의 항변, 남·북·미, 한·중·일 외교에 대한 생생한 증언 역시 들을 수 있었다(관련 기사: 문 대통령 "나 때문에 패배? 링에 올라가본 적 없다" http://omn.kr/1yjiv ).

사안에 따라 문 대통령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북한에 맞서기 위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본도 안 된 주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을 거듭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비판도 들을 수 있었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두고도 '수긍할 수 없는 추진 방식'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로서는 여가부가 오히려 더 발전해 가야지, 폐지는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면서 날을 세웠다.

모처럼 다양한 사안을 이야기하고, 논쟁하고 항변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반가웠다. 하지만 임기 종료를 2주 남겨놓은 상황이다.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리를, 앞서 임기 중에 몇 차례 더 마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역시 감출 수 없었다.

 후보 시절 공약했던 '광화문 대통령 시대'... 불편한 이야기, 평소 더 많이 했더라면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당선이 유력해진 2017년 5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소감과 다짐을 이야기하는 모습. 문 대선후보는 당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뒤 대선 한달전인 4월 10일 광화문 광장을 찾아 시설현황을 듣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당선이 유력해진 2017년 5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소감과 다짐을 이야기하는 모습. 문 대선후보는 당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뒤 대선 한달전인 4월 10일 광화문 광장을 찾아 시설현황을 듣기도 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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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화문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기억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옮기고 관저를 광화문 근처에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서 상인들과 소주 한잔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던 5·9 장미 대선 당시, 광화문은 촛불 민심을 상징하는 무대였다. 광화문 대통령은 단순히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포부를 넘어, 탈권위와 소통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안보 문제 등 현실적 제약에 막혀, 집무실 이전에 실패했지만 광화문 대통령의 길은 남아 있었다. 바로 활발한 소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박근혜 시대와 대조되는 약속에 환호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

임기 초 문재인 대통령은 춘추관에서 새 정부의 인사를 직접 소개했고 "앞으로도 중요한 사안은 국민에게 직접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거대한 치적은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풍경은 달라졌다. 한국기자협회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7회의 기자회견에 나섰다. 지난 4월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퇴임 기념 출입기자단 초청 간담회를 포함하면 8회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약 150여회의 기자회견,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여회였다. 이에 견줘볼 때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횟수였다.

소통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우리가 처한 환경 안에서는 최대한의 소통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민을 많이 만났고 현장 방문을 많이 하고 기자와 대화했다." 라고도 말했다. 청와대 청원 등의 창구를 열어놓은 것 역시 언급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어'를 적시에 들을 기회는 줄어만 갔다.

한국의 코로나 19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여러 차례 'K 방역'의 성취를 논했다. K 방역의 성취는 분명히 높이 평가할만한 일이다. 선진적인 컨트롤 타워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존재했다. 다른 나라들처럼 '완전 봉쇄'의 길로 가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규모의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사망률과 치사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K방역의 이면도 이야기해야 했다. 코로나 3년차, 사회적 거리두기의 고통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집중적으로 부담되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삶의 위기로 내몰렸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과 '위드 코로나 철회' 등에 대한 이야기는 대통령이 나서서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공식 소셜 네트워크에도, 기자회견에도 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불편하고 송구한 이야기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몫이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가 합의해도 추경 증액은 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을 때도, 대통령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처럼 지지층 기대를 배반하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도,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중요한 사안은 직접 말씀드리겠다'는 대통령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본다.

방송이 끝날 무렵, 5년 사이 머리가 하얗게 세고, 주름이 는 두 출연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터뷰 말미, 문재인 대통령은 '방전된 배터리와 같은 상황'이라는 심정을 고백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떠난다. 이번 대담은 지난 5년 동안의 성공과 실패를 톺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이 대담은 5년 동안 문 대통령이 하지 않았던 것도 상기시켰다. 촛불 대통령은 끝내 광화문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 아쉬움이 더욱 진한 여운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이날 대담 내용은 26일 JTBC에 방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이날 대담 내용은 26일 JTBC에 방영됐다.
ⓒ JTBC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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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문 대통령 "'국방부 방 빼라' 집무실 이전, 이런 식 정말 위험" http://omn.kr/1ykd6
문 대통령 "선제타격 발언 부적절, 당선자 빨리 대통령 모드로"  http://omn.kr/1ykcn

태그:#문재인, #손석희,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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