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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선거관리위원회,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 읍·면·동선거관리위원회의 4단계로 돼있다. 이렇게 구성적인 면만 보면 빈틈없는 확실한 조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용인시 기흥구의 정당추천 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필자 눈에는 허술하면서 빈틈 많은 구조를 가진 곳으로 보인다. 2022년은 선거의 해다. 대선은 끝났고 지방선거가 눈앞에 있다 보니 이번 선거는 또 얼마나 많은 부정선거니, 부실 선거니 하는 이야기가 뒤따를까 하는 걱정에 고개를 치켜든다.

요즘의 선거 시스템 안에서 부실 투표는 있을 수 있어도 부정투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단언한다. 얼마 전까지 함께 활동했던 또 다른 정당추천위원은 선거관리위원에 위촉되면서 평소 본인이 가지고 있던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확실하게 파헤쳐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지난 대선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지켜본 결과, 우리나라 선거 시스템 안에서 부정투표 가능성은 1%도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직에서 물러났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부실 투표는 어떻게 된 일일까? 여기에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먼저 인력수급이 어렵다는 것과 두 번째는 선거관리위원회 내부의 소통 방법의 부재라 볼 수 있다.

선거업무에 가장 능통한 인력은 당연히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무원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수많은 투표 현장에 파견돼 관리하고 업무를 전담하는 인원은 고작 2~3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과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선거사무에 대해 이해도가 있고 민원 처리 경험과 행정 전문성이 높은 지방공무원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지방공무원들이 선거사무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겨나 인력수급에 큰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지방공무원들은 투표일에 선거 관련 업무에 차출되더라도 초과근무수당과 출장 여비를 받지 못한다. 임시휴일 날 12~14시간 근무하고 받는 수당과 사례금은 합쳐서 10만 원 정도다. 국가에서 정한 최저시급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의 무게가 존재한다.

얼마 전 선거사무원 등에 대한 수당을 28년 만에 상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는 각 후보자가 위촉하는 선거운동 일선에서 뛰는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 종사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인상해 주는 것이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위촉하는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실망을 금치 못할 뿐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선관위 공무원들은 내부 소통망이 있어 별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4단계로 구성돼 선거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서로 소통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조차 위원들의 의견을 개진할 곳이 없다. 즉,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 조직이다 보니 유기적인 움직임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난 대선 때 코로나 확진자들의 별도 투표에서 발생한 일은 미리 대처할 수 있던 일이었다. 진작부터 이동 약자들의 투표 참여를 위해 시행해오던 방법을 중앙선관위 지침대로 시행하기에는 확진 격리자들의 참여 수요와 소요 시간을 생각해 볼 때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현장에서는 판단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중앙선관위에 전달하고 대책을 논의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에 또 다른 안타까움이 있다.

이렇듯 선거 때마다 일부에서 근거도 없이 제기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은 알고 보면 과정과 절차의 실수에서 비롯된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그 실수를 최소화할 방법인 인력과 조직의 유기적인 연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무시하고 있음이 아쉽다.

중앙선관위는 지금이라도 투표 관련 업무에 차출되는 지방공무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인력수급의 걸림돌이 되는 원인을 없애야 할 것이다. 현장에 있는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들과 내부 소통 방법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선거 부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용인시 기흥구선거관리위원 입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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