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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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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이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이 헌법의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다." -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윤 당선인은)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일까 깊게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길 당부했다." - 25일,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윤 당선인은) 취임 이후 선량한 국민을 지키기 위해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다." - 24일,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3일 연속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연일 '헌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두고 여야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시점이다. 윤 당선인의 발언은 대통령직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지만, 그의 대변인인 배현진 대변인은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대답을 기자들에게 내어 놓을 때도 똑같이 '헌법 준수'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무사법행정분과를 중심으로 해당 법안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라고 여러 차례 비난했다.

윤 당선인과 배 대변인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26일 하루에만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에 대해 날 선 반응을 여러 '입'을 통해 동시에 쏟아냈다. '아직' 여당인 민주당이 의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검수완박' 추진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셈이다. 문 대통령이 박병석 의장의 합의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대담-문재인의 5년'에서도 소위 '검찰 정상화' 관련 입장을 낸 데 대해 반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측과 곧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사이 '신구 권력'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모양새이다.

윤석열 "대통령 첫째 임무, 헌법 준수"...당선인 측 "역사에 공소시효 없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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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인천 계양산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인권 등 이런 가치를 담고 있는 헌법이란 게 법조문 안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많은 국민을 뵙고, 국민의 민생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그 안에 이러한 헌법 정신이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라는 이야기였다.

특히나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이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이 헌법의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우리에게 미래의 번영과 발전이 있는 것"이라며 "제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여러분들을 뵙고 느끼고 배운 것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잊지 않고 최선 다해 실현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배현진 대변인은 보다 명시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꼬집었다. 전날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검찰의 정치화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본질을 생각해보면 정권이 권력을 사유화 해왔기 때문"이라며 "지난 시절에 검찰뿐 아니라 경찰, 국세청 등 정부 부처 모든 권력 기관을 통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고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데 국민이 상당한 피로감을 갖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당선인이 탄생한 배경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라며 "문 대통령께서 아이러니하다고 말했지만 저희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장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라고도 지적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고, 지나간 역사에 대해서는 국민과 언론이 냉엄하게 평가하지 않느냐"라며 "윤석열 정부는 그런 역사의 냉혹한 평가에 대해서 늘 의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수완박 입법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민주당을 저격한 말이다.

그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지금 현재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국민께서 지금 우려한다는 여론이 많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거대 여당이 의석 수를 동원해서 입법 독주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평가하시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역사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라는 경고였다.

장제원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생각 안 변해"... 민주당 "협치 밥상 발로 찼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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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다 노골적이었다. 그는 "검찰 마음에 안 든다고 검찰 수사권을 다 뺏어버리겠다? 권위주의 시절에 방송 마음에 안 든다고 방송 통폐합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우리가 정치를 하면서 헌법의 가치를 지켜야 되잖느냐"라며 "그런데 정치권에서 헌법 가치를 지켜야할 책무를 저버리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졸속으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기에 해야 하는 건지, 이게 과연 국민의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실 것이라고 본다"라고까지 이야기했다.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것.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는 생각은 전혀 변한 게 없다"라며 "다수 정당의 힘으로 이런 것들이 잘못되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기류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조오섭 대변인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한 "윤석열 당선인의 의중"이 "입장 선회의 결정적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 신성한 입법에 대통령 당선인이 배 놔라 감 놔라 할 수는 없다"라며 "나아가 여야 합의를 임기도 시작하지 않은 당선인이 '호떡 뒤집듯' 너무나 쉽게 뒤엎을 수는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두고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처음으로 차려진 '여야협치의 밥상'을 스스로 발로 차버리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합의파기로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윤석열 당선인과 검찰의 눈치만 보는 거수기 역할의 국민의힘 모습뿐"이라고도 비난했다.

한동훈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 정의당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해"
 

한편,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가 해당 법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은 전날 대담에서 "굉장히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범죄 대응 시스템이 붕괴해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이 '국민 상대 공청회' 한번 없이 통과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다"라며 "현장을 책임질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건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정의당이 이를 두고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태도"라고 꼬집고 나섰다. 브리핑에 나선 장태수 대변인은 "선택적 직업윤리와 양심"이라며 "검언유착 혐의에서 벗어나려고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에 협조하지 않았던 한동훈 피의자의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고위직인 검사장이라면 검찰의 범죄 입증 절차에 협조해서 혐의없음 입증을 받아내는 게 한동훈 후보자가 강조한 직업윤리와 양심이 아닌가"라며 "피의자의 권리라고 강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입법은 국회의 권리라는 되받아치기에는 어떻게 하려느냐?"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국회를 야반도주하는 범죄자라고 다시 공격하겠느냐. 아니면 삼권분립조차 무시하는 듯한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발언을 실천할 권한의 남용으로 맞서겠느냐"라며 "자중하시라"라는 지적이었다.

태그:#윤석열, #배현진, #장제원, #한동훈, #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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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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