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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와 치과의사의 코로나 진단 업무 파견에 항의하는 대한의사협회 공문.
 한의사와 치과의사의 코로나 진단 업무 파견에 항의하는 대한의사협회 공문.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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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께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에 의한 코로나19 검체 채취가 즉각 중단되지 않을 경우 고소·고발 등의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공문이 지역 보건소에 접수됐다. 검체 채취는 의과 면허를 소지한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이를 준수해달라는 대한의사협회의 항의 공문이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입장이 난처했다. 농·어촌 지역은 코로나 감염병 재난 대응에 동원할 공공 보건의료 인력이 특히 부족했다. 각 보건소·보건지소에서 일하던 공중보건의는 '긴급 수혈' 인력 중 하나였다. 감염병 특성상 현장에서 변수는 매일같이 발생했고 그에 긴급 대응도 해야 해, 세부 직군을 특정 업무에서 제외하라는 요구는 부차적으로 느껴졌다.

지난 2년 코로나 시기 동안 일부 지자체·보건소 방역 담당자가 경험한 곤혹스러움이다. 유사한 문제제기가 2020년 초부터 공문 등을 통해 계속 접수됐지만, 당장 현장 대처가 급한 상황이었다. 정당한 요구인지를 두고도 의문이 나왔다. '재난 대응에 직역 갈등이 개입하는 상황을 정부가 정리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힐난이 현장에서 나온 이유다.

공중보건의(공보의)는 의사 면허 소지자가 택할 수 있는 병역 제도로, 공중 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임기 3년의 보충역이다. 대부분 시·군·구 기초 지자체 보건소·보건지소 등에서 일한다. 의사 면허가 의과·치과·한의과 등 3종으로 나뉘기에 공보의도 3개 직역으로 구분된다. 2020년 12월 기준 의과 공보의는 1903명, 치과 공보의는 542명, 한의과 공보의는 1057명이었다.

논란에 따라 일부 지자체는 2년 간 치과·한의과 공보의를 아예 코로나 대응에서 제외했다. 강원도와 전라남도가 대표적이다. 전남의 경우 코로나 초기 직역 구분 없이 공보의를 파견하다 의사협회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의과 외 공보의를 파견에서 제외했다. 강원도청도 거의 2년 내내 의과 공보의만 코로나 대응 업무에 투입했다.

방역 현장에선 '인력을 비효율적으로 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과 공보의는 보건소 업무 외에도 생활치료센터나 감염병 전담 병원 등의 병상 업무나 다른 지역 기관, 백신 접종 등에 파견됐고 기존 보건지소 의과 진료도 병행해야 했다. 차출되는 인력 규모가 상당한데 이 공백을 다시 의과 공보의 내에서만 해결하니 문제를 최소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PCR 검사, 간호사·요양보호사·공무원도 맡아"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실시했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된 지난 11일 오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 검사를 하고 있다.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실시했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된 지난 11일 오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 검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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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면·읍 단위 주민들에게 전가됐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도의 한 기초 지자체 보건지소에서 한의과 공보의로 일했던 A씨는 "이 지역엔 1차 의료기관이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2개밖에 없어 여기가 문을 닫으면 주민들은 10km 거리의 읍내로 나가야 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오미크론 유행기 3개월 간 의과 진료실이 거의 문을 닫았다. 당시 파견 가능한 의과 공보의 풀은 3명, 치과·한의과 공보의는 10명이 있었는데 순환 근무를 했으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내 보건지소 대부분이 이러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보건소가 내부 사정 때문에 모든 공보의를 활용하려 해도 광역 지자체 결재에서 막혔다. 필수 진료를 보는 의과의 경우, 보건지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주민 민원이 발생한다. 지난해 인천시 한 기초지자체는 민원이 많이 발생하자 치과 공보의를 코로나 대응에 파견했는데, 의과·치과 진료 공백 때문에 또 민원이 발생했다. 이에 한의과 공보의를 파견하려고 협의를 통해 1명을 차출했으나 인천시청이 거부해 없던 일이 됐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선별진료소 진단(검체 채취) 업무도 마찬가지다. 인력난에 허덕인 현장에선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간호사, 간호조무사, 상황이 긴급할 경우엔 일반 공무원도 진단에 투입됐다. 집단 격리되는 요양시설 특성상 의료인에게 진단 방법을 교육받은 요양보호사가 요양시설에서 검체 채취를 맡기도 했다.

직역 구분 없이 공보의를 파견했던 공주시청 관계자는 "지역에 의과 공보의 10명, 치과 4명, 한의과 8명 정도가 있는데, 파견 부문이 가장 많은 의과만으론 감염병 대응을 할 수 없었다"며 "검체 채취가 의사 지시 하에 하게 돼 있어 참여 동의 여부를 물었고 치과 공보의는 못한다고 했고, 할 수 있다고 동의한 한의과 공보의가 일부 파견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심화되면서 결국 일부 지자체는 PCR 검사에서 치과·한의과 공보의를 배제했다. 재난 초부터 확진자가 급증했던 경기도는 처음엔 직역 구분 없이 공보의에 진단검사를 맡겼으나 이후 한의사 공보의를 PCR 검사에서 제외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올해 복지부에서 치과 공보의도 검체채취 파견을 그만하라는 공문이 내려와 그에 따르고 있다. 치과·한의과는 접종 문진이나 역학조사에 배치한다"며 "수도권 외곽 지역엔 (공공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 자체가 부족해 공보의가 코로나에 동원될 수밖에 없다. 공보의 한 명조차 없는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책임 답변 회피, 갈등 조율 실패"
 
22일 오후 철거 중인 서울광장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내부에 의료진이 사용하던 방역복이 놓여 있고 오른쪽 창문엔 검체채취용 장갑이 묶여 있다.
 22일 오후 철거 중인 서울광장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내부에 의료진이 사용하던 방역복이 놓여 있고 오른쪽 창문엔 검체채취용 장갑이 묶여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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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한의과 의사의 진단 검사는 왜 문제가 될까.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감염병 진단을 위한 검체 채취와 취급은 직군이 구분되는 의료 행위"라며 "병원체 노출 위험성, 감염 확산 우려가 있어 감염표준주의를 엄격히 준수해 시행돼야 할 의료행위이며 의사나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정확하고 적합한 검체채취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의료법 2조상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정하는데, 검체 채취는 이 범위 밖의 의료행위"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27조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승호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장은 "국가적 위기에 모든 의료인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하고 있고 의료진 과로가 쌓여있다는 기사도 계속 나오는데, 어떤 면허는 되고 어떤 면허는 안 된다는 식의 나누기 싸움은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미 공중보건한의사들이 검체 채취, 역학조사, 콜센터 등 다양한 코로나 업무에 투입돼 일을 했고 이와 관련해 표창장을 받은 한의사도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고발을 언급한 공문은 위기 앞에서 이권다툼을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기초 지자체 방역 담당자 B씨는 "어떤 이유에 앞서 사실은 직역 간 이해관계가 있다고 느꼈다. 재난 시기에 감염병예방법 등이 우선이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감염병예방법 5조는 '의료인은 국가와 지자체의 감염병 발생 감시와 예방·관리 및 역학조사 업무에 적극 협조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 지자체장의 행정명령에 적극 협조한다'고 정한다. 농어촌의료법 6조 2항은 감염병의 사유로 의료 인력이 긴급히 필요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공보의를 다른 기관·시설에 파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정부가 책임 있는 판단을 회피해 지자체 실무자들이 혼란을 떠안아야 했다는 원성도 나온다. 코로나 감염병 방역을 총괄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논란이 지속되던 2020년 11월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의사가 감염병 환자를 진단할 수 있고 역학조사관으로 임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B씨는 "법적 대응이 언급된 공문이 오니, 일부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에 '명확하게 판단해 (의료계 등과) 조율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복지부는 2020년 3월 7일, 의료인의 면허 범위 및 의료인이 관련(검체채취) 교육을 받았는지, 보건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는 없는지, 해당 지역의 감염병 확산과 의료인 수급 상황, 필수 의료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지자체가 판단해 (공보의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한의사의 검체 채취 행위의 불법 주장에 대해서는 "이 행위가 한의학에 뿌리를 둔 건 아니기에 한방 의료행위로 보긴 어렵지만, 의료법상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기가 우려되는 등 필요한 경우 정부에서 의료인을 동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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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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