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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진 요즘, 다들 어디서 놀고 있을까요? 휴대전화 하나로 접속할 수 있는, 시민기자들의 '온라인 놀이터'에 대해 알아봅니다. [편집자말]
위버스 사이트.
 위버스 사이트.
ⓒ 위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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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방탄소년단 팬을 이르는 말)들 폰에는 100% 깔려 있는 앱이 있다. 팬이 아닌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그 앱의 이름은 위버스다. 우리(WE)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팬과 아티스트(우리)의 우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버스는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플랫폼으로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설립한 WEVERSE COMPANY(위버스 컴퍼니)가 운영하고 있다. 소속사는 거기에 공연 소식, 앨범 발매 일정, 멤버들의 건강 상태 같은 크고 작은 소식을 게시한다.

그래서 위버스에서 알림이 오면 반가운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같이 일어난다. 반가운 마음은 '혹시 멤버가 글을 올렸나?' 하는 것이고, 또는 '공연을 하나?' 하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걱정되는 마음은 멤버들의 부상 같은 안 좋은 소식일까 하는 우려다.

팬들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멋진 모습을 올리기도 한다. '나 오늘 졸업했어요, 이거 내가 그린 그림이에요' 같은 소소한 이야기와 '이번 공연에서 이 부분 너무 멋지지 않나요?'라는 감탄이 공존한다. BTS 멤버들의 생일 이벤트 같이 팬들끼리만 알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면 멤버들에게는 그 글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아미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루쯤 휴대전화를 끄고 지내다가 켜보면 가족이나 친구한테서 온 것보다 방탄한테서 더 알림이 많이 와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7명의 멤버들이 간간이 위버스로 찾아와 일상을 나누고, 혹은 기대되는 스케줄을 앞뒀을 때 그곳에 감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위버스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팬 아미에게 직접 답글을 남기며 교류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예를 들어 4월 6일에는 저녁 6시부터 8시 39분에 걸쳐 멤버 뷔가 팬들이 쓴 글에 58개의 댓글을 달아준 덕에 휴대전화의 푸시 알림이 연이어 울렸다. 그럴 때면 파티가 시작된다. 멤버가 위버스의 게시글을 실시간으로 읽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저녁 메뉴 추천, 요즘 듣는 음악 공유, '내일 시험치는데 응원의 메시지 좀', 같은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멤버들은 댓글을 달면서 교류한다.

21년 연말에는 멤버 슈가가 어깨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느라 연말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후반부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팬들은 시상식을 지켜보며 언제 나오나 고대하며 기다리는 중이었다. 위버스 알림이 울렸다. 슈가였다. 그가 남긴 말은, "언제 나오나…"

'방탄 멤버가 지금 나랑 같이 TV 앞에 앉아서 멤버들 언제 나오나 기다리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영앤리치 슈퍼스타가 한층 친밀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실시간 소통에 '번역'까지 지원한다니 
 
우리가 지금 같은 걸 보고 있다는 실감
▲ 방탄공연을 보던 중에 온 슈가의 메시지 우리가 지금 같은 걸 보고 있다는 실감
ⓒ 위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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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슈가가 방송에 참여하지 못했던 또 다른 연말시상식 날은 방탄의 공연을 보고 있는 도중에 '가슴이 웅장해진다'라는 감상이 푸시 알림으로 올라왔다. 각자의 방에서 방탄 공연을 보고 있던 아미 친구가 톡으로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위버스는 이렇게 아티스트와 팬이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나에게는 별로 쓸 일이 없는 기능이지만 해외 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 위버스에는 있다. 멤버들이 한국말로 올린 글을 앱 내에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총 10개국 언어로 바로 번역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멤버들이 댓글을 달아준 글이 좀 어색한 우리말로 되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랍어를 쓰는 팬이 모국어로 쓴 후 앱 내에서 한국어로 번역해서 올렸던 경우가 그렇다. 그러면 그 팬은 멤버가 쓴 댓글을 모국어로 번역해서 읽을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번역을 할 수 있는 아미들이 하나하나 번역을 해주고 나서야 알아들었을 것들을 실시간으로 대강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 외국 팬들에게는 위버스 앱의 번역 기능이 무척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방탄소년단으로 통하는 차원의 문 같은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트위터로 연락을 주고받는 미국 아미에게는 위버스 앱의 번역 기능이 필수불가결한 도구였다. 가끔 보면 맥락이 사라지고 조금 이상한 번역이 되는 경우도 있는 듯해서 아쉬웠다. 아티스트가 올린 글에 대한 번역은 조금 시차를 두고라도 수정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위버스 앱이 생기기 전에도 팬 카페라는 형식의 아지트가 있기는 했다. 국내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 기능을 빌린 팬 카페는 외국인 팬들에게는 장벽이 높았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팬 커뮤니티를 이용하기 위해 외국의 포털 사이트에 회원 가입한 후 팬 카페에 가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해외팬도 많은 BTS에게는 위버스라는 커뮤니티 앱으로의 진화가 꼭 필요한 수순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 지원 이외에 국내 팬들이 활용하기에도 기존의 팬 카페보다 편의 기능이 보강되었다. 기존에는 아티스트가 쓴 글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직접 댓글을 달며 교류할 때 해당 글을 찾아 읽기가 어려웠다. 글을 쓴 작성자에게만 댓글 알림이 가기 때문이다.

위버스에서는 멤버들이 달아준 댓글은 최상단에 고정되고 멤버가 댓글을 달아준 글만 모아 볼 수 있게 되어 있어 나중에라도 쉽게 찾아서 읽을 수 있다.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셈이다.

위버스 앱은 콘서트에 가기 위해서도 필수다. 위버스에 저장된 팬클럽 아미 멤버십이 콘서트 입장을 위한 본인인증 시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미 멤버십은 유료로 1년 단위로 가입한다. 바꿔 말하면 콘서트를 가지 않을 거라면 멤버십을 구매하지 않아도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기능을 즐길 수 있다.

'위버스'라는 거대한 우주 
 
BTS 콘서트 날 필요한 정보는 위버스 앱에 다 있다
▲ BTS Las Vegas PTD 콘서트 행사장 실시간 현황 BTS 콘서트 날 필요한 정보는 위버스 앱에 다 있다
ⓒ 위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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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콘서트가 열렸던 요즘과 같은 때에는 위버스 앱이 정보 게시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콘서트 장 주변에는 굿즈 판매소, 각종 체험 부스 등이 마련되어 있는데 행사장 안내도와 혼잡 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주는 페이지가 콘서트 기간 중 위버스 앱 내에 생긴다.

현지 시각 4월 8일부터 16일까지 4회로 진행된 BTS PERMISSION TO DANCE 공연 기간 동안 라스베가스 도시 전역에서 비하인드 사진전, 팝업스토어, 한식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THE CITY 프로젝트도 함께 열렸는데, 이런 다양한 체험을 하기 위해서도 위버스 앱은 필수다. 각 체험을 위한 예약 페이지, 지도, 체험 가능 시각 등의 정보가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위버스 앱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여행 예능, 콘서트 다큐멘터리, 온라인 콘서트 같은 유료 콘텐츠를 구매해서 바로 볼 수도 있고, 방탄소년단의 자체 예능 프로그램인 '달려라 방탄', 해외 팬들이 한글을 배울 수 있는 'Learn! KOREAN' 같은 무료 콘텐츠도 볼 수 있다.

2019년 6월에 방탄소년단과 같은 소속사의 TXT 두 팀만으로 출발했던 위버스는 2022년 4월 18일 현재 YG의 블랙핑크, 위너, 아이콘, 하이브 산하의 세븐틴, 뉴이스트, 엔하이픈 등을 포함한 44개 팀의 글로벌 아티스트가 자리잡은 플랫폼이 되었다. 하이브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는 변경 전 사명으로 IPO 시장에 나올 때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그룹 안에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를 포함시켰다.

위버스라는 앱을 매일 들여다보는 아미인 나는 위버스가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들이 큰 그림을 완성시켜가는 과정 또한 목격하는 중이다. 하반기에는 네이버 Vlive가 탑재된 위버스 2.0이 론칭된다고 하니 조각 하나가 더 얹어졌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도 기대하고 있다.

태그:#방탄소년단, #BTS, #위버스, #WE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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