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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산 지 3년쯤 되었다. 제주도에서 작은 인문사회과학 책방을 꾸리고 있다. 서울에서 책방을 한 것까지 더하면 30년쯤 된다. 제주도는 15년 만에 내려왔다. 서울 책방 일이 많아서 어디 나들이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했다. 15년 만에 제주도에 오니 여전히 아름답다. 사람들이 묻는다. 제주도에 와서 행복하냐고. 참 행복하다.

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제주도에 와 보니 여전히 밤하늘에 별이 많고 저녁 노을은 빨갛게 불타올랐다. 하지만 자연이 더럽혀져서 마음이 아프다. 성산에 제2공항을 짖는다, 송당 비자숲길에 있는 삼나무 2500그루를 벤다, 선흘2리에 동물원을 만든다 하면서 온통 개발열풍이 불었다.

내가 서울에 있을 땐 개발에 반대하는 곳에 이름을 써 넣거나 돈을 내면 마음이 편했다. 지금은 제주도에 살고 있으니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마음이 무척 아프다.
 
윤석열 정부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 인수위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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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다. 원희룡은 제주도에 공항을 하나 더 짓고 싶어 한다. 윤석열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왜 제주도에 공항을 하나 더 지으려고 할까.

하나만 꼽으라면 제주도 경제를 살려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로 나들이 온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들 안전을 생각해서 짓는다, 비행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짓는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굳이 성산에 공항을 짓지 않아도 된다. 지금 있는 제주공항을 새롭게 고치거나, 제주도로 밀려드는 관광객을 줄이면 된다.

지금 지구는 코로나19바이러스로 죽음 땅이 되었다. 숲을 없애고 이산화탄소를 마구 내뿜어서 그렇다. 비행기가 한 대 뜨고 내릴 때마다 자동차 배기가스 3,000대 분량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제주도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를 세 가지만 꼽겠다.

첫째는 2015년 11월 10일 제주도 성산에 공항을 짓겠다고 발표를 하자 그곳에 있는 땅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몇 해 사이에 65% 가까운 땅이 사고 팔렸다. 경상도 사람들이 70% 가까이 되고 나머지는 서울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땅을 샀다. 땅 투기꾼들이 몰려든 것이다.

둘째는 성산 공항 땅에는 오름이 많다. 오름은 한라산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산이다. 제주도에 나들이 오는 사람들은 아예 오름을 오르려고 오기도 한다. 제주도에는 오름이 360개가 넘는다. 공항이 들어서는 동쪽에 제일 많다.

공항이 만들어지면 동쪽에 있는 오름 10개쯤 머리가 잘리거나 더렵혀질 수 있다. 윤드리오름, 대왕산, 대수산봉, 낭끼오름, 뒤굽은이오름, 나시리오름, 유건에오름, 모구리오름, 통오름, 독자봉이다.

셋째는 숨골이다. 제주도는 강이 없다. 제주도 사람들이 먹는 물은 깊은 땅에서 나온다. 그 물들은 서로 이어져 있다. 숨골은 제주도가 180만 년 앞서 용암이 터져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숨골은 땅 속에서 서로 이어져 있어서 한 곳이 더렵혀지면 다른 곳도 더렵혀진다.

공항을 짓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런 숨골을 막아버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사람 목숨 줄을 막는 것과 같다. 그런 숨골이 공항이 들어서는 곳에 136개나 있다.

제주도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뽑혔다. 한 곳에서 세 가지 생태환경보전지역으로 뽑힌 곳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이래도 제주도를 더럽힐 것인가. 원희룡이 국토교통부장관이 돼서 제주도에 공항을 하나 더 짓는다면 목숨을 걸고 막을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도를 지킬 수만 있다면.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 일꾼 은종복

태그:#원희룡, #제주풀무질, #국토교통부, #제2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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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앞에서 작은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을 2019년 6월 11일까지 26년 동안 꾸렸어요. 그 자리는 젊은 분들에게 물려 주었어요. 제주시 구좌읍 세화에 2019년 7월 25일 '제주풀무질' 이름으로 작은 인문사회과학 책방을 새로 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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