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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선이 한국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박 의원(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선이 한국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박 의원(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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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P, 24만 7천여표 차. 이번 대통령 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초박빙 승부'였다는 데에는 모두들 이견이 없다. 하지만 여권 입장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만 할 수 있을까? 선거가 끝난 지 딱 일주일이 된 16일, 첫 대선 평가 토론회에 모인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관, 내외문제연구소(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최로 '제20대 대선이 한국 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가 열렸다. 정치·사회학계를 대표해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하나 같이 '초박빙 승부' 이면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한 분노, 실망감, 선입견 등 복잡다단한 민심들이 뒤엉켜 있는 상황 전반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사실상 서울 전역이 경합지역 "부동산 때문만이라기엔..."

여론조사 전반을 분석해온 박종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그런 민심이 여실히 드러난 지역으로 서울을 꼽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평가에서 부정이 긍정보다 5% 정도 많았고, 실제 (선거) 결과도 (서울에서) 윤석열 후보가 그 정도 더 많이 받았다"며 "결국 유권자들은 국정 지지도에 대한 평가와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던 표심이 실제 선거 결과까지 굉장히 비슷했다. 서울의 표심이 전체 표심을 대변한다"고 봤다. 

민주당 입장에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이번 대선을 비교하면, 박영선-오세훈 후보의 89만 표 차이가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31만 표 차이(서울 지역)로 좁혀지는 등 나름 '만회'한 선거이긴 하다. 하지만 박 교수는 "저는 가장 충격적인 게 소수의 강남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역구가 박빙, 미국 기준으로는 경합지역(Swing district)이 된 점"이라며 "이 결과를 어떻게 보냐면, 서울 유권자가 보수화됐다기보다는 굉장히 강한 '회초리 투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서울 결과를 보면 부동산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나 성별 출구조사 결과 등을 보면, 이들이 과연 부동산이란 이익에 기반해서 투표했는가란 의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탄핵'이라는 하나의 대의로 뭉쳤던 촛불집회가 문재인 정부에선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으로 나뉜 원인은 이익/가치 중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하 교수는 이 의문들을 정리해서 "이익과 이념 중 어느 게 더 (투표 결정 요인으로) 컸는가에 대답할 수 있어야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며 "2030 유권자들의 인식이 '민주당은 이런 정당'이라고 굳어 있는 것을 파악하기 전에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요인이) 만약 이념 문제,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런 것이라면 정말 회복이 어렵다"며 "이익 문제라면 상대적으로 (쉽게) 정책 변화 등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념 선입견을 깨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패배 선언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패배 선언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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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 모든 집단이 성별, 연령, 지역, 주택 소유 여부 등 다양한 세부 기준으로 잘게 쪼개지면서 모든 집단 간 갈등과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모든 정체성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란 100% 불가능하다"며 "반드시 공약·정책 실패,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데에 실패할 테고, 그렇게 되면 정치혐오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통합이 안 됐다 정도가 아니라 아노미상태로 흘러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지층 속성면에서도 민주당에게 앞으로의 선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핵심 지지층인 40대의 투표율 추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가 5년 전보다 4.5%P 줄어든 70.4%로 나타난 대목을 "(이번 대선이 남긴)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지방선거나 총선은 대선보다 15% 정도 (전체) 투표율이 낮아질 테지만, (그래도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은 80% 이상 할 것"이라며 "그러면 이번보다 훨씬 더 민주당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넘어진 지점

박용진 의원 스스로도 "잘 싸웠든, 못 싸웠든 (결과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패배한 것"이라며 "아까운 패배란 이유로 후보의 책임을 외면하거나 민주당의 문제점을 모른 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칙을 지키고 국민을 향한 약속을 지켰어야 할 때 상황 논리에 끌려가며 원칙을 저버리고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소탐대실의 정치였다"며 "이 소탐대실의 정치가 결국 대선 패배까지 안겨줬다. 우리가 넘어진 지점은 바로 여기"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위성정당 창당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인식, 과연 적절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로남불을 정당화했던 우리의 모습이 바로 오늘의 패배를 있게 했다"며 '윤호중 비대위'도 비판했다. 또 "패배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내일은 내일의 패배가 있을 뿐"이라며 "우리 민주당은 더 이상 빈말하는 정당이 되어선 안 된다. 민주당 쇄신에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는, 우리가 했던 말을 실제로 지키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역시 "입만 산 학자들이 맞다/아니다, 이쪽/저쪽 하는 것보다, '실천가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 거냐'는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인 것을 생각하면 정답은 다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숫자가 많은 편에 서는 게 아니라 올바른 편에 서는 게 맞다"며 "소수자와 약자의 편에 서는 게 당장은 불리해보여도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길"이라고 민주당에게 조언했다.

태그:#대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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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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