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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전시관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계획> 훈민정음 해례본 영상 전시 앞에 선 황준석 관장
▲ 상설 전시관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계획> 훈민정음 해례본 영상 전시 앞에 선 황준석 관장  상설 전시관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계획> 훈민정음 해례본 영상 전시 앞에 선 황준석 관장
ⓒ 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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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한글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립한글박물관의 위상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글학교, 세종학당 등이 한류의 든든한 확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국립한글박물관이 굳건한 한글문화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 10월에 개관한 이래 올해부터 상설 전시관(2층)을 바꾸었고, 3층에서는 세계기록유산으로 추진 중인 내방가사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기자는 개관 당시 자문위원으로 참여했고 국립한글박물관의 변신에 궁금증이 일기도 해서 7일, 황준석 국립한글박물관장을 만나 박물관과 한글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보았다.

역동적으로 바뀐 박물관 

- 상설 전시관이 확 바뀌었습니다. 주안점이나 전시 철학은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주안점은 전시 기법을 확 바꾼 것입니다. 실감 나는 영상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매체를 활용한 감각적인 전시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더불어 친근한 전시 설명문을 새롭게 적용하여 관람객이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전시장 입구를 지나 관람객을 사로잡는 훈민정음 해례본 33장의 아크릴 연출 전시물은 이미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변화된 전시 실체를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비록 33장 66쪽의 오늘날 기준으로 얇은 책이지만 인류 문자의 기적을 담은 책이었다. 해례본 원본인 간송본을 직접 보고 해설한 바 있는 기자의 눈에는 마치 팔만대장경 같은 거대한 책이 파도처럼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기자를 위해 직접 해설에 나선 황 관장은 벽면과 바닥 면을 활용한 4면 실감 영상은 답답한 문자 생활을 했던 과거부터 누구나 쉽게 쓰는 오늘날 한글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주어 특히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옛날 책을 크게 확대한 모형 책을 증강현실을 이용해 관람객들이 넘기면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쌍방향입체책(인터랙티브북)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두루 좋아하는 전시라고 한다. 다분히 정적일 수밖에 없는 박물관 전시를 실감나게 하는 첨단 전시 기법이다.
 
쌍방향 입체 책,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 @최준화
▲ 쌍방향 입체 책,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  쌍방향 입체 책,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 @최준화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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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보기에 아쉬운 점은 훈민정음 해례본 번역본에서 훈민정음 글꼴을 현대 글꼴로 처리한 점이다.

- 단지 전시를 역동적으로 바꾼다고 좋은 것은 아닐 듯한데요?
"박물관은 학술적 기능도 중요하므로 전체 내용 짜임새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계획'은 한글 창제와 반포의 큰 뜻이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 내용을 세종이 쓴 <훈민정음>의 서문의 문장에 따라 1부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2부 '내 이를 딱하게 여겨', 3부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4부 '쉽게 익혀', 5부 '사람마다', 6부 '날로 씀에', 7부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등 모두 7부로 구성하여 전체 전시의 짜임새가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한글  편지 유물 전시
▲ 다양한 계층의 한글 편지 유물 전시  다양한 계층의 한글 편지 유물 전시
ⓒ 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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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배우는 세종 서문을 활용한 아이디어는 탁월해 보였다. 그래서 '사람마다'에서는 신분과 관계없이 두루 쓴 편지를 소개하는 식이다. 그래서 정조의 어린 시절 편지부터 양반이 노비에게 쓴 편지, 남동생이 누나에게 쓴 편지 등 다양한 편지들이 집중 전시되었다.

- 국립한글박물관은 교육 공간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는데 초중고 아이들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나요?
"와서 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으므로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중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할 수 있도록 연수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 취임하신 지 이제 반 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요?
"국립한글박물관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 외연을 확장해 나갈 생각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추구하는 전시 공간이므로 이를 최대한 살려 누구에게나 즐거운 한글문화의 배움터가 되게 하겠습니다.

아울러 국립한글박물관이 국가를 대표하는 한글문화 진흥기관으로서 한글과 한글문화 발전에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공공 및 민간기관과의 관계망을 구축하고 협력체계를 만드는 작업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특히 한글을 서예로, 춤으로, 무예로, 공예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한글문화를 발전시켜 오고 있는 많은 한글전문가들과 한글문화 기관들이 함께 한글문화를 꽃피우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기자를 위해 직접 해설에 나선 황준석 관장(왼쪽)
▲ 기자를 위해 직접 해설에 나선 황준석 관장(왼쪽)  기자를 위해 직접 해설에 나선 황준석 관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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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정책 관련 업무를 여러 번 경험해 온 전문가답게, 유달리 달변인 탓인지 포부를 말하는 황 관장의 말투에 신바람이 묻어났다. 아울러 한글을 기반으로 한 공예상품 개발이나 한글 소재 콘텐츠 개발과 같은 한글문화 산업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 개설 당시 자문위원 대부분이 3천 평이 좁다고 했는데 3천 평으로 확정됐지요. 지금 상황은? 앞으로 확장할 계획은 없는지요?
"현재 공간을 용산 내 이 장소에서 대규모로 확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박물관 콘텐츠와 전시의 내실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물관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전시와 행사, 그리고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다만, 수장고 확장은 필요해 장기적으로 수장시설을 확대 조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서울에는 공간이 없어 현재 이미 조성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주변에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서 수장 및 보존처리시설을 신축할 계획입니다."
 
관장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황준석 관장과 기자
▲ 관장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황준석 관장과 기자 관장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황준석 관장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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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 시대 한글의 미래와 국립한글박물관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지요?
"이제 한글은 한류를 앞서 이끄는 한류의 바탕틀(플랫폼)이 되고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한글문화를 집대성한 결과라고 봅니다. 사실, 한글로 문자 생활을 하고 한글로 더욱 윤택한 디자인, 멋글씨(캘리그라피) 등의 문자 생활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정보화가 진행되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한글 자체에 대한 경쟁력도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어 보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한글이 사람마다 쉽게 익혀 편하게 쓰게 된 상황은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 그 꿈은 한류로 인해 세계로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고 국립한글박물관이 그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합니다."

황 관장의 마지막 말에는 이제 국립한글박물관이 한류의 전진기지로 역할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명실상부한 한글 한류의 전진 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역동적인 전시뿐만 아니라 한글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학술 연구, 한글 콘텐츠 개발과 확장 등이 필요할 것이다.

태그:#국립한글박물관, #대담, #황준석 관장, #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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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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