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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 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 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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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돌봄 노동 부담은 가중되고, 여성 종사자가 많은 서비스직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표'를 계산하며 여성혐오를 방관하거나 조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삶에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다시 거리에 모였다. "일하는 모든 노동자는 평등하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하라", "채용 성차별 철폐하라", "모든 이들이 성평등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라", "페미니스트 노동자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외치면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제37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오는 3월 8일 114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열린 이번 행사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여성단체뿐만 아니라, 정당, 여성주의 모임 회원 등도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방송작가 유니온,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

"한심해서 못 보겠다 페미가 갈아엎자"
"혐오 정치 OUT, 페미 정치 GOGO."


이날 행사에선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 올해의 여성운동상과 특별상을 발표했다.  주최측이 선정한 '성평등 걸림돌'은 ▲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국방부 ▲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문경시 ▲ 육아휴직 사용한 여성노동자를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과 홍원식 회장 ▲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한 동아제약 ▲ 혐오 발언을 하고 개인정보를 무단 활용한 '챗봇 이루다'를 만들어낸 개발사 스캐터랩 ▲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헌법재판소 ▲ 위력 성폭력 피해자를 부당해고한 전남대학교였다. '걸림돌'의 목록이 소개될 때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한국여성대회 사회를 맡은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2021년 한 해에도 어김없이 성평등 걸림돌이 많았다. 이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멀었는지 알 수 있다"라며 "채용과정에서 차별받고, 어렵게 취직을 해도 임신 출산을 이유로 차별받고,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차별받고, 기술이 발달해도 차별은 여전하다. 도대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누가 함부로 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발표된 '성평등 디딤돌'에는 ▲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 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 서울가정법원의 '엄마의 성-본 쓰기' 성본변경청구 허가 결정 ▲ 디지털 성착취 근절운동의 구심점이 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 성소수자 부모들의 삶을 다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선정됐다.

민경남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빌딩분회 사무장은 "청소 현장은 차별의 대표적인 현장이다. 대다수가 여성 노동자이지만, 남성 관리자가 지시를 내리고 업무를 감시한다"라며 "같은 일을 해도 남성들에게는 수당을 더 주고, 여성은 반찬값이나 벌러 나온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지적했다.

민 사무장은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 우리의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고, 우리의 노동은 가장 보편적이며 가장 필요한 노동이고, 우리는 가정을 넘어 세상을 만들어왔다"라며 "여성의 노동은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의 노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 부모들의 활동은 자신의 자식만을 위한 활동에 국한되지 않았다.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말해야 할지, 어떻게 투쟁하고 연대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변 감독은 "이 영화에 출연한 성소수자 당사자, 주인공인 부모들도, 이 영화를 제작한 '연분홍치마'도, 열렬한 연대로 이 영화의 의미를 만들고 있는 인권단체와 관객들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함께 나눴다"라며 "여기 계신 분들이 버티고 있는 이상 곧 제정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불안정 여성노동의 현실을 드러내고 방송작가 노동자성 인정을 결정해낸 '방송작가 유니온'이 수상했다. MBC에서 부당해고된 방송작가들이 2021년 3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2021년 고용노동부가 지상파 3사 방송작가의 근로감독을 실시한 배경에는 방송작가 유니온의 활약이 있었다.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전 지부장은 수상 소감에서 "어마어마한 상을 받게 되니까 그동안 외쳐왔던 '방송작가도 노동자다'라는 구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구나 싶어서 가슴이 벅차다"라면서 "방송작가를 비롯한 모든 여성 노동자들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권리, 찾아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젠더 관점 반영할 수 있는 성평등 정부 필요"
  
 5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 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 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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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수상자는 성별 다양성이 인정되는 성평등한 군대를 향한 길을 만든 고 변희수 하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 뒤,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가 수상 소감을 대신 밝혔다.

김 대표는 "누군가의 성별과 정체성이 차별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젠더에 기반한 차별이 사라지고 성평등 세상을 쟁취하는 날까지, 성별 이분법적 기준을 초월하는 여성 해방과 트랜스 해방의 그날까지 연대하고 투쟁하고자 한다"라며 "누가 여성인지가 아니라, 모든 여성이 보편적으로 빵과 장미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가 변희수 하사의 사망 시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순직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라며 "국가에 의해 자행된 위법한 차별에 희생된 변희수 하사가 마땅히 순직 처리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변희수 하사의 의무복무 기간은 2021년 2월 28일까지였다. 경찰은 2월 27일 오후를 사망 시점으로 판단한 반면, 육군은 의무복무기간이 지난 3월 3일 사망한 것으로 규정하며 '순직' 처분을 고의로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상자들의 소감 발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가수 이랑씨의 곡 <늑대가 나타났다>의 가사에 맞춰서 손에 들고 있는 팻말을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종로와 광화문 일대를 50분가량 행진했다. 

이날 여성들이 든 보라색 깃발에는 '돌봄사회 실현, 국가책임 강화로', '국가 성평등 추진체계 확대 개편', '차별금지법 제정, '성평등 일터 실현', '젠더 관점 기후위기 대응', '여성가족부 개편' 등의 의제가 적혀 있었다. 

한편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여성 주권자의 이름으로 정책에 젠더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성평등 정부가 필요함을 선언한다"라며 "우리는 3월 9일,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팔아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남성 독점 기득권 정치를 심판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여성의날, #페미니스트, #구조적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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