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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아내는 부산을 떱니다. 가만히 보아하니 찰밥 고추장을 담그려는 모양입니다. 찹쌀을 불리고 가마솥에다 밥을 안칩니다. 압력밥솥에다 하면 쉬운 것을 번거롭게 가마솥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네요.

가마솥에 군불을 땔 때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듣기 좋고, 따뜻한 온기가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타임머신을 타고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는 기분이 듭니다.

아내가 가마솥에 밥할 때는 요령이 있다며 이야기를 꺼냅니다.

"우선 밥물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해! 물을 너무 부으면 죽밥이 되고, 또 적으면 된밥이 되구. 우리 아버지는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하셔 아버지 식성에 맞춰서 먹었어.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나는 질은 밥은 별로야!"
 
추억이 깃든 가마솥입니다. 우린 가끔 아궁이에 군불을 때서 가마솥을 이용하여 음식을 해먹습니다.
 추억이 깃든 가마솥입니다. 우린 가끔 아궁이에 군불을 때서 가마솥을 이용하여 음식을 해먹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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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예전 어머니가 가마솥에 밥 지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니는 쌀을 안친 솥에 물을 붓고 손등에 물이 잘방잘방 닿을 정도로 부었던 같아요. 누나들은 맨날 가르쳐 줘도 밥을 잘못 지어 자주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가마솥 밥물 조절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밥물 양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을 지피는 요령도 중요했습니다. 솥에서 김이 푹푹 나고, 옆구리에서 눈물이 쏟아질 때 그만 불을 지피고 잔불로 뜸을 들여야 했어요. 뜸이 잘못 들이면 밑은 타고 위는 설익는 삼층밥이 되니까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순수했던 삶의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올 농사지을 요량으로 주문한 퇴비가 마당에 들어와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내가 날 부릅니다.

"당신, 어디 있어? 어서 와! 가마솥 누룽지 맛이 그만이네!"   

아내는 어느새 밥을 퍼 놓고 솥 바닥을 주걱으로 누룽지를 살살 띄워냅니다. 내게 누룽지 한입을 건넵니다.

"옛날 맛이 나요?"
"으음. 고소하고 아주 맛있네!"


오랜만에 맛보는 누룽지 맛이 색다릅니다. 입에서 빠삭빠삭 소리가 나며 씹힙니다.

"당신, 이 누룽지를 뭐라 불렀는지 생각나?"
"그걸 모를까 봐! 깜밥이라 했잖아!"

  
가마솥에 누른 누룽지는 살살 긁어내어 떼어냅니다. 누룽지 밑이 타서 까맣다 하여 깜밤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가마솥에 누른 누룽지는 살살 긁어내어 떼어냅니다. 누룽지 밑이 타서 까맣다 하여 깜밤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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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긁어낸 깜밥. 먹음직스럽습니다.
 아내가 긁어낸 깜밥. 먹음직스럽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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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서 금방 튀어나온 말에 아내가 웃음을 터트립니다. 누룽지 밑이 까맣게 타서 깜밥이라 불렀던 것 같습니다.

누룽지는 바로 긁어먹을 때도 있지만, 농번기에 놉을 얻어 밥을 많이 지을 때는 양이 많아 모아두고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깜밥은 맛난 주전부리였습니다. 학교 파한 뒤, 시렁 위 소쿠리에서 꺼내먹던 깜밥은 출출한 배를 채워주었습니다.
  
누룽지는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맛있는 간식이었습니다. 지금도 누룽지는 맛이 좋습니다.
 누룽지는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맛있는 간식이었습니다. 지금도 누룽지는 맛이 좋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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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졸지에 맛본 가마솥의 누룽지. 오랜만에 옛맛을 즐겼습니다. 누룽지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물을 붓고 끓이면 숭늉이 또 만들어집니다. 따끈한 숭늉은 더할 나위 없는 음료가 됩니다. 우리는 구수한 숭늉까지 만들어 먹었습니다.

예전 천자문을 외울 때가 생각납니다. 하늘 천(天) 따 지(地) 검을 현(玄) 누로 황(黃)! 그러다가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라고 고쳐 불렀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누룽지는 빠삭빠삭 씹히며 구수한 맛을 냅니다. 이걸 넣고 끓이면 숭늉이 됩니다.
 누룽지는 빠삭빠삭 씹히며 구수한 맛을 냅니다. 이걸 넣고 끓이면 숭늉이 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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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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