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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광주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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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출범한 청년유니온은 만 15세에서 만 39세 이하의 청년들을 조직 대상으로 삼는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청년유니온은 2022년 현재 광주, 대구, 경남 등 8곳에 지역지부를 두고 있다. 세대별 지부인 청소년유니온과 직종별 지부인 패션어시유니온도 있다.

광주청년유니온은 2012년 4월 28일 청년유니온 지역지부 중 세 번째로 창립되었다. 이후 광주에서 배달 노동자 실태조사, 공단 청년노동자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고, 지역 노동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청년 문제 해결사 역할을 수행해왔다. 

임기를 마치는 광주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과 10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2월 광주청년유니온 5기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며, 2020년 6기 위원장으로 연임에 성공해 약 4년간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다음은 김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 4년을 보내셨습니다.
"스물 다섯 즈음에 시작해서 서른까지, 20대의 절반을 유니온에서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짧았던 것 같기도 하고 길었던 것 같기도 한 시간인데요. 흔히 삶에서 가장 왕성하고 호기심 넘치는 시기를 유니온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하며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 김설 위원장님께 청년유니온은 어떤 단체인가요?
"조금 뻔한 말이지만, 이 삭막한 세상에서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단체였다고 생각해요.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 가운데에서, 2030 세대들이 흔히 겪는 일상 속 좌절이나 실패들이 내 잘못만은 아니었음을 일깨워주었어요. 함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베이스 캠프 같은 곳이었어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청년 세대의 노동조합으로서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로서 기능했어요. 건강한 공동체로 남은 몇 안되는 청년 단체가 아닐까 싶어요."

- 그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2020년 5월 22일 광주 하남산단에 위치한 조선우드 사업장에서 26살 청년 노동자이자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던 김재순님이 일을 하던 중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서 죽음을 맞이했어요. 이때 광주청년유니온에서 노동시민대책위를 꾸려서 한 여름에 농성장을 지키고 기자회견과 집회를 끊임없이 이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이것이 김재순이라는 개인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각자가 일터에서 마주하고 있는 위험은 서로 다르지만, 기업의 이윤이라는 명목이 생명윤리를 넘어서고 있는 지금의 질서가 정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니까요. 결국 이 사건은 사업주 처벌로 이어졌어요."

- 청년유니온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 같나요?
"가장 큰 힘은 커뮤니티에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광주청년유니온에는 다도소모임, 건강소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모임이 있어요. 조합원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거나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도 친구도 생기고 새로운 관계도 형성돼요. 여러 사람들이 모임을 하면서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단체의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희가 광주 동구 동명동의 폐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청년공간 틈이란 공간을 1년 6개월 동안 운영했던 적이 있어요. 이때 정말 매일 같이 10여 명이 달라 붙어서 벽지도 뜯고 못질도 하고 나무도 대고 갖은 고생을 했는데요. 그 끝에 개소식을 진행하며 함께 새해를 맞이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새로운 힘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지난 2020년에 진행된 광주청년유니온 총회
 지난 2020년에 진행된 광주청년유니온 총회
ⓒ 광주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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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광주 청년들이 겪고 있는 청년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같은 청년이라고 해도 각자의 위치나 배경에 따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청년 문제를 언급할 때 소위 이야기되는 노동, 부채, 주거, 심리 문제와 같은 상당히 보편적인 문제들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광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의 일자리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어요. 이 때문에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 심리적 우울감을 비롯해 관계의 단절 문제 같은 것들이 심각해요. 

이번에 광주시에서 재난 지원금 10만 원을 전 시민에게 나누어주었는데요. 접근 방법 자체가 너무 단순하고, 청년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일들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들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청년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내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조금씩 사회와 단절되는 니트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광주 청년 40만 명 중 최소 10만 명이 니트청년이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어떻게 사회의 활력을 높여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지난 7일 청년유니온이 본부 임원 선거 후보등록 없음으로 인한 선거 무산으로 개최한 상임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을 승인했다고 들었습니다.
"청년유니온이 2010년 발족한 이후 1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어요. 초창기에는 청년들이 스스로 우리의 삶을 둘러싼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해결하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시작했는데요. 최근에는 명확하게 대변하고자 하는 주체를 중심으로한 단체, 예컨대 라이더유니온이나 방송작가유니온과 같은 단체들이 생겨서 우리가 어떤 이들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운동의 방향은 어디인지, 지금의 청년 세대의 문제들을 중심으로 다시 어떤 전국적인 새로운 이슈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 있어요. 단순히 후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다음을 고민하기 위한 비대위예요. 다행히 지역지부는 후보가 있을 경우 선거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해서 저희는 7기를 발족할 수 있는 상황인데요. (저는) 비대위에 참여해서 함께 고민을 나눌 생각이에요. 이번 비대위가 스스로를 점검하고 고민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도 유니온처럼 정비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한 발 떨어져서 조금 쉬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간을 가져볼 생각이에요. 저는 운동가라는 말보다는 조직가라는 말을 선호하는 편인데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자리에 계속 함께하지 않을까 싶어요."

태그:#광주청년유니온, #김설,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광주 , #청년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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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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