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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전에는 역대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점이 하나 있다. 그동안 규제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게임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20대와 30대의 표심이 대선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들 세대에서 관심이 높은 게임에 대한 정치권의 대접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게이머들도 게임업체의 부당한 횡포를 비판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찾으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동안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 정책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2030세대 표심 공략을 위해 게임 관련 공약 발표에 공을 들이는가 하면, 이들 게임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인기 게임 유튜브 채널 출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게이머들도 누가 게이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인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핫이슈, 확률형 아이템]
이재명 "의무적으로 아이템 당첨 확률 공개, 어기면 제재"
윤석열 "게이머 의견 존중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안철수 "확률 공개는 당연한 것, 안 지키면 사기"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유튜브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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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 되든 확률형 게임 아이템 관련 논란은 이용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금액을 내면 게임 중 '아바타'의 능력을 키우거나 게임 진행을 위해 필요한 도구를 무작위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뽑기'다. 운이 좋으면 들인 비용보다 더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얻지만, 반대로 가치가 낮은 아이템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데 있다. 이용자들은 복권을 사듯 좋은 아이템을 뽑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용자들이 돈을 많이 쓰는 만큼 확률형 아이템 사업은 게임업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았다. 반대로 이용자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확률에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게임 세계에서는 많게는 수억원까지 지출한 사례도 회자된다. 게다가 게임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접한 청소년들이 도박 등 사행성 게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지난 2015년 게임업계는 자율규제안을 마련했다.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할 경우 화면에 당첨 확률을 표시하는 식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방식을 적용하면서 분란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지난 2020년 엔씨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에서 최상급 무기 아이템인 '신화 무기'를 출시했다. 신화 무기를 얻기 위해선 2중으로 구성된 확률형 아이템 뽑기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이용자 입장에선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엔씨는 두 번째 관문의 뽑기 확률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아이템 당첨 확률이 이중으로 구성된 만큼, 자율규제에 따라 첫 번째 확률만 공개하면 된다는 게 엔씨쪽 주장이었다. 분노한 이용자들은 '트럭 시위'로 엔씨를 향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자 엔씨 측은 지난해 자율규제 강화 흐름에 맞춰 지금은 모든 확률을 공개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자율규제의 한계도 뚜렷해 대선주자들이 게임사들에게 의무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전면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유명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확률 공개와 엄중 제재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몇백만원씩, 아니면 억대로 투자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는데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건) 사기다"라며 "최소한 의무적으로 (당첨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 어길 경우엔 기만인 만큼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역시 "확률형 아이템을 보고 사기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확률을 밝히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확률대로 지키지 않는 건 더 심각한 사기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개입해 조사하고 사후에 문제로 밝혀지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게이머들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게임 중독은 질병?]
이재명 "게임이 질병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
윤석열 "게임은 사용자 정신에 영향 미쳐".... 하루 만에 "질병 아니다"
안철수 "WHO의 게임질병분류기호 등재 후 상황 보고 결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그랑서울 타워1에서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인 2022 LCK 스프링 개막전을 관전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그랑서울 타워1에서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인 2022 LCK 스프링 개막전을 관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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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고 게임 이용자들을 관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시선 역시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지난 2019년 WHO(세계보건기구)가 통과시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업계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해당 개정안에서 WHO는 게임중독(게임사용장애)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국내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질병 분류 체계인 한국질병분류(KCD) 개정은 2026년 예정돼 있다. 아직 시간이 있지만 차기 대통령의 임기 내이기 때문에 대선주자들의 '게임관'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이 대선주자들에게 직접 "게임은 질병이냐, 아니냐"고 묻게 된 데는 뿌리 깊은 이유가 있다. '셧다운제'나 '4대 중독법' 등 게임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긴 정책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중독과 수면 부족 등이 논란이 되자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2011년부터 도입됐다. 셧다운제에 따라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인터넷 PC 게임에 접속할 수 없었다. 자정이 되면 청소년의 게임 접속이 자동 차단돼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셧다운제는 시행 이래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셧다운제로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이 줄었는지 불분명했고, 셧다운제로 늘 줄 알았던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 2019년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는 게임 셧다운제 시행 이후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고작 1분 30초 증가했다고 밝혔다. '게임은 중독성이 강해 통제 대상'이라는 기성세대의 편견에서 비롯된 악법이라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셧다운제 폐지 논의가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탄 건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성인용 게임으로 분류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다. 게임 운영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인크래프트 PC버전의 보완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국에서는 19세 이상 성인만 PC용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특정 연령대 이용자들을 특정 시간대에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셧다운제 전용 서버'를 만들 수 없으니 이용을 제한해 버린 셈이다.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자 결국 셧다운제는 올해 부로 폐지됐다. 

이재명 후보는 <김성회의 G식백과>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엔 여러가지 형태의 중독이 있다"며 "게임이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면 질병으로 분류하는 게 맞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게임은 공부를 방해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산업이고 일자리고 문화"라며 "(게임 중독을 질병화하는 건) 극단적인 예외 사항을 일반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 역시 "(마인크래프트를 못하는) 나라는 세상에서 우리나라뿐"이라며 "세계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셧다운제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시지 꼬이고 인기 유튜브 채널 출연 불발... 홍역 치른 윤석열

반면 윤석열 후보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볼 수도 있다는 내용의 서면 인터뷰 답변을 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윤 후보는 지난 1일 게임 전문 매체 <인벤>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게임을 포함한 모든 문화콘텐츠들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진흥과 규제를 적절하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만일 게임질병에 관한 개념이 사회 보편적으로 마련된다면 건강보험 기준의 정비나 또는 게임이용 장애 현상을 보이는 사용자들에 대한 예방 교육, 게임이용 장애에 대한 적절한 홍보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사실상 게임 중독의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고, 해당 답변이 윤 후보는 모르는 사이 캠프 실무자가 작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보 패싱' 논란에까지 휘말렸다.  

파장이 커지자 윤 후보는 자신의 SNS에 '게임은 질병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윤 후보는 "게임은 결코 질병이 아니다. 우리 선대위의 젊은 인재들도 학창시절 게임과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게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후 윤 후보는 게임 공약을 발표하는 등 이용자들을 향한 '러브콜'을 보냈지만 게임 이용자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게이머들의 적'으로 불리는 게임 규제론자 손인춘 전 의원이 윤석열 선대위에서 여성 특보를 맡고 있는 상황도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또 19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일명 '4대 중독법'을 발의했던 신의진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교수 역시 캠프에서 아동폭력예방특보로 활약하고 있다. 당시 신 교수는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 중 하나로 꼽았다. 

게다가 윤 후보는 경쟁상대인 이재명·안철수 후보는 출연한 <김성회의 G식백과>에 당초 출연 약속을 했다가 번복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관련 기사 : 윤석열 캠프에 '빡친' 게임유튜버 "직접 겪은 일 전한다" http://omn.kr/1wydv)

[P2E 합법화 될까?]
이재명 "나쁘게 볼 필요 없어"
안철수 "일단은 지켜보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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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면서 돈도 버는 일명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 게임을 보는 대선주자들의 시각 또한 유권자들에겐 큰 관심사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P2E을 게임의 미래로 치켜세우는 등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선 사행성 우려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P2E 게임은 최근 게임업계에선 가장 큰 화두다. 돈을 버는 구조도 다양하다. 게임에서 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재화를 주거나, 게임을 하면서 모은 아이템·캐릭터 등 콘텐츠를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들어 자유롭게 사고파는 식이다. 

게임사 위메이드가 지난해 8월 출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 글로벌 버전이 대표적이다. 게임의 핵심 아이템인 흑철을 직접 채굴하거나 퀘스트(임무)를 깨는 방식으로 벌어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형태다. 하지만 미르4의 국내 버전에선 가상자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진흥법은 게임을 통해 얻은 점수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 화폐 등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하거나 재매입하는 게임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가상의 인터넷프로토콜(IP)을 만들어 우회 접속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P2E 게임과 관련해 "네거티브하게 볼 필요 없다"며 P2E 합법화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후보는 "남들은 가치 없게 생각하는 걸 5억원에 사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수요가 있다면 가치가 생기는 것이고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없는 것이라고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게임·메타버스 특보단 출정식에선 "게임과 블록체인·NFT 등의 신기술을 결합하면 그 파급력이 상당해지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대비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는 P2E 게임에 대한 입장은 아직 내지 않은 상태다. 

안 후보는 신중론을 폈다. 안 후보는 "현재 새로운 직업이 현실 세계가 아닌 메타버스에서 창조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론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P2E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가 있는 만큼 1년 정도 지난 후에 좋은 측면이 많은지 나쁜 측면이 많은지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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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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