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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수많은 사람들이 사드장비 반입을 저지하기 위해 경북 성주 소성리를 찾았습니다. 사드장비 차량은 2021년 5월 14일부터 매주 2회씩 반입되었고, 이날이 67번째였습니다. 

이날 사드장비를 막기 위해 모인 한 대학생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봉쇄전략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중국까지 내다볼 수 있는 사드 레이더가 있는 성주는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할 위험이 다분"하다며 "하지만 지난 12월 초 SCM(한미안보연례협의회의)에서도 나왔듯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사드를 안정적으로 주둔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 평화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사드는 이 땅에서 당장 철거해야 한다"라고 '사드장비 반입을 막기 위한 평화행동(아래 평화행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습니다.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반대 평화행동을 시작했다.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반대 평화행동을 시작했다.
ⓒ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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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행동은 오전 7시가 못 되어 시작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추운 겨울 아침, 몸을 풀기 위해 노래에 맞춰 스트레칭을 했고 이어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배치 철회하라!" 구호를 제창한 뒤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평화행동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 지나자 사방에 수많은 경찰병력이 배치되었고 대학생들은 재빠르게 스크럼을 짜고 도로에 드러누웠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소성리 할머님들, 활동가들은 경찰을 막아섰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학생들의 손가락을 꺾고 무릎으로 내리찍고 팔을 꺾는 과잉진압을 감행했습니다. 당초 경찰서장이 직접 '연행하지 않고 원만하게 해산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것도 어기며 갑작스럽게 작전을 바꿔 학생들을 연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해산되어 마을회관 안에 고립된 학생들과 주민, 활동가들은 경찰버스로 끌려가는 학생들을 보고 "학생들을 풀어줘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학생 8명과 노동자 1명을 경찰버스에 태운 뒤 출발했습니다. 경찰은 학생들이 연행되는 상황에 대해 항의한 노동자 한 분도 함께 연행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연행 사태에 한 학생은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평화집회를 해왔고 연행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라며 "경찰이 뻔뻔하게 연행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며 민족의 앞날을 전쟁의 위험 속에 몰아넣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드장비 차량반입을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누운 학생들과 그를 보호하는 주민들
 사드장비 차량반입을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누운 학생들과 그를 보호하는 주민들
ⓒ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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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폭력진압에 학생이 끌려나오고 있다.
 경찰의 폭력진압에 학생이 끌려나오고 있다.
ⓒ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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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연행자 즉각석방 촉구 긴급 기자회견'

갑작스럽게 학생들이 대거 연행되자 소성리 주민들과 노동자, 남은 학생들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연행된 학생 등이 있는 구미경찰서로 출발했습니다. 소성리에 남은 주민들과 노동자, 학생들은 경찰서 앞에서 '불법 사드공사 중단, 연행자 즉각석방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한 발언자는 "학생들의 연행을 저지하고 항의하던 원불교 강현욱 교무님은 법복을 입고 계셨는데, 종교안전이라고 적힌 옷을 입고 있는 경찰들이 교무님을 폭력적으로 끌어내고 내동댕이쳐버려서 머리가 다 헝클어지고 바닥에 쓰러지셨다"라며 "지금까지 평화집회 도중 연행된 적은 수차례 있었지만 이렇게 10명에 가까운 수가 한꺼번에 연행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사드 철거를 지지하고 소성리 주민들에 연대하러 온 학생들이 연행되면 그 누구보다 소성리 할머님들, 주민들이 가장 마음 아파하시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부담을 지워주기 위해서, 또 연대하러 온 사람들에게 '다시는 오지 마라'는 식의 겁을 주기 위해서 경찰이 기습적으로 연행한 것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구미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불법 사드공사 중단! 연행자 즉각석방 촉구 긴급 기자회견’
 구미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불법 사드공사 중단! 연행자 즉각석방 촉구 긴급 기자회견’
ⓒ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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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학생은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사드 철거 외친 게 죄입니까?"라며 "이 땅에 불법적으로 배치된 사드는 미국의 패권전략에 휘말려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 학생들을 연행한 경찰은 즉시 연행자를 석방하라!"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이 땅에 사는 민중들의 목소리보다 한미동맹을 우선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합니다. 학생들은 사드를 철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분노했습니다. 

소성리 부녀회장은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구미경찰서로 오는 내내 학생들 대신 내가, 차라리 우리 주민들이 연행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경찰은 우리에게 부담을 지우고 연대자들의 발길을 끊으려고 하지만 우리는 사드 없어질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겁니다. 우리가 끝까지 싸우면 연대하러 오는 발길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오후 1시 30분이 넘어갈 때쯤 학생들은 구미경찰서 입구와 건너편 보도에서 사드 철거 피켓팅을 시작했습니다. 경찰서 입구가 여러 곳이어서 입구와 건너편 도로에서 여러 명의 학생들이 진행했습니다.
 
구미경찰서 앞에서 '연행자 석방'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한미일군사협력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구미경찰서 앞에서 "연행자 석방"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한미일군사협력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 사드철회 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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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되어도 연행된 사람들이 석방되지 않자 2부 기자회견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발언자는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우리 마을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죄가 있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죄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반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 위험이 있는 사드를 반대하는 게 당연함에도 문재인 정부는 사드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드 철거를 외치는 학생·노동자를 대거 연행"했다며 "그런 문재인 정부를 규탄합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석방된 학생들, '사드 철거'와 '한반도 평화'를 외치다

두 번째 기자회견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좀 넘었을 무렵, "나온다!"라는 소리가 들렸고 저 멀리서 연행되었던 사람들이 걸어나오는 게 보였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석방되어 나오는 사람들에게로 달려가서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습니다.

곧이어 석방된 학생들과 노동자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연행되었던 노동자는 "예상치도 못했던 연행에 당황스러웠을 텐데 잘 극복하고 나와서 씩씩하게 발언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대학생은 "경찰서 안에서 조사할 때 학생들에게 '다음에 또 올 거냐'는 식의 질문을 했습니다. 전쟁무기인 사드를 반대하는 평화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면서 이에 참여한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한 것입니다"라며 "하지만 연행된 사람들은 당당히 맞섰고 경찰도 뚜렷한 명분 없이 연행한 것이기 때문에 풀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모든 사람들이 하나 되어 싸워 이뤄낸 결과였습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지었습니다.

소성리 할머니들과 주민들은 석방된 학생들을 꼭 껴안아주시며 고생 많았다고 토닥였습니다. 학생들은 "사드철거를 위해 연대하러 간 것이었는데 되려 소성리 할머님, 주민분들에게 연대의 정을 배로 받고 올라온다"며 "앞으로도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 철거를 위해 계속 힘써나가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학생들은 "평화를 파괴하는 사드를 철거하고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를 실현하는 그날까지 계속 행동할 것"이라며 "성주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 사드 철거를 위해 나선 2021년의 겨울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태그:#사드철회, #한반도평화, #한미동맹파기, #주한미군철수, #문재인정부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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