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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는 식량위기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는 식량위기입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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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면서 텃밭농사로 삶의 재미를 느꼈고, 지금은 농촌에서 전업농부로 9년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정치와 선거는 사회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믿거나 말거나 당선만 된다면 못 할 것이 없다는 듯 공약이 쏟아집니다. 이번에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을 안정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농촌과 농민을 살린다는 정책도 듣기에는 좋습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고 나중엔 흐지부지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나마 실행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입니다.

사실 최근 들어 농업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따라오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기후위기인데요. 기후위기로 인해 최악의 상황을 맞은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보여주는 극단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목을 받은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는 갑작스런 기후위기로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열차를 다룬 영화입니다. 계급으로 철저하게 나뉘어진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그곳엔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면서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을 먹는 최하층 시민과 온실에서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먹는 최상층 시민이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 영화를 통해 마주한 기후위기는 어느새 현실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우려 속에서 영화에 나온 것처럼 새로운 방식의 농업이 하나둘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소농에게 농업보조금이 그림의 떡인 이유
 
농촌과 농민에 맞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농촌과 농민에 맞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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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농장과 가까운 곳에서 지난여름부터 '대형 비닐하우스' 공사가 시작됐는데, 최근 들어 외관 공사가 끝났습니다. 크기로 보면 일반적인 재배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 그것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큰 재배시설인 스마트팜(smart farm)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기술을 농업에 적용하여 생산량을 늘리고 노동력을 절감하여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정부에서 50% 지원하더라도 수 억 원의 비용을 농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더구나 스마트팜은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공장형 농업'입니다. 시설을 짓고 첨단 설비로 운영을 하고 농자재 교체 등의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농민이 얼마나 될까요?

스마트팜이 확대되었을 때, 지금의 농산물 유통구조에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현재 농산물 유통 구조는 생산이 많이 되면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생산량이 줄어들면 값이 오릅니다. 생산과 수요에 따른 가격구조로 이뤄져 있기에, 스마트팜이 확대돼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량 증대=소득 증대'란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단 이야기입니다.

제가 7년간 농사를 지었던 경기도 시흥의 개발제한지역에도 버섯을 재배하는 5억 원짜리 스마트팜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지역의 농민들 누구도 농장주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많은 농지를 소유한 지역의 유지이고, 토지개발과 함께 시설보상금을 노린 투기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농업에 지원되는 보조금 중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시설과 농기계 비용은 농민이 절반을 부담할 경우에만 보조를 해주고 있습니다. 큰 시설이나 대형 농기계가 필요 없는 소농에게 농업보조금은 '그림의 떡'인 것입니다.

정부의 보조금정책이 기업형 농업, 대농들에게로 기울어져 있어 대량생산의 경쟁 논리에 밀린 소농은 농사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업인 70.3%은 한 해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0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들은 소작농이거나 소농입니다. 대농에게 기울어진 농업보조금은 소농에게 균등하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기후위기와 유기농업

사실 제가 이 글에서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이 '소농' 기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기후위기가 식량위기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자고 나면 오르는 농산물과 식료품 가격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량이 줄거나 예측 가능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를 벗어나려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 중 하나가 바로 농업입니다. 농지와 산림이 흡수하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는 흙 속에 저장될 경우 생태계를 유지하는 에너지로 순환됩니다.

이런 '흙'의 가치는 지난해 12월 19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흙, 묻다' 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선 프랑스의 '4퍼밀' 운동을 조명했는데, 매해 토양 속 탄소를 0.4%정도씩 늘려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건강한 흙들이 많아야 탄소를 가둘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지구를 살리는 '탄소중립'의 길로 가는 데 농업은 필수입니다. 소농을 지원하는 정책이 농지를 보존하고 늘려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농촌을 지키는 소농을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농촌을 지키는 소농을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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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지금의 관행농업은 녹색혁명으로 불리던 1970대에 식량의 생산량을 높이고 효율적인 농업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들은 식량증산의 농업을 발전시키는 정책에만 몰두할 뿐 환경오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화학비료 사용의 이유가 되었던 식량증산의 생산량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유기농업의 기술적인 토대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부산물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화학비료는 탄소를 배출하고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업정책으로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 마련 또한 소농이 할 수 있습니다. 농업인구를 늘리기 위한 방안도 소농을 육성하는 친환경농업과 귀농정책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제가 농사짓고 있는 농장에선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20년 넘게 유기농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벼농사 수확량은 꽤 괜찮았습니다. 1마지기(200평)에서 80kg 쌀을 평균 4가마(320kg) 수확했고, 5가마(400kg)를 수확한 논도 나왔습니다. 채소류의 경우도 유기농업을 이용해 충분히 생산량을 담보할 수 있고, 건강하고 안전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키워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농촌과 농업의 가치를 경제논리로 다루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모두에게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업이 성장하고 무한한 소비를 하는 도시의 삶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농촌과 농업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농촌이 소멸하고 농지가 사라진 후에 우리는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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