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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에게 일자리,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한 화두다. 게다가 원주는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적어 원주에 정착하는 청년이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에 정착해 꿈을 키워가는 청년이 점차 늘고 있다. 이에 원주투데이는 원주에서 자신의 일을 만들고 확장해가는 청년들을 만나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원주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기자말]
▲ 2019년 '고씨네'를 창업한 고승현 대표는 지난해 현재 자리에 독립영화 전문 상영관을 열었다. 9석에 불과한 작은 영화관이지만 지난해 장·단편 포함 40여 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 2019년 '고씨네'를 창업한 고승현 대표는 지난해 현재 자리에 독립영화 전문 상영관을 열었다. 9석에 불과한 작은 영화관이지만 지난해 장·단편 포함 40여 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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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 일산동 로데오거리에는 언뜻 보면 지나치기 쉬운 작은 영화관이 있다. 바로 독립영화 전문 상영관인 '고씨네'다. '고씨네'는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3층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9석의 작은 영화관이다. 2층에는 오후대책이라는 이름의 공동 작업실 겸 티켓 창구가 있고, 2층에서 발권 후 3층으로 올라가면 작지만 편안한 영화관이 있다. 이곳에서 고씨네 고승현 대표를 만나 일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고씨네 상영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봄부터 다양한 기획전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 고씨네 상영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봄부터 다양한 기획전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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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유일, 9석의 독립영화 전문상영관 운영

고승현 대표는 2019년 2월에 '고씨네'를 창업해 작년 현재 자리에 독립영화 전문 상영관을 열었다. 처음에는 6석으로 지금보다 좌석이 더 적었으나 관객들의 요청으로 의자를 더 배치해 현재는 9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영관을 열기 전에는 '찾아가는 상영회'로 원주 청년마을 옥상이나 시립중앙도서관, 남산맨션 행사 등에서 상영회를 진행했다. 

고 대표는 군 제대 후 영상 제작 일을 했었는데 소모성이 강한 작업에 부침을 느꼈다. 촬영감독의 꿈을 갖고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에 전념했다. 전국에 있는 독립예술영화관을 다니던 중 당시 이태원에 있던 '극장판'을 보고 소규모 단편영화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2018년 5월에는 춘천에 있던 '일시정지시네마'에서 일 경험 지원사업으로 근무하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해 접하게 됐다. 근로자 신분이었지만 창업 입문 과정 등의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창업의 길을 걷게 되었다. 창업 이전에도 영화판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한 기반이 있었기에 창업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영화 관련한 다양한 일을 접할 수 있었다. 

2020년 봄부터는 상영관을 운영하면서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다양한 기획전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오히려 좌석 수가 적어 1인이나 둘 정도의 소수 관객이 많이 방문하는 편이다. 매월 다양한 독립영화를 보여주고자 주제별로 기획전을 열고 있으며, 작년 한 해에만 장·단편 포함해서 40여 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오프라인 공간이 생기니 사람들과 더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장이 되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가 확산되었다. 처음에는 고씨네에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강원영화학교 수업도 듣고 영화를 제작하거나 연출하는 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 고씨네 2층 오후대책.
 ▲ 고씨네 2층 오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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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시작해서 지금은 직원이 3명으로 성장

고 대표는 영화관 운영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수익 창출은 영상 제작 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직원들을 고용해서 고 대표까지 4명이 함께 고씨네의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지역에서 영상 제작 일을 많이 맡겨줘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고씨네를 운영하기 전에 다른 영화관에서 프로그램 기획과 회계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고 대표는 기업 운영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정부지원사업을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직원도 고용하게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했는데 올해부터는 회사가 안정화 되는 과정이라 생각해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

영상제작 일이 소모적이라 생각해 영화를 시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두 가지 일을 다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일이 서로 상호보완적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생각해 주어지는 일에 감사함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초·중·고교 모두 원주에서 학교를 나온 고 대표는 원주에서 영화 일을 한다 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영화 일을 하려면 서울로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들을 보고 배우며 가능성을 봤다. 좋은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꿈을 꾸게 된 셈이다.

고 대표는 "자신이 좋은 선배들에게서 배운 것처럼 누군가 영상 제작이나 영화 연출, 상영 등의 일로 궁금하거나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점 기반을 마련해 상영, 배급, 행정, 제작 등 지역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꿈을 꾼다는 고 대표의 말에서 지역과 영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 책방 틔움 주차장에서 개최한 야외 상영회.
 ▲ 책방 틔움 주차장에서 개최한 야외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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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극장·원도심 배경 영화 제작

영상제작 일로 바쁘지만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일이 메인 잡(Job)이라는 고 대표는 올해 직원 한 명과 강릉으로 영화 유학을 다녀왔다. '강릉국제영화제'에 참여한 게 그 일인데 그곳에서 영화인 개발사업으로 영화에 대한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을 익혔다. 원주에는 현장 영화인들이 부족한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었는데 강릉으로 매주 한 번씩 공부하러 다니면서 사운드와 촬영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아카데미극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고 대표는 올해 초 철거 위기에 놓였던 아카데미극장을 기록으로 다시 한번 남기고 싶어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영화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시네마틱 강원 부문에 상영되는 기쁨도 맛봤다. 이 외에도 춘천SF영화제, 제주혼듸독립영화제 등에도 초청되었다.

원주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보는 고 대표는 현재 원주 구도심을 배경으로 로컬 시네마를 만들고 있다. 상업 영화와는 다른 독립영화만의 매력에 대해 고 대표는 "장애인이나 여성 등 소수자의 삶을 독립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나에게 독립영화는 세상을 넓게 보게 해주는 창"이라고 말했다. 원주의 이야기를 담은 고 대표의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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