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뉴질랜드 한글학교 말하기 대회 수상자 기념사진(고정미 교사 제공)
 뉴질랜드 한글학교 말하기 대회 수상자 기념사진(고정미 교사 제공)

관련사진보기

 
필자는 1996년에 <세계로 한글로>라는 영화(KBS 한글날 특집 방영) 시나리오 작가 겸 조감독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글학교에 들른 적이 있다. 이때나 지금이나 한글학교 또는 한국(어)학교는 교회나 학교 건물 등을 빌려 동포 어린이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다. 요즘은 한국계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한국 문화 전파의 전진 기지 구실도 하고 있다. 한글학교 위상에 대해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한글학교는 처음에는 현지 언어만을 공부하는 어린이들과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는 부모들과의 언어 갈등을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언어 갈등도 해소하고 민족의 얼을 심어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 한글학교 본래 모습이다. 요즘은 모국어를 잃어버리기 쉬운 동포 자녀들의 취업 문해력까지 해결해 주는 곳으로 성장했다.

필자는 지난 여름 남미 한글학교 교사 연수에서 세종식 한글 교육에 대해 강의하면서 한글학교 위상에 관해 관심을 두고 취재를 하게 되었다. 미국 한글학교를 방문한 지 25년 만이다.

해외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로는 세종학당, 한글학교가 있다. 세종학당은 문체부가 운영하는 국가 직영 기관이고, 한글학교는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자율 민간 기구다. 세종학당은 외국인 대상 교육 기관이고, 한글학교는 재외 동포 중심 교육 단체이다. 세종학당은 주중에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한글학교는 보통 주말 토요일에만 교육하는 기관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 2020년에 펴낸 '재외한글 학교 현황'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한글학교 수는 119개국의 1591개소, 학생 수는 재외동포 8만6704명 외국인 1만5110이고, 교원 수는 1만5644명이나 된다. 세종학당이 2021년 현재 76개국 213개소이니 나라 수로는 한글학교가 43개 나라가 더 많고 개설 기관 수로는 1378개나 더 많다.

요즘 일부 한글학교는 외국인 한국어와 한글 교육도 담당하고 있어, 한글학교는 세종학당과 더불어 한국어와 한글 해외 전파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 양상을 짚어보기 위해 오랫동안 한글학교에 열정을 쏟아온 해외 한글학교 선생님들을 줌과 모바일 메신저로 인터뷰를 했다.

한글학교 위상 변화
 
볼리비아 라파스 한글학교(김성제 한글학교 교사 제공).
 볼리비아 라파스 한글학교(김성제 한글학교 교사 제공).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각 나라의 한글학교 현지 사정은 어떨까? 브라질의 한글학교 홍현순 교사는 "동포 자녀가 한글학교를 마치고 언어문제가 해결돼 한국 군대에 입대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동포 자녀들은 예외 없이 언어 정체성 갈등을 겪는다. 현지 언어에 익숙해지려고 의도적으로 모국어를 안 쓰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학생들은 오히려 취업이 안 된다.

현지 언어는 현지 토박이들과 경쟁이 안 되고 한국어라도 잘해서 이중언어에 능통해야 하는데 그 점이 안 되면 취업조차 어려워진다. 한글학교를 제대로 다닌 아이들은 그 문제가 해결돼 취업까지 성공하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교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뉴질랜드의 고정미 교사는 더 중요한 환경변화를 언급했다. 20여 년 전 뉴질랜드 한글학교 유치원 반에는 다문화 가정이 한 가정이었는데 지금은 다문화 가정이 약 70%에 달한다. 물론 이런 비율은 지역 차가 크다. 미국의 오정선 교사는 점점 다문화 학생이 느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지역마다 학교마다 다 비율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른 교재 문제와 교사의 전문성 강화 등이 시급한 문제다.

더불어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수강생이 증가하고 있다. 브라질은 최소 세 배 이상 외국인 수강생이 늘었고, 뉴질랜드도 교실 문제가 생길 정도로 늘었다. 볼리비아는 동포 수가 적다 보니 오히려 외국인 수강생이 더 많다. 고정미 교사는 한글학교도 세종학당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알리기의 주요 거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는 우리나라 교육부가 운영하는 뉴질랜드 한국교육원도 있어요. 거기서도 외국인을 가르치는데 수강료가 무료예요. 그렇지만 일부 한글학교의 외국인 반은 학비를 받아요. 그렇게 양쪽에서 자연스럽게 다 운영돼요. 동포든 외국인이든 자신에게 맞는 교육기관을 선택해요. 그러니까 외교부 소속의 한글학교, 문체부 소속의 세종학당, 교육부 소속의 한국교육원이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거죠."

칠레의 한글학교는 외국인 학생은 받지 않는다. 한경희 교장은 "전에는 150~200명 정도 칠레인 학생들도 수업했었는데 교사 수급 등 여러 문제로 모두 세종학당 등으로 보냈습니다. 지금도 물론 한글학교에서 현지인 반을 개설해 달라는 요청은 있으나 세종학당으로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글학교와 세종학당은 각자 운영되는 여건이 다르므로 오히려 상보적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에 부응하기 위해 이미 2020년 10월 15일에 재외동포재단과 세종학당 재단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 알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최고의 난제 교사 수급 문제

하지만 한글학교는 교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사나 우리 고유 문화를 가르치고 싶은데 전공한 교사들이 부족할 뿐 아니라, 교사로 봉사하고자 하는 여건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들의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충족해 주기 위해 한글, 문화, 역사 융합 교육을 더 강화하고 있지만 관련 교사 모시기가 쉽지 않다.

고정미 교사는 "지금은 과거보다 지원이 늘어서 교사들에게 사례비를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도 해외 주말 한글학교는 경제적인 면과 일반 교사의 부족 및 문화 수업을 위한 특별활동 교사의 부재 등 풀어야 할 사정이 많다"고 밝혔다. 또 "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연수를 가끔 하긴 하지만 이게 공식적으로 자격증 같은 게 있는 게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실 문제

한글학교 교실 문제는 지역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임대를 하거나 교회나 중고등학교를 빌리다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다. 특히 뉴질랜드는 코로나19로 인해 빌려주지 않는 곳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 볼리비아의 경우 한글학교를 정부 일부 지원과 한인회와 함께 건축해서 교실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런 사례는 무척 이례적이고 대부분은 안정적인 학교 건물이 없다고 한다.

정부에 바라는 점
 
2021 브라질 한글학교 연합회 역사캠프 입상 작품전(브라질 윤미숙 교사 제공)
 2021 브라질 한글학교 연합회 역사캠프 입상 작품전(브라질 윤미숙 교사 제공)

관련사진보기

 
해외 젊은이들은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굉장히 동경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로인해 동포 청소년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모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현지 교육이 어렵기는 하지만, 코로나 상황만 개선되면 동포든 외국인이든 현지 한국어교육이 더욱더 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한글학교 교사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해외에서 수고하는 한글학교 교사와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재외 동포에게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과 격려를 아낌없이 베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과 중국, 이스라엘 등도 해외에 민간학교를 운용한다. 그에 비해 한글학교는 열악한 경우가 많다는 게 교사들 지적이다. 

필자가 살펴본 결과, 현지 사정과 환경이 나라마다 다양하고, 한 나라에서도 다양한 여건의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한글 학교들의 특수성에 걸맞은 자생력을 위해 협의회와 같은 상호 협력 시스템과 정부의 맞춤형 지원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한글학교 교사는 민간 외교 영웅

한글학교는 한글만 가르치지는 않는다. 엄격히 얘기하면 '한국어 학교'라고 해야 하므로, 일부 명칭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한글학교 교사들은 한글학교냐 한국어 학교냐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이름과 상관없이 한글에 담긴 세종 정신으로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세종의 애민 정신 같은 교육을 통해 우리 자녀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한글학교는 세종정신에 바탕을 둔 재외 동포 정체성 학교이자 세계시민학교다.

한글학교가 더 발전하려면 한글학교 교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한글학교 교사는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정부도 자원봉사자라는 전제가 아닌 전문가라는 전제 아래 지원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한글학교가 자생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제도나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재외동포재단 한글학교 관련 자문위원으로 이 분야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박인기 경인교대 명예 교수는 "한글학교 선생님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민간 외교 영웅"이라고 하면서 "한글학교가 한글·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역사 교육이라는 삼박자 교육으로 해외 동포들의 삶과 문화를 지키고 가꾸면서 세계인들과의 소통과 나눔의 전진 기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런 의미를 더 살려가기 위해 아직은 미흡한 전 세계 한글학교 협의체 활성화와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 정비,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 강화와 대우 등을 더 높여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