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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기념물 제14호 무진고성지. 무진고성은 무등산 장원봉과 제4수원지 능선을 따라 남북 길이 1000m, 동서 너비 500m, 둘레 3500m의 타원형으로 축조됐다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14호 무진고성지. 무진고성은 무등산 장원봉과 제4수원지 능선을 따라 남북 길이 1000m, 동서 너비 500m, 둘레 3500m의 타원형으로 축조됐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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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은 광주의 진산(鎭山)이다. 광주는 전라도(全羅道)의 큰 읍성인데 이 산에 성을 쌓으니 백성들은 서로 의지하고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어 이를 기뻐하며 노래를 지어 불렀다."

<고려사>'악지(樂志)' 편에 나오는 백제가요 '무등산곡(無等山曲)'에 대한 설명이다. 가사의 내용은 전하지 않고 제목과 유래만 기록하고 있다. 무등산곡은 1400여 년 전 광주 사람들이 불렀던 일종의 '태평가(太平歌)'였던 셈이다. 가사의 내용이 전해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향토사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먼 옛날부터 도시의 동쪽에 있는 어머니산 무등은 한결같이 광주를 굽어 살펴왔고 산아래에 사는 사람들은 그 넓은 품에 안겨 평화롭게 살았다. 시인묵객들은 무등을 배경 삼아 수많은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어김없이 충신과 열사들을 배출했다.
 
무등산 잣고개. 잣고개는 ‘성이 있는 고개(城峙)’라는 뜻이다. 무진고성의 서문이 있었던 자리다
 무등산 잣고개. 잣고개는 ‘성이 있는 고개(城峙)’라는 뜻이다. 무진고성의 서문이 있었던 자리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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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고성으로 가는 '잣고개 길'

그 흔적들은 오롯이 남아 광주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런 유적들 중에는 무등산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산성(山城)'이 있다. 무등산곡의 배경이라는 '무진고성터'다.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된 곳이다.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 산자수려(山紫水麗).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 해서 붙여진 동네 이름이다. 산수동 오거리에서 원효사 쪽으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약 2km 정도 가다 보면 산등성이에 전망대가 나온다.

광주 시가지를 조감도처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시내는 물론이며 저 멀리 송정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저녁 무렵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노을과 도시의 야경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광주 8경 중의 한 곳으로 선정된 곳이다.
 
무진고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 광주 8경 중의 한 곳으로 선정된 곳이다
 무진고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 광주 8경 중의 한 곳으로 선정된 곳이다
ⓒ 광주광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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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쌩하니 스쳐 지나가 듯 올라갈 수도 있지만 싸목싸목 걸으며 옛사람들의 애환을 느껴보고 싶다면 장원초등학교를 지나 시작되는 '무등산 옛길'을 선택하길 권한다. 무등산 옛길은 자동차가 없던 시절 옛사람들이 산수동에서 무등산 정상까지 걷던 길이다.

옛길의 시작을 알리는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벽화가 길손을 반긴다. 정겨운 벽화를 따라 좁다란 골목길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길은 시작된다. 뚜벅뚜벅 '황소 걸음길'을 따라 20여 분을 오르니 시야가 트이고 무등산 국립공원임을 알리는 표지석과 함께 산등성이가 나온다. 잣고개다.

지금이야 원효사까지 관광도로가 개설되어 쉽게 오갈 수 있지만 옛날에는 담양·화순 방면 사람들이 이 고갯길을 걸어서 넘나 들었다. 무거운 등짐을 진 나무꾼, 소금장수, 봇짐을 인 아낙들의 땀내 나는 삶이 녹아 있는 '눈물의 고개'였다.
 
유사시에 백성들을 이곳으로 대피시켜 농성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무진도독성의 배후 산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사시에 백성들을 이곳으로 대피시켜 농성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무진도독성의 배후 산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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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이름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옛날 이곳에 잣나무가 많아 '잣고개'라고 했다는 설과 까치들이 많이 '작고개(鵲峙)'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또 다른 설이 있다. '잣'이라는 말은 조선 중기까지 쓰던 우리말로 '성(城)'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따라서 잣고개는 '성이 있는 고개(城峙)'라는 뜻이다.

무진도독성의 배후 산성으로 추정되는 '미스터리의 성(城)'

맞다. 잣고개에는 성이 있다. 고개 한가운데를 싹둑 자르고 도로가 개설되어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지만 양쪽에는 석축으로 길게 쌓아 올린 성벽이 마치 큰 새의 날개처럼 복원되어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이 성터는 무등산 장원봉을 중심으로 잣고개의 장대봉과 제4 수원지 안쪽 산 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1000m, 동서 500m 둘레 3.5km의 타원형 산성이다. 신라 말기에 처음 쌓았으며 부분적으로 고쳐 고려시대까지 사용하였다. 성을 쌓을 때 광주를 '무진주'라 불렀기에 '무진고성'이라 한다"라는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잣고개에 복원된 무진 고성, 고개를 중심으로 좌우로 길게 복원됐다
  잣고개에 복원된 무진 고성, 고개를 중심으로 좌우로 길게 복원됐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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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로 확실하게 기록된 역사적 사실의 부재는 여러 가설들을 만들어 낸다. 무진고성터에 관련해서도 몇 가지 가설들이 존재한다. 먼저 글머리에서 소개 한 <고려사>에 나오는 '무등산곡(無等山曲)'과 성을 쌓은 방식을 근거로 봤을 때 이 성이 백제때 축성됐다는 설이다.

두 번째로는 각종 문헌과 안내판의 설명대로 통일신라 때의 '무진도독성'이라는 것이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고 전국을 9주와 5소경으로 나누었다. 옛 백제 땅에는 웅천주와 완산주, 무진주를 두었다. 무진주가 지금의 광주 땅이다. 신라에서는 무진주에 지방장관인 '도독(都督)'을 파견하여 예하의 군과 현을 다스리게 했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무진주의 치소 였던 광주에 도독이 근무하는 고성이 있었다"라는 기록을 근거로 이 성터를 '무진도독성(武珍都督城)'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무진고성지에서 발견된 귀면 문양 암막새
 무진고성지에서 발견된 귀면 문양 암막새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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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고성지에서 발견된 왕벌 문양의 수막새
 무진고성지에서 발견된 왕벌 문양의 수막새
ⓒ 전남대학교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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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향토문화개발협의회의 조사 결과 국(國), 성(城), 관(官), 경(京)의 명문이 새겨진 기와 조각과 왕벌 문양의 수막새와 귀면, 암막새 등이 발견됨으로 이곳이 무진도독 고성터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마을 주민들 사이에 성터 너머 마을을 '도독골'이라 했고 '견훤이 말타기 연습을 했던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진 것으로 볼 때 '무진도독성'이라는 주장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 설 또한 추정 일 뿐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무진도독고성은 현의 북쪽 5리에 있다. 흙으로 쌓았는데 주위가 3만 2448척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으로 비춰 볼 때 무진고성은 현의 5리 보다는 훨씬 멀리 떨어져 있고 토성이 아니라 석성이기 때문이다.
 
무진고성 동문터. 성곽을 따라 동·서·남·북으로 나있는 4대문이 있었다
 무진고성 동문터. 성곽을 따라 동·서·남·북으로 나있는 4대문이 있었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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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전남대학교 박물관에서 정밀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남북으로 1km 동서 500m 둘레 3.5km의 타원형 구조임이 밝혀졌다. 성곽을 따라 동·서·남·북으로 나있는 4대문과 성안에 있는 5개소의 건물터를 발굴했다. 출토 유물에서는 이 성이 무진도독성임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높은 고개에 위치한 이 성은 유사시에 백성들을 이곳으로 대피시켜 농성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무진도독성의 배후 산성'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깊을 대로 깊어가는 가을. 만추의 서정을 만끽하고 싶다면 무등산 옛길로 가길 권한다. 가을의 끝자락을 애써 붙잡고 있는 나무들의 가슴앓이와 '미지의 성터'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은 또 다른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될 것이다. 
 
잣고개에 복원된 무진 고성
 잣고개에 복원된 무진 고성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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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문화재단 문화재 돌봄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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